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 나의 블루베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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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로운 해가 떴다.

간밤에 취한, 남편의 친구인 훈이 전화와서 날더러 100만원만 들고

남편이랑 강남으로 나오라고 했던 거 같다.

훈은 파리서 박사하고 거기서 탈렌트보다 더 예쁜 여자와 결혼해

잘 살다가 서울와서 바로 이혼하고 혼자살은지 꽤 된다.

대학 때부터 몸이 약해서 죽는다, 죽는다 하더니 아직 살아있다.

늘 우리들에게 상복 준비하라고 하더니 몸의 체형마저 변한 나이가 되었다.

맨하턴에 갔다왔다니까 혼자갔느냐? 둘이 갔느냐? 이실직고하라고

징징대더니 화를 내면서 끊었다.

낮에 두 번이나 전화했는데 뻗었는지 안받았다.

남편이 미친놈~이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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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횡설수설하는 큰아버지 병문안을 갔다.

지난 번 아루케익을 잘 드시길래 오늘은 딸기가 얹힌 걸로

더 큰 사이즈로 사서 가는데 누나가 밖에서 밥먹고 드가잔다.

우리는 병원근처서 만나 대치동 광양불고기로 갔다.

식사를 하면서 미쿡으로 가나 어쩌나를 고민했던 우리.

미쿡으로 암만해도 가야할 듯.

그렇게 가기싫던 미쿡이 왜 이제 와서~

아무래도 아이들 때문이리라.

내가 본래 외국서 사는 걸 별로라 생각했었다.

갈수록 내가 태어난 이 한국이 좋아지는데 상황은 반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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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가 아주 아파하신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계속 먹거리만 찾는다.

캔디에, 쵸콜릿에, 햄에, 옥수수에, 수육에..내 임신했을 때 같다.

이상한 말들로 오락가락하시는 게 울엄마 가실 때 치매가 약간 왔던

그런 현상과 비슷해 기분이 이상하다.

형제들 사이에는 가정에 따라 어른이 끈일 때가 있다.

끈을 놓기 싫은 이유는 나와 남편이 외롭기 때문이다.

가족상황만이 아주 외로운 그런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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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의 지극히 왕가위스런 영화를 봤다.

‘나의 블루베리 나이츠’ 인데 반듯하고 성실해뵈는 노라존스

(재즈가수 이름과 같다)와 주드 로가 긴 속눈썹을 로맨틱하게 뽐내는

느리고 부드럽고 허무가 서린 영화이다.

서양식 중경삼림에 화양연화가 섞였다고 할까….

‘떠난다는 것은 남아있는 이들에게 끄적거린 추억을 남겨 놓는 것이다’

라는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나탈리 포트만의 출연이 신선하고 수린역으로 나오는 여인 매력적이다.

첨에 제목을 보고 흔한 로맨틱 영화로 보였으나 감독이 왕가위라

기대는 했었다.

눈 내리는 날, 길에서 부는 섹스폰같은 영화였다.

맨체스터에서 마라톤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온 제레미는 매일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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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한 마리샀다.

3950원인데 먹을만한 건 주로 5000원이 넘는다.

예전의 그 고등어가 아니다.

뭐든 물가가 급상승하는 요즘..무섭다.

살아가는 게 장난이 아니다.

나보다 주머니가 더 가벼운 이들은 어떨지 걱정이 된다.

자그마한 쭈꾸미랑 물 오징어 한 마리도 사고 홍합도 한 꾸러미샀다.

뭐든 그 계절에 나는 음식이 싸고 맛있으니 자연 손이 그리간다.

오늘

압력밥솥도 하나 샀다.

그동안 쓰던 10인용이 잘 안되기도 하고 너무커서 낭비로 여겨졌다.

6인용을 샀는데 웅진서 나오는 쿠첸을 사봤다.

엄청 비쌌다.

밥솥이 20만원이 넘으니 참 살기 힘들다.

고장이나 안나야 할텐데.

내일 아침에 빨리 밥해보고프다.

왜이리 밥솥값이 아까운지 내가 비정상인가?

10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3월 9일 at 2:26 오후

    압력밥솥이..웬만한 마음에든다 싶으면..가격이 그정도 되더군요..
    비싸요..정말..
    ..

    하나로마트상품권이 몇달동안 지갑에서,
    잠들었다..오늘에서야 미금역에 다녀왔어요..
    남편도..부대에서 바쁠때나,입맛없을때,먹겠다고..
    컵라면도 사가지고 가야한다해서..
    근데..사람에..놀라고,
    자동차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고..
    오늘 하루종일 놀라기만 했습니다.
    경제는 살얼음판 같은데..

       

  2. Lisa♡

    2008년 3월 9일 at 2:33 오후

    진아님.

    진짜 압략밥솥의 가격에 놀랬어요.
    그렇다고 다들 압력밥솥이 맛있다는데
    그냥 전기밥솥을 사기도 그렇구,,,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무척 고민했어요.
    현미밥을 먹기 때문에 아무거나 사기도 그렇고
    마음에 드는 착한 가격이 없어요…울상~~   

  3. 물처럼

    2008년 3월 9일 at 11:23 오후

    리사핱님께서
    물건의 가격 걱정을 하시는 걸 보니,
    물가가 오르긴 올랐나 봅니다.

    그나저나,
    새 밥솥으로 밥은 해밨써요?   

  4. Lisa♡

    2008년 3월 9일 at 11:27 오후

    물처럼님.

    오늘부터 요이 씨땅….맞나?

    음…아침에 새로 씻어서 말끔히 닦아 놓았답니다.
    걱정입니다.
    유가, 물가…모든 것이 말입니다.   

  5. 테러

    2008년 3월 10일 at 12:35 오전

    압력밥솥에 게임기능도 되는 건가요 뭐 이리 비싼고….ㅎㅎ   

  6. 와잇맨

    2008년 3월 10일 at 2:41 오전

    Lisa 님,
    미국에도 한국 사람 아주 아주 많아요
    특히 뉴욕엔…
    혼자 아니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ㅎ
    큰 일은 큰 일이네요 혼자서 고생이 말이 아닐텐데 …ㅎ
    제가 연하의 꽃미남같으면야 어떻게라도 해보겠지만 …ㅎ
       

  7. Lisa♡

    2008년 3월 10일 at 2:32 오후

    테러님.

    게임 기능되면 돈 아깝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게임 즐기거거든요.   

  8. Lisa♡

    2008년 3월 10일 at 2:34 오후

    와잇맨님.

    저…………슬플 일 없답니다.
    뉴욕으로 가더라도 남편이 먼저 가고
    제가 뒤에 갈 겁니다.
    그리고 저 남자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
    ㅎㅎ….관심은 많지만.
    혼자서?
    저—-고생요?
    괜찮아요.   

  9. 이영혜

    2008년 3월 12일 at 10:22 오전

    한복과 신이 환상적이네요~Lisa♡ 님(사진 좋다는 말도 포함)
    살아간다는 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네요.
    울집 웅진 쿠첸 10인용…밥은 잘 되는데…밥 가장자리가 잘 마르네요….   

  10. Lisa♡

    2008년 3월 12일 at 2:14 오후

    아..영헤님. 그렇군요.
    여지껏의 영헤님의 댓글 중에 젤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히히히….
    사진에 대한 칭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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