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ㅎ와 ㅇ를 만나서 영화를 보고 그동안 새로 알게 된 문화적인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날이다.
ㅎ가 런던에 자주가고 나 또한 뉴욕으로 어디로 가는 통에 여러 번의 공백이
있었던 터라 오늘 만남이 소중했다.
Step-Up을 봤다.
재미있다.
젊다.
신난다.
신기하다.
우리나라의 비보이들의 뒷받침없는 현실이 다시 떠올랐다.
미국을 무시하기 힘든 그 무엇도 그 영화속에 있다.
음악들이 너무 좋다.
OST나오면 바로 사야겠단 생각!
조조영화는 저렴해서 너무 괜찮다.
대신 부지런해야 한다.
같이 점심을 하고 ㅇ와 나는 리움미술관으로 갔다.
ㅎ는 리움의 프렌즈라 화, 금욜에 공부하러 가기에 빠지기로 합의했다.
우리 셋 중에 제일 문화적인 인간이다.
누나가 목요일마다 자원봉사하는 날인데 3개월에 한번 씩 5명을 초대할 수
있어서 관람료는 무료이다.
누나 대학동창들과 우리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한국의 미, 여백의 발견을
관람했다.
평소에 전시회를 많이 봐도 오늘처럼 설명을 들으며보는 것과는 달랐다.
여백은 우리에게 자연과 자유를 그리고 상상의 공간을 준단다.
상상은 다소 철학적이다.
비디오 아트로 백남준이 아닌 김수자씨의 빨래하는 여인이 남는다.
빨래하는 여인은 나오지 않고 인도의 화장터에서 떠내려오는 시신의 잔여물을
바라보는 여인의(작가자신) 뒷모습만 하염없이 흔들림없이 나온다.
그 여인은 무엇을 바라보는 것일까.
어린아이와 같은 장욱진 화백의 작품 앞에선 한없이 순수하고 따스했다.
울분섞인 이중섭의 소와 장욱진의 인간적인 소.
소마저 인격체로 끌어올린 장화백의 철학적 사유가 그립다.
박수근 화백은 칼로 유화를 찍어 바르고 마르면 또 찍어 바르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렇게 모노톤으로 자기작품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단다.
서민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므로서 그들의 생마저 격상시킨 화가로 평가받는다.
시대를 초월해서 여러시대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게 요즘 트렌드란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걸 꺼려했는데 이 번 리움 3주년을 맞아 과감하게 시도했단다.
비평가들의 한치 혀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조선시대의 백자항아리 중에 유명한 끈 항아리가 있다.
오롯이 끈만이 세계를 이끄는 느낌.
그리고 아름다운 유백색 달항아리.
달항아리는 대접모양으로 양쪽을 구워서 붙인다고 하는데 안 쪽으로 그 붙인
금이 보인다는데 겉에는 하나로 붙어있어 시선으로 구별키 어렵다.
정선의 그림 인왕산은 비온 뒤의 산으로 습기가 품어져 있다.
아주 힘이 있고 우직하니 인왕산을 표현하는데 있어 두려움이 없었다.
‘방’ 이라는 단어는
선배화가가 그린 그림을 다시 다른 형태로 모작을 할 때 존경하는 의미로 붙인단다.
room아닌 ‘방倣’이다.
<방,인왕산>은 크리스털을 플리우드에 부착시켜 만든 작품으로황인기 작품이다.
그 작품을 사고 싶었다.
집에 소장하면 현대적인 모던함에도 잘 맞을 것 같다.
난 인테리어에 모던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제일 처음 시작된 설명 탓인지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장백산도.
문인화가인 이인상의 작품으로 여백의 미라는 전시목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집에 놀러 온 동네 친구인 한 선비에게 그려준 그림인데 아주 멋지다.
개인적으로 그 작품이 가장 여백의 미를 잘 표현했다고 본다.
정말 아름다운 수묵화다.
선이 깔끔하고 아주 수려하다.
문인화가는 우리나라 화가 중의 대부분으로 직업화가와 두 종류의 화가가 있었단다.
겸재 정선이나 안견, 김홍도는 문인화가이고 장승업은 직업화가다.
문인화가는 지식이 풍부해 그림에 발문을 써서 자기의 지적 기량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 옛날의 풍류와 기개, 그리고 수많은 의식들이 서려있다.
여백의 미에는 특별히 승효상 씨의 공간작품대비로 한국적 전통 마당이나 대청마루를
표현해 한층 진가를 더 한다.
한바퀴 돌고나니 저녁이다.
카페테리아에서 언니들과 다같이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담소하다보니 헤어질 시간.
ㅇ와 내가 먼저 일어섰다.
푸근한 춘분…그 화려한 봄날의 하루였다.
데레사
2008년 3월 20일 at 11:50 오후
아 리사님.
리움에 다녀오셨군요. 나는 별르기만 하고 아직도 못 가본곳인데….
조불에 다니면서 나 많이 유식해 졌거든요. 이렇게 설명을 잘 해주는
리사님과 더불어 많은 이웃분들 덕택에…
행복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열어가겠습니다. 고마워요.
Lisa♡
2008년 3월 20일 at 11:53 오후
데레사님.
한국의 미, 여백의 발견전은 4월27일까지인데
꼬옥 가보세요.
굽이 낮은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해요.
3시부터 도슨트의 설명이 있는데 미리가서 상설 전시장을
둘러본 다음에 주제를 관람하시면 되겠습니다.
마치면 5시경이 되거든요.(차 한 잔하고 나면요)
유식은 절로 생기는 게 아니죠?
노력에 대한 댓가지요?ㅎㅎ
저도 마찬가지로 조블이나 발품덕에
그렇게 쌓아갑니다.
김진아
2008년 3월 20일 at 11:55 오후
조블에서, 이웃분들 덕분으로,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저역시도..
리사님..
속은 괜찮으세요??
그리고, 칡은..어떠한것을 원하시는지..
강원도 자매님께 부탁하면 되는데요..
생인지, 가루인지,즙인지..알려주세요..^^
Lisa♡
2008년 3월 21일 at 12:14 오전
진아님.
즙….ㅋㅋ
이렇게 되면 곤란한데.
속이 괜찮아졌어요.
찹쌀풀 쑨 걸 이틀 후룩후룩 마셨더니
바로 괜찮아지던 걸요.
어느 초딩이 언제 여백을 느끼냐고 하니
엄마가 없을 때라고 했대요.
넘 맞는 말이지요?
소리울
2008년 3월 21일 at 12:40 오전
내방 연습으로에다 미국에서 조선시대 화가 시리즈를 읊다가 그만 뒀는데.
조선시대의 삼재, 그리고 이제 오원 장승업을 이야기 할 참이었는데. 반갑구랴.
술과 기생이 없으면 그림이 안나오던 화가. 이란의 하피즈처럼,
숭고한 예술정신만이 그의 것이던, 신선이 되어 떠났다는 전설의 인물…
여백을 보여주는 리움 .. 잘 보고 갑니다
ariel
2008년 3월 21일 at 3:45 오전
나도 별거 하는 것 없이 한 바퀴 돌고 나면 저녁..
그 인도 비디오.. 예술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안 봐서 모르나 그냥 리사님 생각을 알고 싶어서요.
요새 예술은 매우 색다른 것들이 많아…
Lisa♡
2008년 3월 21일 at 7:12 오전
소리울님.
그러셨군요.
장승업..
취화선이 장승업을 말한 영화지요?
신선이 되어 떠났다구요..와…
올리면 바로 읽어 볼께요.
Lisa♡
2008년 3월 21일 at 7:14 오전
아리엘님.
글쎄..그 인도 강물을 바라보는 화가의 뒷모습있는
비디오 아트요?
백남준도 예술가로 비디오 아트 부분에선 젤 유명하잖아요.
그렇게까지 높이 치진 않지만 그런 것도 예술적인가하는
날카로운 아리엘님의 질문처럼 그렇게 에술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제 기억에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제 기억에 남아 있기는 합니다.
너무 색다르게 발전해나가요.
소설이 색다르게문학성 보다는 새로운 기법들로
채워져 있듯이 쫌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