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8일 촌이

꼭 만날 일이 있어 토욜이지만 오드리언니를 만나러 가야했다.

머리를 감지 않아서 모자를 눌러 쓴채로 달려갔다.

촌이…탱탱볼 촌이, 아니 채연이.

자기주관이 아주 뚜렷한, 엄마보다 더 아찔한 아가씨다.

이탈리아에서 먹는 음식보다 한국인 입맛에 맞춘 한국식 음식이

더 맛있다는 엄마에게 이태리의 입맛을 아직 모른다는 촌이.

자기는 확실하게 이태리의 음식이 더 낫다고 말하는 당당한 꼬마다.

여성스러움을 거부하는 옷차림에 나름대로 철학이 깃든 감각.

늦둥이는 일단 낳고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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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체질에 대한 분류도 있고 혈액형, 별자리..등이 있는데

오늘은 내가 토형이라는 말을 들었다.

土형인 사람은 보스기질이 강하고 살이 빠지면 병이 난 거란다.

적당한 살이 붙어 있어야만 좋단다…쳇~

火형도 있고 金형도 있단다.

물론 水형도 있으려니 한다. 木형도 있겠지?

모든 만물이 흙에서 나오니 난 많은 걸 품어야 하나보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듣고파한다.

유리한 말이나 불리한 말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 생각한다.

난 혼자생각에도 늘 유리한 생각만 하고 까닭없이 유리한 쪽으로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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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반에 오드리 언니랑 헤어졌다.

머리도 안감고 나갔지만 언니는 여성스러움의 극치이다보니 웃는 눈으로

계속 나의 시계, 머리, 반지에 관심이 많다.

머리 드라이를 하고 손톱 다듬고 눈썹 붙이고 이런 잡다한 것들이 좋단다.

난 멋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요즘들어 처음으로 매니큐어도 해보고 두피 맛사지도 받아보는 둥..

살다보니 별 걸 다한다.

혹시 다음에 눈주위 주름살 수술할지도 모르겠다.

절대 성형 비스무리한 건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진 않겠다.

살다보니 절대라고 말 할만한 일이 없다고 본다.

예전에는 그 ‘절대’라는 단어를 많이 썼었는데 요즘은 말이 나오려다가도 멈춘다.

하나씩 늘어가는 지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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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담이 하나 걸렸다.

며칠 전 걸린 걸 겨우 풀었더니 어제 다시 커다란 담이 생겼다.

담이라고해야하는지 아님 뭉쳤다고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스트레스받을 때 생기는 응어리인지 아님 운동부족인지 모르겠다.

아는 맛사지 #에 가서 맛사지를 했더니 좀 나은 것도 같은데

완전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깨랑 목이랑 등이 잘 뭉친다.

일도 별로 하지않고 스트레스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닌데 왜 이런지.

혹시 토형이라서 그런가?

슬슬 여독이 풀리면 걷기를 꾸준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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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고민이 있다.

견디기 힘든 사람이 있다.

헤어질 수 없는 인연이다.

선택할 수 없는 사이이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

아이도 시댁도 남편도 정말 그 아무도 나를

힘들게 하지않는다.

인간에게 천적은 반드시 있는 모양이다.

그 천적이 해롭기도 하다가 이롭기도 하기도 하다.

천적없는 세상에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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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죽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자살이라는 것.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게 슬프다.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한다고 생각했다.

남이 볼 땐 아주 웃기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내게는 어떤 말 한마디가 날 죽고싶게 만들기도 한다.

존재가치라는 건 살아있을 때만 중요하다.

내 존재가치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더 슬프다.

의연해져야 하는 이유는 내가 엄마라는 것이다.

재밌다.

철없는 엄마도 엄마라는 거.

아주 자존심 상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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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봄인데

내 방안은 춥다.

12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3월 8일 at 2:29 오후

    누군인가에게…마음아픈 이야기 들으셨나요?
    눈꽃이 피어있는것 같아서요..
    오늘 일기엔…

    글에서 잠깐, 전기요를 이야기하셨던것 같은데요..
    전기요는 아무래도..수면에 완벽하게 잘 들어맞지는 않는것 같아요..
    가능하시면,
    전기요위에, 까실까실한 담요를 하나 위에 놓으시고,
    콕콕 피부에 당기는듯한 느낌을 주시는것도 좋으신것 같아요..
    그리고..담이 오는것은..
    스트레스가 더 주요한것이라고도 해요..
    물론, 여행의 여독이 덜풀릴수도 있지만요..
    양약을 별로라 하시니..
    쌍화탕..아주 잘하시는곳이 있으시다면,
    따끈한 샤워후,뜨거운 쌍화탕드시고..푸욱 주무시고나면,
    괜찮을듯 합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금새..알아챈다고 해요..
    리사님…

    ….   

  2. 玄一

    2008년 3월 8일 at 4:00 오후

    항상 명.쾌.하시기만 하셨는데
    서로의 관계 또한 인생에 중요합니다
    규치적으로 운동, 식사를 하시는 생활 리듬을 가지시고…
    긍정적 사고로..
    ‘지금 내게 있는것'(이재철목사-고은아씨 오빠)이란 책이 갑자기 떠 오릅니다
    우리는 감사할 조건(?)들을 가끔 잊기도하니깐요….   

  3. 와잇맨

    2008년 3월 8일 at 10:29 오후

    항상 우~아~ 하셨는데
    슬픈 이야기도 갖고 계시군요

    오늘은 만사 제쳐놓고
    나몰라라 낮잠을 늘어지게 잦더니
    이 세상이 전부 내 거같습니다 …
    생각하기가 종이 한 장 차이네요 …
       

  4. Lisa♡

    2008년 3월 8일 at 11:35 오후

    진아님.

    진아님은 제게 꼭 언니같아요.
    나보다 훨 어린데 항상 듬직하다니깐요.
    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그건
    보통 상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워낙 둔감하고 남이 제게 뭐라 빈정거려도
    전혀 상처받지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유일하게 제 가슴에 상처를 내고 거기에
    소금을 뿌리고 난도질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제 성격상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또 잊지요.
    자주 공허한 상태가 되기도 한답니다.
    가슴에 든 담이 그 이유에서 연유되었다는 것도 압니다.
    가끔 우스개로 내 친구들이나 남편에게 내가 만일 죽으면
    그 사람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하지요.
    이 세상에서 정말 힘든 일 격는 사람 많아요.
    저는 거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란 걸 알지만
    가끔음 정말 힘들답니다.
    쌍화탕 — 알았습니다.   

  5. Lisa♡

    2008년 3월 8일 at 11:37 오후

    현일님.

    위로 감사합니다.
    이래서 블로그가 좋은 점입니다.
    이유없이, 목적없이 위로만을 해줄 수 있다는 순수함.
    나는 누구보다도 축복받은 삶일 수 있는 사람이지만
    정말 완벽한 축복이란 없나봐요.
    포기하기에도 어렵고 모른 척 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 상황이 내게 독이 되었다가 득이 되었다가 하니..
    어째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이렇게 어려움만 애기하니
    이상하지요?
    아….주 어려운 이야기랍니다.   

  6. Lisa♡

    2008년 3월 8일 at 11:39 오후

    와잇맨님.

    자주 내 능력이 무능력으로 귀결지어질 때
    정말 이 세상에 나라는 인간이 왜 살아있는지 몰라요.
    전 정말 즐겁게만 살고픈데 말이지요.
    종이한장 차이가 적용 안되는 부분도 있네요.
    에고~~~남편한테도 미안한 부분이고 나 자신의
    무기력에 눈물나고 정말 식구가 주는 상처는 어째야할지
    모르겠네요.
    자주 받는 상처이지만 갈수록 그 도가 지나치니 막막해요.   

  7. ariel

    2008년 3월 9일 at 5:19 오전

    난 누구를 위해서 사는지 몰라요.
    그런 생각하면 복잡해서 안 해요.
    자살.. 생각도 못해요. 아이가
    있는데.. 부모가 있는데..
    그냥 하루 내가 할 의무다 하고
    살아요. 오늘은 따듯해서 늦은
    낮에 산책가네요.. 지금부터
    기다려져요…………………^^   

  8. 화창

    2008년 3월 9일 at 10:28 오전

    요 글은 댓글 달기가 난해하네요?   

  9. Potpourri

    2008년 3월 9일 at 10:47 오전

    3월 8일에 무슨일이 있었나요?   

  10. Lisa♡

    2008년 3월 9일 at 10:52 오전

    아리엘님.

    그냥 해 본 소리예요.
    그러나 가끔 생각은 해봤어요.
    나랑 어울리지는 않지만…
    후후—따스한 오후의 산책이라~   

  11. Lisa♡

    2008년 3월 9일 at 10:53 오전

    화창님.

    댓글달기가 난해한 글도 가끔 있어야겠지요?
    요렇게 달면 되니까….
    마음이 오늘까지 울적합니다.   

  12. Lisa♡

    2008년 3월 9일 at 10:53 오전

    포푸리 완수님.

    무슨 일이 있었으니까 기분이 나빴겠지요.
    말로 주는 상처를 크게 당했지요.
    말이 엄청난 … 상처를 주네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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