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川가는 기차타고 ♬

청평사.jpg

추억이라고 말하자면 대성리, 강촌, 청평사, 청평, 춘천…이런 이름은 대부분의 386세대 이전에겐

낯설지 않은 지명이다.

변함없어 보이는 강촌을 지나 소양호를 배로 지나 거친 듯 엉망인 길을 지나 청평사로 가는 길.

26도에 육박하는 온도에 태양을 피하지 않는 방법으로 걷는다는 건 도시에 살던 아녀자들에겐 다소 무리일지도.

그래도 말없이 가야할 고지를 향해 정진…그리 멀거나 힘들거나 하지 않은데 찝찝하게 들러붙는

그 날의 기온이 늘 말썽이다.

청평사의 고려시대 기단 하나를 보러 간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쌓아올린 돌들이 이룬 무늬에 취해야하는 건 다른 그 무엇에 매력이 없어서인가?

청평사 뒤로 아담하게 솟아있는 절경의 봉우리를 봤능가 몰라.

고려시대의 돌담과 조선시대의 돌담 사이에서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작가님의 설명을

귀담아 들은 이.. 과연 몇인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런 돌담의 美學을 발견했다.

초파일을 앞 둔 현재 그리 과장되거나 바빠 보이지 않는 조용한 사찰이다.

청평사2.jpg

절에 가면 약사여래가 있고 문수보살이 있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곳이 따로 있고

그러고보면 다 분리된 형태로 나뉘어져 있다.

불교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관심을 갖는 것 조차 특이할지도 모르나 다 듣고도 금방

잊고마는 나이 또한 하는 수 없다.

어쨌든 청평사는 일주문 대신 두 그루의 장대한 소나무가 있고 그것이 또한 멋진 오브제이다.

그리고 대웅전 위 쪽으로 극락전이 있고 그 옆으로 또 하나의 ..전이 있었다.

화려하지도 않고 담백한 사찰이라고 하겠다.

공주와 비단뱀 간의 사랑이야기도 있는 전설어린 곳이다.

올라오기 전에 먹은 닭갈비 탓인지 몸이 많이 무거웠다.

닭갈비에 막국수, 감자전에 도토리무침까지내 배의 한계는 어디까지?

참 동동주 있었다.

조류독감이 어쩌고 해도 없어서 못먹는 나로서는 거침없는 냠냠이었다고나 할까.

한팀이 끝까지 조류독감 운운하면 조용히 자제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김유정.jpg

김유정 문학관.

유정보다 더 유정스런 사무관님의 설명이란다.

순수한 문학청년의 기본, 대표주자라 할만한 그가 때묻지않은 목청으로 이야기한다.

김유정의 소설 31권 중에 4-5권은 읽고 나온 느낌이다.

그가 언급한 유정의 단어들..촌스럽고 유쾌하다.

쌩이질, 만무방, 따라지, 들병이,뭉태, 봄감자 …요즘 쌩깐다는 말이 있는데쌩이질에서 유래된 단어인가?

유정은 29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 젊은 나이에도 31권의 길고 짧은 글들을 썼으니 천재인가.

봄봄, 동백꽃으로 대표되는 그의 글은 순박하고 춘천의 실레마을을 배경으로도

많이 씌여졌고 젊은 남녀의 청춘, 사랑등에 대한 소박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가 사랑한 박녹주의 사진도 보고 한 때 그가 바라봤을 실레 마을의 아름다움도

감상하며 문학관을 나섰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생가나 문학관을 가면 거의 비슷비슷한 집들에 꾸며 논 기념관도

천편일률적이다.

눈으로 보는 것에는 별로 의미를 느낄만한 수준이 못된다는 뜻이다.

개성이랄까..그 작가가 갖고 있는 분위기를 살리면 좋을텐데.

근처에 김유정 간이역이 있는데 최초로 작가의 이름을 딴 역이란다.

누군가 김유정 문학관 가볼만 하데서 기대를 했는데 실망했다.

하지만 김유정에 대한 애정은 생겨서 예전에 읽고 잊은 그를 다시 볼 생각이다.

경험상 가봐서 손해볼 곳은 별로없다.

이날 문학관에 준비해 둔 책이 동났다.

우리 일행들이 죄다 사버렸기 때문이다.

난 한 권있는 전집을 사려다 친구랑 둘이 한 권으로 찢어야할 판이라 내가 포기했다.

그녀에게 고3, 고1 짜리 학생이 둘이기 때문에—-

아침 8시에 출발해 밤 7시에 도착한 여행이었다.

춘천으로 가는 기차를 예전에 청량리에서 탔었다.

그때 춘천서 데이트했던 멋지게 보이던 그 남학생..어디서 무얼 하는지.

그도 춘천가면 내 생각을 하기는 할까?

기차가 끊어지기만을 기다리던 그 시절이었던가?

20 Comments

  1. cecilia

    2008년 4월 19일 at 4:26 오전

    김유정!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해학을 좋아하죠.
    불우한 시대를 살아야만 좋은 문학이 되는 것, 무엇이든 이루려면
    그만큼의 댓가를 치루어야한다는 진리를 말하는 것같습니다.
       

  2. ariel

    2008년 4월 19일 at 6:49 오전

    저도 학생들과 갔었는데..
    벌써 오래된 추억,,
    갑자기 가르치던 시절이 그립네요.
    그 순수한 얼굴들,,
    호기심 있는 얼굴들,,
    ^^   

  3. 수홍 박찬석

    2008년 4월 19일 at 9:30 오전

    저도 기차여행 한 번 해보고 싶네요.   

  4. 화창

    2008년 4월 19일 at 9:47 오전

    대성리, 청평 다음에는 상천, 상색, 하색,가평인데………

    하색에 우리 종중산이………ㅎㅎㅎ   

  5. Lisa♡

    2008년 4월 19일 at 11:06 오전

    세실리아님.

    국어선생님 출신답게??
    혹시…..

    어려운 인고의 세월이 좋은 문학을 낳게 하지요?
    좋은 문학을 할 것인가
    아니면 편하게 살 것인가
    뭘 택해야하나——
    댓가는 어디든 있는데 얼마나 혹독하냐는 것인가요?   

  6. Lisa♡

    2008년 4월 19일 at 11:07 오전

    아리엘님.

    가보셨군요.
    그래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부분이라
    들으니까 그립지요?
    김유정이 그렇게 젊은 나이에 간 줄 몰랐답니다, 저도.   

  7. Lisa♡

    2008년 4월 19일 at 11:07 오전

    수홍님.

    저는 버스타고 갔어요.
    후후~
    단체버스관광으로요.   

  8. Lisa♡

    2008년 4월 19일 at 11:09 오전

    화창님.

    히히히히——
    이름도 잘 외우시네요.
    하색에요?
    그럼 그리로 가끔 갈 기회가 있으시겠네요.
    종중산도있고 가문이 좋은가봐요?
    우리는 이북내기라서인지 그런 것두 없구~~ㅎㅎ   

  9. 참나무.

    2008년 4월 19일 at 2:37 오후

    올개 봄은 리사 핫 님 혼자 다 가지세요…ㅎㅎ

    저 위에 민들래 토종아닌가요??    

  10. 아멜리에

    2008년 4월 19일 at 9:01 오후

    단체관광을 다녀온 모양인데요. 문학기행?
    암튼 저 작은 사진을 아무리 살펴봐도 리사님은 안보임다.
    찍사 노릇하니라 빠진겨?

    의미있는 봄나들이네요. 아하, 하얀 민들레도 봤구낭.    

  11. Lisa♡

    2008년 4월 20일 at 1:41 오전

    참나무님.

    이상하게 올 봄에는 꽃구경 많이 가게 되네요.
    나 혼자 다 가져도 되겠어요?
    체하지나 않을런지…
    후후후—–참나무님은 실내로, 저는 밖으로~   

  12. Lisa♡

    2008년 4월 20일 at 1:43 오전

    아멜리에님.

    현대백화점에서 가는 여행팀에 끼어서 갔답니다.
    저는 어영부영 그런 팀에 잘 끼어서 다녀요.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저랑 친구 몇몇이
    기 중에 젤로 어린 편이지요.
    저기 사진에는 제가 없구요—가운데 하얀 가방에 제 친구지요.
    저는 사진을 잘 안찍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혹가다가
    하나씩 찍으면 여기 반드시 올려요—-ㅎㅎ   

  13. 광혀니꺼

    2008년 4월 20일 at 2:40 오전

    알싸한 동백꽃향을 이야기하던
    김유정이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김유정이 말하는 동백이
    남도의 동백과 다르다는 사실은
    학교 졸업하고 한참 후에야 할았습니다.
    ㅎㅎ;;

       

  14. Lisa♡

    2008년 4월 20일 at 2:43 오전

    광여사.

    동백꽃도 종류가 많지요?
       

  15. 한들가든

    2008년 4월 20일 at 4:33 오전

    돌아 댕기다가 다리가 아야 하거든
    군소리없이 옵빠 한테 온나,

    역시 리사다운 필체의 흐름에
    기행과 설명 멋지군

    또한 사진구성 좋았써~ 하하하핫~

    두릅 무침하고 점심같이 묵짜,^^

       

  16. Lisa♡

    2008년 4월 20일 at 5:21 오전

    한들오빠..

    5월 첫주에 갈꾀요~~
    울남편과 함께——
    5월4일에 매기찜 먹을 수 있나?   

  17. 청산

    2008년 4월 20일 at 5:21 오후

    1970년대 군대생활을 춘천 샘밭에서 한 저로서는 춘천이라는 도시와 인근 마을들이 정이 갑니다. 옛 시절을 생각하다가 다시 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마음입니다. 뜨거웠던 청년시절 3년의 추억이 어린 곳의 이야기를 가져다가 제 블로그에 올리고 싶습니다.   

  18. Lisa♡

    2008년 4월 20일 at 10:59 오후

    청산님.

    얼마든지 그러세요.
    군대생활을 춘천에서 하셨군요.
    좋은 곳에서 하셨네요.
    지나고나면 다 그리운 시절이지요?
    좋은 추억 감상하세요~~   

  19. 데레사

    2008년 4월 20일 at 11:57 오후

    우리동네에 춘천까지 바로 가는 시외버스가 있는데
    짬내서 한번 탈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뭐니뭐니해도 춘천은 기차타고 가는게 더 아름다운데…..

    리사님.
    마음껒 즐기면서 사시는것 같아 보기 좋아요.
    행복하세요.   

  20. Lisa♡

    2008년 4월 21일 at 1:29 오전

    데레사님.

    그 동네에서 춘천가는 버스가 있다구요?
    평촌서요?
    ㅎㅎㅎ——
    슬슬 다니세요….그러다 병~~나요.
    기차는 청량리역이나 팔당역에서 타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즐기는 건 데레사님께서 더 하신 것 같은데
    늘 즐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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