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 Check- out

호텔서 check-out 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문에 무슨 종이가 끼어있었다.

Oh~my God!!! 세상에 우리나라 호텔에서 시내 전화는 공짜이다.

당연 Local은 무료이고 뉴저지만 조금내면 되리라 생각했었다.

15통 정도 썼는데 전화비가 무려 320$….띠잉~~

한통에 2-3만원짜리 통화를? 내가? 무슨 재벌? 이라고..

어쩌랴, 카운터에 가서 ‘너무 놀랍다, 비싸고 생각도 못했다’라고

제스춰섞어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표현했다.

뭐든 안하는 것보다는 해보는 게 밑져야 본전이다.

120$ 깍았다.

뭐..내가 Discount라는 단어를 써본 적도 없다.

내 표정에서 그들이 알아서 처리해준다고 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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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조카가 데리러 왔다.

그 길로 우리는 소호의 그녀 사무실로 가서 약간의 시간과 그 앞의 아이다스 매장으로가서 약간의 시간을.

조카네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이다.

전통 유럽식 낡은 철제 엘리베이터로 동그란 쇠에 달린 손잡이를 움직여서 이동한다.

영화에 보면 나오는 그런 엘리베이터이다.

순복고풍의 아름다운 승강기.

영화에서는 저런데서 키쓰도 하고 그러던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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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하얀색으로 된 사무실.

원단과 실과 재봉틀과 디자인 책상과 고양이 두 마리.

마네킹에 옷들과 박스..등등.

저 하얀 입구의 문-퍽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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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Sonia와 그녀의 고양이 벤틀리와 부비에.

고양이의 파란 눈이 마치 보석같다.

Sonia는 27세로 서울서는 어릴 때 5살까지 살다 런던과 뉴욕서 살고있는

진짜 뉴요커라 할 수 있는 패션 디자이너로 요즘 새로운 히어로로 보그지와 바자라는 잡지에

실리는 등 미국의 TV에도 나와 인터뷰해가는 등..어쨌든 잘 나가고 있다.

제니퍼 로페즈 등 몇몇의 연예인들이 그녀의 옷을 즐겨 입고있다.

내가 외숙모인데 날더러 언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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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을 맨하탄의 호텔서 지내고나니 허탈했다.

비지니스를 하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애들과 지낸 시간이

즐겁지 아니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어딘지 모르나 허했다.

그리고 이래도 되는건가..하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애써 애들과의 한 때의 추억이라 여기려고 했으나 그래도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살면서 잘 못느끼는 부분이었다.

뭐가를 되돌리고픈 그런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설 자리가 아니었다는 그런 막연한 느낌.

어디로 가는지 자신의 위치를 모를 때 그런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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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상은 모순이다.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성숙인지 그건 모른다.

아직도.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대항할 수없는 모순에서 항상 이해되지가 않는 부분이 있다.

내가 과연 애들한테 이렇게 투자를 힘들게 하고 이런 상황에 놓이게 한 것이 잘한 일인지.

아니면 그대로 순수하게 놔두어야하는건지 헷갈린다.

결코 네이티브처럼 되지 않을 것에 대한 무모한 투자는 아닌지.

커다란 회의가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답도 결과도 미래도 알 수가 없으니 무섭다.

이런 생각조차 내 자신에 있을 왜소한 자신감의 탓으로 돌리며 주변에 전파를 막는다.

나의 이런 불협화음을 남편이나 애들한테 전염시키기엔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딱히 위로받을 곳도 없다.

나혼자 감당해야 할 내 몫이자 내 감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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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에서 밥을 먹고 아들의 청바지를 사고 우리는 뉴저지의 클로스터로 옮겼다.

도베르망 렉시와 길에서 주운 고양이 리오가 함께 사는 집이다.

느긋하게 놀다가 저녁에 아이들이 다음 날 학교로 가야하기에 헤어져야했다.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아쉽지만 작별.

그렇게 나는 혼자 남았다.

밤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깜빡깜빡 졸면서 끝까지 보다가 잤다.

세련된 조니 뎁의 모습과 특이해서 좋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보는 것으로 많은 위안이 되었다.

자다가 깨어보니 새벽 4시였다.

12 Comments

  1. Beacon

    2008년 3월 1일 at 2:55 오전

    조니 뎁은 난 별루던데..

    다니엘은… 라스트 모히칸이었던가요?,, 갸는 그래도 개안아요..   

  2. 슈에

    2008년 3월 1일 at 2:57 오전

    요즘은 핸드폰을 로밍해서 다니니 비싼 호텔전화를 쓸 필요없지요.

    여기도 시내전화가 공짜래도 호텔에서는 다 청구하더군요.

    아이들 셋이서 잘 뭉쳐~~

    외로움도 새로움도 잘 이겨내고 적응하며 살꺼예요.^^

    벌써 일년반이 돼었네요..

    남은 3년만 반 무섭게 빨리 지나가버릴겁니다.^^

       

  3. 파이

    2008년 3월 1일 at 3:07 오전

    저는 리사님의 투자가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며칠 전에.. 지하철을 탔는데, 어느 할머니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시더라구요.
    음.. 나눈다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한 분이 자랑을 하시더라구요.
    손녀 자랑 하려면 한번에 만원씩 내놓고 해야한다는 그 비싼 자랑을!

    딸이 손녀 둘을 데리고 샌프란시스코로 갔대요.
    간지가 2년 정도 되었는데, 영어를 썩 잘한다고요.
    딸의 말이 "엄마 우리 애가 통역사야~" 한다더라구요.
    영어 하나만 모국어처럼 쓸 수 있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지 않을까 싶어요. ^^
       

  4. Lisa♡

    2008년 3월 1일 at 3:23 오전

    비컨님.

    라스트 모히칸 맞습니다.
    나의 왼발, 프라하의 봄..그리고 디카프리오랑
    나온 뉴욕..뭐시더라, 하여간 대단한 배우지요.
    유명한 소설가의 딸과 살지요.
    헌책방을 하면서..맨하탄에서.   

  5. Lisa♡

    2008년 3월 1일 at 3:25 오전

    슈에님.

    로밍을 하려다가 돈 아끼려고 하지 않고 갔더니
    되려 뒤집어 썼답니다.
    저는 로밍을 아예 해본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이 번에는 로밍을 하고 싶더라니..
    하여간 좋은 경험이지만 난 결코 그런 생각이 안들고
    그저 바가지 쓴 기분이었답니다.
    아이들은 문제가 전혀 안되는데 제가 문제이지요.
    애들은 외로움 같은 건 첨부터 없구요..
    과연 이런 저의 애들을 위한 투자 바른 것인가 하는
    그런 문제이지요.
    갈피가 안 서요.   

  6. Lisa♡

    2008년 3월 1일 at 3:28 오전

    파이님.

    영어를 잘 한다는 것 자체에 회의를 가집니다.
    아무리 잘해도 네이티브는 되지 않는다는 거죠.
    중학교에 가서는 어림없다는 그런 얘기.
    그렇다고 하지 않은 것보다야 낫겠지만
    과연 나중에 사회에 나올 때 한국이 아닌
    미국의 좋은 회사에서 아무리 학벌이 좋고
    최고의 MBA를 했어도 내밀한 영어가 되지 않을 때
    내팽개치면 그 때 느낄 좌절이나 허망함을 미리
    되먹지 않게 걱정하는 것이지요.
    걱정도 팔자라는 말 이런데서 나오는 것 맞죠?
    암틈 여러가지의 진로에 대한 걱정이지요.
    너무 욕심이 많은 거 같기도 하고~~   

  7. 오공

    2008년 3월 1일 at 3:37 오전

    리사님이 철드는 소리가 들리는 일기 입니다^^^^.

    우리,함께 가요…   

  8. Lisa♡

    2008년 3월 1일 at 4:04 오전

    오공.

    철이라~~

    자주 들지만 자주 빠져 나가는 철.
    난 철이 필요한데
    철이 너무 무겁단 말이지.   

  9. 블랙맨

    2008년 3월 1일 at 4:10 오전

    You dedicate your life
    To running all of yours
    You’re battling constantly
    This fight you’re going to win

    What you’ve felt
    What you’ve known
    Will shining through in what you’ve shown
    You’ll see what must have been
    So I dub thee devoted

    If you’re knocked down
    Get up and fight harder … ^ ^

    어려운 단어 없지요 … ㅎ
    수고 하셨습니다… 빵good~~ ^ ^

       

  10. Lisa♡

    2008년 3월 1일 at 7:08 오전

    블랙맨님.

    고어까지 쓰시면서 제게 위로를 주시는데
    제가 첫줄부터 dedicate이라는 단어가 어렵다고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제게 헌신이라는 말은 절대 어울리지 않구요..
    그냥 어쩌다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오니
    전혀 괘념치 마시업소서.
    하지만 정말 힘이 되옵니다.
    으…………..힘쓸께요.
    ^^*
    역시 감사합니다.   

  11. 래퍼

    2008년 3월 1일 at 8:00 오전

    120$이나~ㅎ 애교섞인 불쌍한 척이 통한건가요~?

    잘 보내셨어요..엄마의 결단을 고마워할거예요..
    아가들이 조카들보다 더 자랑스러우실 날들 곧 올 거예요..ㅎ.

       

  12. Lisa♡

    2008년 3월 1일 at 8:03 오전

    래퍼님.

    고마워요.
    120$은 애교가 아니고
    (프론트의 직원들이 다 여자였음)
    그냥 측은지심을 발동시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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