눈이 내리는 맨하탄에서의 필수품은 장화이다.
여기저기서 장화를 신은 여성들이 눈에 띄더니 그 이유가 있었다.
눈이 내리면 바로 녹지않고 써걱써걱거리게 질척인다.
게다가 여기저기 함몰된 바닥에 웅덩이처럼 물이 고여 여간 낭패가 아니다.
대부분 건널목의 앞 부분이 대체적으로 높이가 낮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상당히 조심해야한다.
장화를 파는 곳도 많고 패셔너블하더니만 다 이유가 따로 있다.
장화가 없는 우리는 종일 젖은 발로 시리게 다녔다.
영락없이 웅덩이에 빠지고 마는 것이었다.
맨하탄에서의 겨울필수품이라면 또 있다.
털모자에 패션 귀마개, 얇고 따스한 장갑, 작고 가벼운 우산, 캐시미어처럼 가벼운 트레디셔널한 코트.
벗으면 언제나 여름차림으로 변할 수있는 옷차림..그래서 카다란 숄더백.
썬글라스, 롱부츠, 점심이나 간식을 넣어 다닐만한 이쁘고 가벼운 도시락통.
맨하탄의 지도, 지하철노선표, 핸드폰…등이다.
앉을만한 곳이 별로 없으므로 가다가 앉을만한 일회용 의자라도 있으면 좋긴 하겠다.
한 블록당 2개는 있음직한 스타박스도 의자가 없는 곳이 천지다.
밴티지 포인트를 보고싶다고 애들이며칠 전부터 성화던 것이 오늘 개봉이다.
느긋하게 일어나 눈에 쌓인 엠파이어와 42번가를 내려다 보니 그냥 행복했다.
점퍼는 타임스퀘어에서 봤지만 오늘은 펜스테이션 근처에서 관람을 했는데
우리아이들을 12살이라고 말했더니 진짜로 믿고 할인을 해주었다.
밴티지 포인트는 내용은 별 거 아닌데 아주 재미있었다.
짧은 시간에 황당하게 일어나는 대통령 암살을 다룬 영화로 윌리엄 허트가 대통령역이다.
자꾸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는 영화는 그 자리에 있던 몇명의 인물들의 일초일초를 제각각
보여주는데 아주 스릴있고 박진감이 넘치며 은근히 생각지도 않은 스토리로 전개된다.
역시 미국 대통령은 건재하고 미국은 항상 충실한 애국자에 의해 지켜지는 거만한 영화이긴하다.
하지만 영화 자체로는 지루한 틈이 하나도 없다.
아이들도 상당히 재미있어한다.
영화를 본 우리는 최신 전자제품을 보러 유명한 유태인이 한다는 가게로 갔으나 문이 닫혔다.
영락없이 칼같이 개폐시간을 지키는 건 좋은데 금요일 오후 2시에 문을 닫는 건 심하다.
배가 부르다 이건가…………?
지하철을 타고 그리니치로 갔다.
눈이 내린 유니온 스퀘어를 돌아 그리니치를 지나 노호로 들어선 우리는 NYU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오봉팬에서 언 몸을 녹이기도 하면서 노호를 지나 EAST로 들어섰다.
조그맣게 숨겨진 가게들을 둘러보면서 EAST를 한참 내려가다보니 흑인들이 많이 보여 다시 노호쪽으로
거슬러 올라오다 블랙배리랑 라스배리, 딸기, 청포도등을 사들고(소호보다 훨 싼 가격) 쿠퍼 유니온을 지나
NYU 앞으로 원위치를 했다.
유명한 햄버거 집으로 들어가서 아들 얼굴보다 큰 햄버거와 랩을 시키고 웨이터 아저씨의 장황한
옷가게 할인이야기를 웃으며 듣다가 미국식 햄버거의 느끼함에 토할 뻔했다.
거기서 딸의 귀걸이 2개를 사고 다시 택시를 이용..발이 너무 시렸지만….링컨센터로 갔다.
링컨센터에서는 여러가지 공연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낸시님이 소개해주신 ‘모짜르트’를 찾아서 근처를 헤매는데 어린 것들이 어찌나 West니 East니 하면서
길을 잘 찾던지 이젠 엄마없이도 잘 지낼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다.
모짜르트는 소박한 품위가 배인 곳으로 쥬리어드 음대생들이 많이 오는 것처럼 보였다.
켄터키 후라이드의 할아버지 같은 분이 피아노로 재즈를 치고 계셨다.
곡이 끝날 때마다 우리 테이블에서만 박수를 치자 다른 이들도 따라서 쳤다.
아이들은 디저트를 나는 하우스 와인을 시켰다.
둘째더러 피아노 한곡을 치라고 했더니 워낙 Shy한 성격이라 사양한다.
하긴 쥬리어드생들도 많은 데 잘못하다간 쪽 팔리기도 하겠다.
격조높은 몇몇 카페야 여러군데 가봤지만 모짜르트는 무엇보다도 케익이 너무나 너무나 짱이었다.
티라미수를 먹어 본 아이들이 놀랜다.
맨하탄에 제일 유명하다는 케익집도 가봤지만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다른 케익을 연달아 시켰더니 죄 다 맛이 황홀했다.
당연히 몇 조각을 더 주문해서 To Go~~를.
룸으로 돌아오니 조카가 오겠단다.
금발의 키 178의 미국 아가씨를 소개받았는데 마지막에 헤어질 때의 포옹이 심상치가 않다며
아주 흥분한 모양인지 내내 그 아가씨 이야기만 한다.
이름이 뭐냐고하니 ‘킬스틴’이란다. 우리나라 말로 ‘커스틴’스파이더에 나온 여주인공 이름과 같다.
우린 새벽 2시까지 여자와의 데이트 문제, 미국이란 나라에서 살아남는 방법, 집안 이야기 등을 하면서
생수와 쵸콜릿을 먹으며 잠을 쫒았다.
갈수록 잘 생겨지고 키도 훤칠한데다가 유창한 영어실력에 패션도 만만치가 않아지는 녀석이다.
28살인데 (미국나이) 슬슬 장가갈 때도 되었다.
혼자 100만원들고 오더니 자기 힘으로 저렇게 잘 살아나가고 집에서 단돈 1원도 원조없이 사는게 기특하다.
얼마 전에는 우리 딸 컴퓨터 고장났다니까 100만원하는 노트북도 턱하니 사주었다.
자기관리를 아주 철저하게 하는 걸보고 내 아들도 저래야 할텐데 하는 생각만 들었다.
미국사회에서 한국인의 한계를 느끼는 건 완벽하게 자기자신을 미국화 하지못한 자신의 문제도 있다고 본단다.
자기도 어차피 한국인이긴 하지만 여기서 끝까지 살아야 하므로 철저히 미국화를 해보겠단다.
눈이 절로 감겼다.
꼬로록~~~콜콜이다.
김진아
2008년 2월 24일 at 7:51 오전
감기 ..손님 오지않도록, 조심조심..^^
웬지 아쉬움이 많이 묻어납니다..
^^
Lisa♡
2008년 2월 24일 at 8:01 오전
진아님.
감기 기운이 약간 있긴 했어요.
그래도 워낙 건강체질인지..ㅎㅎ
울아들 아침에 비실비실하길래
정신력으로 뭐든 이길 수 있다고
일장연설했더니 아프지 않나봐요.
진아님니야말로
감기 조심!!
애들이 어리니까~~
이제 메일 다 보냈고 확인했으니 자야지…
오공
2008년 2월 24일 at 10:32 오전
웨이터가 하는 여어를 듣고 웃었단 말이지요?
영어 좀 한다 이거지요?
배 아푸다….
Lisa♡
2008년 2월 24일 at 2:37 오후
오공.
절대 아니고
울 아들이 해석해주길래~
난 당근 안웃었지.
그런데 내 생각에 나는 쉬운 영어는 금방 배우겠더라구요.
정확하게 모르는게 문제이지만.
그런데..그게 질투난다 이거쥐?
이해하고도 남쥐~~~
서영
2008년 2월 25일 at 12:30 오전
리사의 지성 감성 모성에 새삼놀랍니다.
이쁜 세아이와함께하는 추억만들기
행복한 시간되세요!
래퍼
2008년 2월 25일 at 12:55 오후
달랑 일백만원 들고 나선 용기백배..조카가 탐이 납니다..
이 땅의 모든 아들들이 본 받아야 할 기본자세를 갖춘 청년..
Lisa♡
2008년 2월 25일 at 7:54 오후
서영님.
에고…..컴퓨터 한번하기 힘들어요.
지금은 애들과 헤어져서 뉴저지의 클로스터에
와있답니다.지성도 모성도 중요하지만
감성이 뭐니뭐니해도 먼저인 접니다.
그래서인지 애들고 감성적이긴 하더군요.
이번 맨하탄에서는 추억뿐이었지요.
눈이 많이 와서 바깥 풍경이 시립니다.
Lisa♡
2008년 2월 25일 at 7:56 오후
래퍼님.
조카요?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지요.
우리 집안이 그런 정신력은 알아 줍니다.
우리 친정 쪽이요.
저의 오빠들도 예전에 국비로 혼자 미국와서
공부한 전력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은 그런 애들 드문데 우리 조카의 경우는
특이하다고 할만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