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것은 토지 탓인지 아님 내 전생과 관계가 있는 건지
하동, 구례, 임실, 장수….이런 지명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편하고 내 집이 거기에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또 섬진강이 있다.
섬진강 물줄기는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연결되어있다.
212.3 km에 이르는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의 팔공산에서
발원한다고 사전에 적혀있다.
내 하루에 섬진강이 깊이 들어와 흐른다.
갈대 너마저..한가롭다.
차 안에서 찍은 풍경이다.
갈대까지 있을 줄 몰랐는데 언뜻 카메라를 돌려 찍어 봤다.
흐리지만 또 그런대로 잠산의 일러스트처럼 보인다.
지금 섬진강 가로는 벗꽃이 폭발하고 매화가 탐스러우며
배꽃이 수줍게 만개를 기다린다.
간간이 소담스럽게 동백이 숨어 있다.
거기에 갔으면 섬진강 모래라도 밟고 오라는 아는 시인의 일갈이 있었다.
곳곳에 연두가 물든다.
봄의 전령사…연두각시가 온 세상을 조용히 일으킨다.
아기연두색..ㅎㅎ
뭔지 모를 꿈틀거림이 잔잔히 일 것같은 조용한 오후다.
섬진강 마저 햇살 아래 부끄러워하는 봄날이다.
섬진강을 그려보면 재첩국과 다슬기, 은어 등의 먹거리가 떠오르고
시인 김용택이 생각난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가 당연 생각난다.
그 노래 이후로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 이제 제법 활성화된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더욱 정겹다.
또 섬진강 벗꽃 축제를 비롯 근처의 임실 치즈마을, 그리고 곡성의 영차마을의
증기 기관차는 정말 데이트 해볼만한 코스이다.
쌍계사로 들어가는 길고 긴 벗꽃길은 정말 이 봄의 장관이다.
서울서는 자가용으로는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 반이다.
한 번보면 절대로 잊을 수없는 절경이다.
3-4시간 정도의 거리는 충분히 투자해볼 만 하다.
입만 벌리면 콩나물모양 음표들이 노래처럼 튀어 나온다.
섬진강은 그대로 잘 보존하고 가꾸고 인위적이지 않게 살려나가야겠다.
여기저기 파헤쳐지는 국토를 보면 섬진강마저 걱정이 된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김용택.
카타
2008년 4월 7일 at 2:55 오전
재첩국 한그릇 싸왔수…? ㅎㅎㅎ
추억처럼 입맛이 돌아요…
색연필
2008년 4월 7일 at 3:26 오전
사진만 봐도 그 곳의 바람이 느껴지네요…^^
지명의 소박함처럼 사진 속 풍경…정말 평안하네요..
언젠가 저도 섬진강가를 모래 밭을 걸어보고 싶네요~^^
천왕
2008년 4월 7일 at 6:58 오전
저곳에 가서 섬진강 모래밭을 걷다 보면 …
그곳에 전생의 인연이 기다릴지도…ㅎㅎ .. ^^
데레사
2008년 4월 7일 at 7:35 오전
리사님.
섬진강의 봄을 보고 왔군요.
제첩국과 게장, 그리고 다슬기국도 맛있는데 …
그리고 줄배타고 건너 가 보았는지도 궁금하네요.
나도 가고 싶어요.
“
`
주주
2008년 4월 7일 at 8:23 오전
분명히 지나는 가봤을텐데
섬진강은 제 기억엔 남아있질 않네요.
언젠가 가봤던 4월의 한국은 더 황량했었는데
이 사진들엔 봄이 보이는 느낌입니다.
노래는 "Once"에 나온것 같습니다?
참 재미있게(딱 맞게 표현되는 말은 아니지만…) 봤었는데요. ㅎ
래퍼
2008년 4월 7일 at 11:54 오전
음악은 더 좋습니다..^^
Lisa♡
2008년 4월 7일 at 12:02 오후
카타님.
재첩국 한 그릇 못사왔는디..
으짜까이..
음………..대치동 부산 할매집 재첩국
개안는데…
그냥은 7000원, 진국은 12000원.
Lisa♡
2008년 4월 7일 at 12:03 오후
색연필님.
부드러운 바람을 만질 수 있는 강입니다.
언제 저리로 가실 기회가 오면 맨발로
걸으실 거지요?
^^*
색연필님과 섬진강 참 어울립니다.
Lisa♡
2008년 4월 7일 at 12:04 오후
천왕님.
전생의 인연이라..
후후후…
나도 그럼 그 때 가볼까나?
이번에 진주의 천황식당 가봤는데
모르고 첨에 천왕식당인 줄 알았답니다.
Lisa♡
2008년 4월 7일 at 12:05 오후
음마~
데레사님.
줄잡고 타는배 안타봤는데–
그렇게 즐거운 놀이가 있었나요?
와…
물 위에 떠있는 집은 가봤는디…
데레사님 모르시는 게 없네요?
Lisa♡
2008년 4월 7일 at 12:07 오후
주주님.
남녁엔 4월이 파릇파릇하더군요.
황량한 4월은 어디에도 없을텐데
혹시 그 때 기억 속의 4월은 주주님 마음이
황량한 때였나봐요~~^^
언제 4월에 오시면 반드시 쌍계사와 섬진강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원스에 나오는 곡 맞습니다.
아주 좋은 영화였지요?
2007년의 최고로 작은 자본으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수준이 있는 영화지요.
Lisa♡
2008년 4월 7일 at 12:07 오후
래퍼님.
래퍼님은 더 좋습니다~
김현수
2008년 4월 7일 at 12:14 오후
리사 님, 섬진강은 하동방면이 좋은데..
하동에서 섬진강을 따라 화개방면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제법 널찍하게 나타나는 들을 끼고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주무대가 되었던 평사리가 있다.
평사리 초입에는 고소산성이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평사리에 들어서면 앞에는 넓은 들판에 뒤로는 나지막한 산, 산과 들이 만나는 곳에 아담하게 모여있는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평사리의 들판, 무딤들은 하동에서 가장 많은 보리생산량을 자랑할 정도로 기름지고 넓다.옛말에 [악양의 거지는 1년을 놀고 먹어도 몇집 남는 다.」했을 정도로 평사리는 예부터 부자동네였다.
작가 박경리가 이곳을 소설의 무대로 삼은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때문이다. 1960년대의 어느날, 화개의 친구집을 방문하는 길에 이곳 악양의 무딤들을 보고 당시 구상하고 있던 토지의 무대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경리는 정작 평사리를 가보진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평사리에 가보면 소설속의 동네와는 판이하게 다름을 의아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다는 문학적 의미와 작은 돌담들 외에는 별다른 볼거리조차 없는 평사리 끝자락에는 최근 소설속 최참판댁 건물이 지어져 있다. 옛부터 평사리에 있어 온 집이 아니라 하동군에서 박경리 선생님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토지]의 문학사적 의의를 제고하기 위해 토지의 출발점이자 주요무대였던 이곳에 소설 속의 공간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Lisa♡
2008년 4월 7일 at 1:00 오후
현수님.
하동방면으로 갔다 왔는데요..
최참판댁을 여러 번 지나갔는뎁쑈.
하여간 그런 뒷 얘기가 있었군요.
마늘밭이랑 콩밭이랑 뭐….청보리랑 고사리밭까지
죄 다 흝고 왔답니다.
참…기억에 남을 여행이었지요.
ariel
2008년 4월 7일 at 1:33 오후
사진들 멋있다.
나도 이런 곳 가보고 싶네요..^^
오늘은 바빠 그곳가서 낮잠도
못 잤는데.. -_-
섬진강.. 멀으네요..ㅠㅠ
Lisa♡
2008년 4월 7일 at 1:37 오후
아리엘님.
사진 좋아요?
진짜 찍사들이 보시면 웃겠지만
아마츄어들한테는 좋아보일 수도 있지요.
핀트 맞지않고 흔들려도 분위기로
좋을 수 있으니깐요~~ㅎㅎ
임부장
2008년 4월 8일 at 2:16 오전
섬진강 다녀 오셨군요.
친구가 근방에 살고 있어 오라오라 하고 가마가마 한게 어언 3년이 넘어 갑니다.
금년에는 어떻게 한번 가게 될라나…^^
Lisa♡
2008년 4월 8일 at 10:14 오전
가마가마하지말고 얼렁 가야합니다.
사람이라는 게 오라할 때 가야지 나중에 가려면
모든 상황이 변해 있을 수도 있으니
때에 맞춰서 빨리 움직여야 유리합니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요.
Potpourri
2008년 4월 13일 at 1:30 오후
하동,구례…….이 지명도 기분 좋지만
피아골,섬진강,平沙里,재첩국……….
이 이름들으면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며
그곳에 가고 진다.
지금가면 좋을 때다.
Lisa는 그런 점에서 나와 좀 닮은데가 있는 것같다.
내가 알기론 섬진강은
지리산 피아골에서 發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용택 시인은 평사리 가까운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다.
사진을 보니 그곳이 평사리 같기도 하다.
4년전 멕시코로 떠나기 한달전 5월초쯤
난 혼자 섬진강을 찾은적이 있었다.
세상이 싫어서………..
강변에 혼자 안자
강건너 산위에 넘어가는 해를 보며
석양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였던
강물을 바라보며
그곳에서 그대로 죽고 싶었었다.
Lisa♡
2008년 4월 13일 at 2:19 오후
포푸리님.
마지막 부분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안자가 아니고 앉아…ㅎㅎ
피아골, 재첩국, 평사리..정말 좋은 지명들이네요.
박경리선생님은 평사리를 가보지 않고 글을
듣기만하고 쓰겼다고 하네요.ㅎㅎ
김용택님은 직접보니 정말 못생겼더라구요.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