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이 9시라 6시에 나왔다.
콜을 불러 JFK로 달리는데 기사가 내가 뉴저지에 사는 줄 알고 자꾸 뉴저지이야기다.
가만있는 건 뭔가 사기성이 농후한 것 같아서 난 서울에 산다고 말했다.
말많은 기사는 딱 질색이다.
하지만 서울에 언제가봤더라~10년은 되었나봐요..하는 통에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스위스에서 5년간 첼로공부를 한 남자로 부인은 파리에서 패션을 했단다.
그런데 직장이 없어서 콜택시기사를 하고 있다.
콜택시 기사를 하대하는 건 아니다.
첼로를 전공한 우아한 예술가가 택시 드라이버를 그것도 오래된 일반차로..
미국생활이 그리 쉽지않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인은요?
학원에 나가는데 벌이가 시원찮단다.
명치 끝이 아프다.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널널한 공항로비.
수속도 금방…
일찍 들어갔다.
쇼핑을 하나도 못했기에 뭐라도 하나 사볼까하는 심산이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가게가 없었다.
이렇게 신은 나의 소비를 말려주시니 정말 신기하다.
그간 잘 입은 밍크가 거추장스럽다.
날씨가 따스해졌기 때문이다.
좌석이 3개짜리인데 ABC석이 몽땅 비었다.
신은 이렇게 나의 피곤함마저 돌보셨다.
누워서 다리를 쭉 뻗고 가는 행운이 내게도 왔다는 말이지..앗싸!!
하지만 신은 날 편안케만은 하지 않으셨다.
바로 앞좌석의 알 수없는 국적의 배뿔뚝이 러시안 비스무리한 남자.
싸구려의 짙은 포마드를 머리에 어찌나 많이 발랐는지 머리에 골이 완벽하게 생겼다.
거기서 나는 냄새는 날 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난 냄새에 아주 민감하다.
지하철을 타도 옆자리에 술냄새라든가 음식냄새 기가 막히게 맡는다.
다 참을 수 있으나 싸구려 포마드 냄새와 싸구려 향수냄새는 정말 힘들다.
아…나의 이 편안함도 결코 완벽하지는 않구나.
머리를 반대로 누으면 나을까..저 냄새가.
게다가 이륙 전부터 좌석을 있는대로 뒤로 제끼는 저 행태 좀 보소.
후각이 마비되어 포마드 냄새에 익숙해 갈 무렵.
잠을 조금 잤나보다.
무려 세 칸을 차지하고 누워서 자는데 얼마나 편하던지.
다시 잠을 자려고 청하는데 이 번에는 오른 쪽 D좌석의 중국 할아버지가
갑자기 시간텀을 확실하게 두면서 코를 계속 들이킨다.
아 ~참을 수없는 존재의 힘든 까닭들이여~~
그렇게 고투를 하면서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쓰고 드러눕는 상황이라니.
영화를 보아야만 했다.
모든게 불편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역대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걸작들 편을 옴니버스로 보여주는 걸 두번이나 봤다.
애정의 조건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때문이었다.
트랜짓을 60만원을 아끼려고 한다는 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엄청 피곤했다.
나리타에서는 2시간을 머물렀다.
2시간동안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으나 실행은 어려웠다.
서울 인천공항.
밤이다.
역시 내 언어로 내가 숨쉬는 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글로벌에는 어긋난 인간유형인가보다.
밤의 공기는 왜그리 훈훈한 거야?
이 거 겨울맞는거야???
아………………..이 찝찝한 냄새의 편안함.
이제 좀 조용히 살아야지.
언제나 내가 되새기는 말이다.
그때 전화벨이..
"언니…도착했어요? 우리 만나요"
엄마야~~
Beacon
2008년 3월 1일 at 5:43 오전
근데요.. 난 요즘 새로다시… 싸구려 스킨을 하고 다니기로 했어요..
냄새.. 찐하니깐..
Lisa♡
2008년 3월 1일 at 7:12 오전
비컨님.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비컨님의 체취가 좋다면야
괜찮지 않겠어요?
싸구려 스킨 중에도 좋은 냄새가 있답니다.
그러면 싸구려에서 고급으로 바뀌는 순간이지요.
래퍼
2008년 3월 1일 at 7:30 오전
방가 방가~~~
리사님의 귀국을 환영합니다~~~^^*~
벌써 아가들이 그리울 시간..ㅎ
Lisa♡
2008년 3월 1일 at 7:57 오전
래퍼님.
실은 저 애들 별로 안그리워한답니다.
방금 잠깐 졸려서 잠을 잤는데
애들 꿈꾸었답니다.
아들들 꿈만 꾸었네요.
아고..아직도 졸립니다.
또 자야하나 걱정이 슬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