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다시 깨었는데 영 잠이 연결이 안되었다.
어제 사 온 사과를 깨물어 먹는 이른 아침은 낮설지만 편했다.
나이를 모르겠다.
어딘지 국적조차 모르겠다.
온통 부유하는 노란 꽃향기 안에서 떠있는 기분이었다.
Sonia가 출근 후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종일 커피를 들이켰다.
여전히 글이 올라가지 않는 늙은 노트북은 자주 꺼졌다.
Ivy가 찍어 현상해둔 사진들을 보는 재미는 경이롭기도 한 시간이었다.
랙시와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잤다.
내 다리 위에 자기 얼굴을 얹고 자는 랙시는 보는 건 평화였다.
오래도록 얼굴을 들여다 봐도 지겹지가 않은 매력이 있었다.
오래도록 얼굴을 마주해도 지겹지 않던 누군가가 떠오르며
뜨거운 가슴이 울컥 되어본다.
내게 그런 마음을 안겨 준 이들이 여태 몇이나 되는 걸까?
영원하지 않을 것에 이리 우리는 조바심인지.
ivy를 보면서 나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떠올렸다.
물론 그녀 주변의 인물얘기를 들은 後이다.
평화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 까다로운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무료함을 자주 평화와 바꾼다.
난 평화를 원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자유와 문화와 더불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다.
한 때 내 아이들의 이름을 자유, 문화, 평화라고 지을 뻔 했다.
아쉬운대로 별명이라고 붙여주긴 했다.
그리고 우리 가정의 가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써서 붙이진 않았다.
저녁엔 Sonia와 Ivy랑 남자친구, 즉 내게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 준표와 함께 우리는 애지워러 근처의 ‘히우라’라는
일식집으로 마지막 만찬을 하러갔다.
굳이 내가 내겠다는 음식값을 그녀들이 지불했다.
히우라는 그 식당 남자주인의 이름이다.
맥주를 즐겨서 하루에 10캔도 넘게 마시는데 그래서인지 거기서는
술을 안판다.
우리는 가는 길에 청주와 삿뽀로를 박스로 사서 들고갔다.
본래 만쥬라는 술을 마시려고 했는데 거기선 안 파니 포기할 밖에.
재미있었다.
준표는 엄청나게 웃는 시골이 생각나는 남자였다.
그 아이의 얼굴에는 시골과 천진함이 배여있었다.
웃으면 실눈으로 변하는데 Ivy도 실눈되긴 마찬가지였다.
히우라에서는 금연이다.
다 먹고 나오는데 밖에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다.
물웅덩이와 비..그리고 고무장화를 신은 준표가 후드 티를 뒤집어 쓰고
녹슨 배수통 아래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뭔지 참을 수없을 때가 있었다.
담배를 한 가치를 달라고 했다.
우리는 서서 거기서 담배를 비맞으며 피웠다.
길에서 담배를 피워보는게 하나의 소원이기도 했었다.
난 담배가 체질에 안맞다.
그렇지만 피우고 싶었다.
기회는 자주 오는게 아니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꽁초를 그냥 길에 빗물 위에 버렸다.
것두 멋있게 여겨졌다.
Sonia가 만든 눈사람이다.
아니 눈돼지다.
아주 잘 만들어서 깜짝 놀랬다.
첨이다.
눈으로 만든 돼지는…
그렇게 내가 떠날 시간이 되었다.
Sonia가 일찍 자지말고 자기랑 더 이야기하잔다.
난 이상하게 어지럽고 목구멍도 아프고 피곤했다.
술탓이라 돌리며 허그도 없이 자버렸다.
그리곤 아침엔 떠날 것이다.
Beacon
2008년 3월 1일 at 5:40 오전
꽁초..흐흐~ 리사님 다움.. 억쑤로..
Lisa♡
2008년 3월 1일 at 7:09 오전
비컨님.
분명 담배 피시죠?
꽁초 절대 길에 버리면 안됩니다.
래퍼
2008년 3월 1일 at 7:37 오전
와우~~
넘 귀여운 눈돼지..sonia양 재간꾼예요..ㅎㅎ
Lisa♡
2008년 3월 1일 at 7:59 오전
래퍼님.
그러니까 패션의 일번지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겠지요?
재간꾼이 만든 재간댕이 돼지~~
박산
2008년 3월 3일 at 7:32 오전
‘길에서 담배 피워 보는 게 …’
참 별게 다 소원이고 멋있어 보이네요
아 참!
그게 리사님 답지,
리사틱!
Lisa♡
2008년 3월 3일 at 8:57 오후
박산님.
리사틱…
근데 담배를 피우면 왜 귀랑 목이 아플까요?
어지럽기도 하구요?
다른 건 다 이해가 되는데 귀는 왜그리 아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