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피곤함을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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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물든 마음은 쉽사리 꺼지지 않는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잊게 한다는 것과 그 후에 힘이 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밤 비오는 고속도로를 밤에 혼자 운전한 탓인지

어깨와 등이 뻐근한 건 사실이다.

밤 8시에 출발해서 11시에 집에 도착했다는 건 경이로웠다.

의기양양해진 나.

집에서 좀 쉴까..했더니 누가 또 잠시 고속도로 뛰잔다.

하는 수없이 대전을 운전해서 미친 듯 날아갔다왔다.

계룡산은 아주 장대한 남성같았다.

동학사 앞은 분주하고 법석스러웠다.

내 스타일 아니다…근처에 갈 일이라 갔지만 기분 별로다.

이제 벗꽃이 필려고 팝콘이 터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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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낡고 오래 된 것들을 좋아한다.

직접 그런 곳에서 살아도 무방하다.

골동품같은 낡은 창고같은데서 페인트색에 세월이 그대로 묻은

그런 허름한 집에 온통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물건들을 빈티지스럽게

해놓고 세련되게 살고 싶다.

지나가다 이런 간판이나 흔적이 고이 남은 것들에 매료된다.

마음같아서는 다 모으고 싶지만 고물상하냐고 할까봐 참는다.

하지만 진짜 고물같은 집에서 예술적으로 살고 싶다.

뭐든 오래 된 것들로~

전화기도, 선풍기도, 문패도…텔레비도, 커피머신도.

위의 간판을 보면 실내마차에선 동동주도 팔고 커피도 팔지만

팥빙수는 모야?

거기다 떡국은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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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문도.

지붕 위의 타이어도.

창이 작아서 잠은잘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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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들떠 보지도 않는 녹슬고 낡은 의자.

풍경이 쓸쓸하다가도 한가롭다.

이런 것들조차 사랑스럽다.

시간이 머무는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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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에 쌓여 주인에게 버림받은 워커.

한 장의 그림에 묻은 세월처럼…그렇게.

인생의 뒤켠에있는 노숙자들이 떠오른다.

어떻게 이렇게들 다른 생을 사는지…?

산 가에 핀 머위잎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경험이 주는 관심이다.

세탁소를 들러서 남편 옷을 맡기고 맡겼던 내 옷을 찾는다.

길에 차들이 빡빡하게 서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지났다.

누군가 문자를 보냈다.

세상이 흔들린단다, 나 때문에…

내가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존재라도 된다면 기꺼이 흔들겠다.

누런 종이에 싼 봉투 풀어서 식은 빵을 찍는다.

그리고 두 개 먹는다.

구석에 뭉쳐 둔 봉투에서 천혜향도 하나 쪼개본다.

10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4월 7일 at 3:01 오후

    리사님…

    이웃들간의 재미난 이야기책..
    내어보세요..

    정말요..

    피곤하심에도..여전한 미소..

    리사님표 미소..   

  2. Lisa♡

    2008년 4월 7일 at 3:03 오후

    진아님.

    빨리 주무세요.
    저도 이제 자려구요.

    ……재미난 책 재밌을래나?
    후후후.

    짐정리 다 끝났어요?   

  3. 김진아

    2008년 4월 7일 at 3:13 오후

    짐정리..거의다 끝나가요..
    해연님께서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중간에..비흩뿌리기전에..씨앗 못뿌릴뻔 했어요..

    어제..옥상에..
    상추,쑥갓, 아욱에다..
    미니장미와 금잔화 코스모스까지..
    계절별로 손보아놓고..

    음, 잘될지 모르지만,
    설악초도..씨앗모은것으로 심어놓았지요..
    한달정도 지나야,짐이..제대로, 제자리 찾을것 같아요..
    ^^   

  4. cecilia

    2008년 4월 7일 at 4:14 오후

    저도 낡은 것을 좋아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제 새것을 좋아하는 버릇을 만들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5. Lisa♡

    2008년 4월 7일 at 11:19 오후

    진아님.

    설악초가 뭐예요?
    다른 건 다 아는건데.
    설악초라하시니 이름이 낯설어요.
    꽃인가봐요.
    한 달이면 양반이지요.
    ^^*   

  6. Lisa♡

    2008년 4월 7일 at 11:20 오후

    세실리아님.

    새 것도 좋지요.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것들 말이지요.
    저는 본래 컨템퍼러리 취향이었는데
    요즘 많이 바뀌어요.
    그나저나 파리의 봄—좋겠따~   

  7. 참나무.

    2008년 4월 7일 at 11:47 오후

    ‘올디스 구디스’..요즘 영화관도…진짜 파워우먼…@.@   

  8. Lisa♡

    2008년 4월 8일 at 12:01 오전

    참나무님.

    신조어는 다 꿰고 계신가요?
    그러잖아도 제 친구 문화적인 광인간이
    그 극장 이야기하면서 벤허 이야기부터
    하더라구요.
    잘 바뀌었네요.
    얼마 전에는 오래도록 같은 간판이
    내려오지 않아서 걱정되더니…   

  9. 박산

    2008년 4월 8일 at 4:11 오전

    여행에
    참 대단한 열정의 리사님
    그 에너지에 찬사를 …   

  10. Lisa♡

    2008년 4월 8일 at 10:04 오전

    박산님.

    에너지는 있는 것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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