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April-morning이다.
금방 키크는 사춘기 아이처럼 겨우내 죽은 모양이던 나무에 초록생기가 쑥쑥
겁나게 올라온다.
쬐는 폴로청치마에 진달래핑크색 가디건 세트를 입고 만원을 주고 일본 여행시에 산
쬐끄만 머플러를 두르고 굽낮은 가짜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나섰다.
룰루랄라~
車는 잠시 잊어줘…
‘ㅇ’ 의 차를 얻어타고 코엑스로 가서 로미오와 줄리엣 결혼하다를 봤다.
그야말로 순수한 웃음을 낄낄거리게 만드는 브라질영화다.
안과의사인 로미오는 Corintians 팀의 열렬 팬클럽회장으로 아들 하나를 둔 독신이다.
부모는 잃고 할머니가 살아계시는데 그 할머니도 광팬으로 한 몫한다.
줄리엣은 라이벌 팀인 Palmeiras 의 둘째라면 서러운 팬으로 어려서부터 지독한
축구광인 아버지의 비호 아래 미스 팔미라스에 등극하기도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팔미라스팀의 회장으로 눈만 뜨면 축구에 흥분하고 전세기를 내어
도꾜까지 팔미라스팀을 응원하러가는 열혈만땅 광팬 변호사다.
두 라이벌 간의 사랑이야기로 시종일관 웃긴다.
우리 영화의 코믹한 부분과 비교해보니 얼마나 신선한 소재인지…
가문으로~시작하는 저질 코미디 영화와 화장실 개그에 지저분한 에로까지 합친 욕설난무형
한국영화가 비참해지기도 했다.
마지막 결혼식에서 양쪽으로 갈라진 팬클럽들…재밌다.
브라질 사람들 참 다혈질이다.
영화는 고이 키운 딸이 사별의 경험에 장성한 아들까지 둔 남자를 데려와도 그런 상황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축하해주는사고가 새롭다.
물론 촛점 자체를 축구 팬클럽 간의 싸움에 두기는 했지만.
모든 사람의 현재는 결국 그 사람의 과거의 집대성이다. 그 사람이 일찍이 읽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것, 누군가와 나눈 인상적인 대화의 전부, 마음속에서
자문자답한 모든 것이 그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현존재를 구성한다.
….숙고한 끝에 했던, 혹은 깊은 생각없이 했던 모든 행동, 그리고 그 행동들에서 얻은 결말에
반성과 성찰을 보탠 모든 것, 혹은 획득된 다양한 반사반응이 그 사람의 행동 패턴을 만들어 간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 中에서 밑줄 좌악~한 부분이다.
맞다.
내가 살아 온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들이 내 존재의 일부이고 나이다.
내가 해 온 여행, 내가 먹은 음식들, 들은 음악들, 책들, 친구들, 이야기들이
다 내가 나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고 필수적인 요건들이다.
선택해서 얻어지는 것도 있을 터이고 불가결하게 얻어지는 것들 속에서
내가 자라왔고 성장해 왔다.
고민했던 많은 날들, 선택의 귀로에서 방황했던 그 지적들, 만난 이들과의 희노애락들이
현재의 나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다.
지금도 우울하고 흔들리는 목적들이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소홀해지기 어려운 소소한 것들이 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다 귀중해진다.
겨우내 앙상하던 가지에 생명이 깃들어 다시 살아나듯 인간도 그렇게 다시 피고
새롭게 싹이 돋고 그러기를 열망해본다.
오공
2008년 4월 19일 at 8:28 오전
18일 의상컨셉으로 튀어나온 똥배 괜찮을까요?
요즘 제가 심하게 살이 쪘어요.
리사님이 괘찮다면
나도 리사님이 주신 청치마 입을라꼬.
Lisa♡
2008년 4월 19일 at 11:15 오전
오공.
쫌 찌면 어때서?
그것도 나의 일부일텐데–ㅎㅎ
농담이고 튀어나온 똥배로 치자면
나도 있는데 자기가 왜그려?
큰 손수건 하나 준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