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부터 청소 시작..먼저 침대의 커버를 다 벗겨내고 이불들을 걷어서
밖으로 갖고 나가서는 놀이터의 철봉에 걸었다.
골프채를 갖고 나가서 먼지를 부러져라 털다가 거풍시키느라 널어둔대로
한나절을 그대로 햇볕에 소독을 시켰다.
나머지 커버는 하얀 먼지가 나도록 털어서(진짜 먼지 많이 났다)세탁기로~
침대 시트도 뒤집어 놓으려고 보니 침대 아래가 먼지덩어리들의 집합체였다.
뭉쳐서 떼를 이루고 있는 먼지들이 너무 끔찍하게 싫었다.
아이들이 유학을 가고 침대 아래를 본 적이 없다.(본다본다하는 게 이제사~)
나의 지독한 게으름 탓이다.
별의별 잡동사니가 먼지에 쌓여 굴러 다녔다.
진드기 청소기를 믿어도 될까?
딸이 신던 꼬불이 슬리퍼도 나오고, 우리 엄마가 쓰던 침대에서는 머리맡에서 저렇게 펴 놓은
끈(뭐라고 하더라?) 들이 모아져 있었다. 우리엄마는 대단한 절약가였고 난 그 걸 궁상이라 생각했다.
가끔 내 모습에서도 저런 기운이 남아있으니 영락없는 핏줄이긴 하다.
비닐도 차곡차곡 접어 두고 신문은 1mm도 어긋나지않게 자처럼 접어 쌓아놓던 울엄마.
엄마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방을 다 정리했는데도 저렇게 남아있다가 다시 생각케 하니 다행이다.
김군이 발견했는데 버리라고 했더니 아무 말없이 내 손에 쥐어주며 "장모님이 이렇게 놔두었네" 란다.
베개는 창 앞의 베란다에 걸쳐놔서 소독을 하느라 낮동안 하얗게 태양을 쐬었다.
비타민 D 많이 생성되었을까?
딸 침대 아래서 나온 잡동사니들..라이터? (혹시 우리 딸이…)
분홍 마스크는 청소하는내내 내 얼굴 앞을 가리고 있었다.
딸이 모아 둔 박스 안에는 쪽지 편지까지 잔뜩 있었다.
생일에 받은 각종 수첩들과 편지지들이 가득 찬 박스를 어째야 할지.
어제 전화할 때 잔뜩 감기가 들어 코맹맹이 소리를 해쌌더만….
부엌 창이다.
얼마 전부터 안 쪽 그물창과 바깥 쪽 우리 창 사이에 거미줄 하나가 흔들거려서 찜찜했다.
이왕에 시작한 청소 이 거라도 해버려야지 싶었다.
바깥 유리는 못닦아도 안 쪽 그물창을 떼어내어 씻었는데 Before와 After의 차이가 별로 없어뵌다.
하루 이틀 상간에 초록이 무성하게 올라왔다.
자고나면 쑥쑥 큰다는 중학교 머슴애들 같으니 … 좀 천천히 즐기게 해주지.
연두는 짧기만 하다.
2시 반까지 청소에 열중하다보니 점심을 굶었다.
김군과 둘이서 해결한 점심이다.
조청에 찍어 먹은 백설기—ㅎㅎ
오랫동안 냉동실에 넣어 둔 떡인데 기간이 지났는지도 모르지만 맛있다.
무우로 만든 조청을 사두고 조림을 할 때 자주 썼다. 생강조청도 샀는데
워낙 생강엿을 좋아하다보니 이미 다 먹었다.
대패로 미는 생강엿 대신 조청이라도 먹고팠다.
4시 반에 해도 빨리 들어가 가위를 들고 나물캐러 나갔다.
지천에 돌나물이다.
날씬한 돌나물과 뚱뚱한 돌나물, 짙은 색 돌나물과 옅은 색 돌나물이 있다.
납작하게 돌미나리도 여기저기 나오는 중이다.
시금치는 작 년에 심어 둔 모양으로 듬성듬성 여기저기 조금씩 올라왔다.
기분인데 뿌리가 몸에 좋아보여 뿌리까지 캤다.
두어 번 무쳐서 먹었더니 여린 것이 여간 맛있는 게 아니었다.
기를 쓰고 샅샅이 뒤져서 거의 다 캤다.
작고 이제 올라오는 건 다음을 위해서 남겨두는 센쓰~
어제 무친 시금치 나물이 한 끼 거리가 남아있길래 저녁엔 돌미나리만 겉절이 했다.
옥천냉면집에서 사온 완자를 구워서 여러 나물들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이 없다.
청소 탓인지 뿌듯한 하루다.
다음엔 옷장 청소 돌입해야겠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가 없지만.
보미
2008년 4월 20일 at 1:30 오후
리사님 생강엿 좋아하셔요?
구정에 담양 어디선가 옛날 방식으로 만든
생강엿 한당세기 (대나무바구니) 보내왔던데
냉장고 냉동실 보관 할자리 없어
밖에 두었더니 완전 큰 엿한판
입이 궁금 하면
조그만 망치로 탁탁 두들겨
먹고 아직 도 좀 남아 있는데
좋아 하시는줄 알았음 두릅 보내드릴댸
같이 좀 보내드리도 되는데.
지금 날씨 더워 밖에 조금만 두어도
찐덕 찐덕 묻어나요
근데 참 열시미 사시네요
나는 완전 날라리.
Lisa♡
2008년 4월 20일 at 1:49 오후
보미님.
이렇게 적어놓고보면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요.
저 절대로 열심히 사는 편 아닌데…
보미님이야말로 열심히 사시는 거 아닌지요.
농사짓는 분들이 젤로 부지런하잖아요.
존경해요.
열심히 땅을 갈고 밭을 일구는 그대를..
김진아
2008년 4월 20일 at 1:49 오후
전 오늘 오전에..옷장정리..끝내었어요..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여름이 곰방 올것 같아서요..^^
어머님이 남겨놓으신,
가게에 가면, 특히 빵집이나, 비닐포장 많이 사용하는데에..
중간묶음의 비닐모음을 묶어주는 저런것들..
저도 많이 모아두었다가, 요긴하게 사용한답니다.
알뜰하셨던 어머님..
그래서, 시간까지 알뜰하게 사용하시는 리사님이..
누굴 닮으셨는지..조금..알것 같습니다.
어느 부분만큼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는데..
저는..그 어느 부분에도 별반 없는것 같아요..^^
리사님..
건강하세요..
행복한 일기..감사합니다.
Lisa♡
2008년 4월 20일 at 1:52 오후
진아님.
개콘 보면서 컴퓨터 하고 있답니다.
알뜰하다는 말 너무 좋아하는데….
ㅎㅎ—-쌩유~~
오드리
2008년 4월 20일 at 2:23 오후
나는 한국에서 슈퍼에서 파는 호박역 한봉다리 사다가 요즘 매일 먹어요.
사탕처럼 포장된 것. 그거라고 맛있어요. 생강엿 생각만해도 침이 꼴갓 넘어가네.ㅎㅎ
오공
2008년 4월 20일 at 2:32 오후
청소..느무느무 하기 싫지만
하고나서의 그 뿌듯함..찌찌뽕.
shlee
2008년 4월 20일 at 10:51 오후
일기검사 후
잘 했어요
도장 받는 날
^^
부엌창
방충망을 씻어야 하는데…
나의 경험상
정말 달라 지던데..
^^
딸의 흔적
엄마 흔적
마음의 흔적이
남는 날…
청소해도 남는 흔적들
마음이 아파서
몸도 아픈건 아닌지?
Lisa♡
2008년 4월 20일 at 10:55 오후
오드리님.
호박엿…ㅋㅋ
난 생강엿만 좋아하는데 호박엿도 먹다보면 금방 여러 개 먹게 되요.
그 대패로 미는 생강엿–먹고 싶죠?
어디가야 사먹나?
그 엿 먹고프다는 사람들 꽤 되던데.
이 참에 그 장사를?ㅋㅋ
이빨 빠질라~~조심.
Lisa♡
2008년 4월 20일 at 10:56 오후
오공님.
찌찌뽕~
어제 잠이 잘 오더라니까요.
포근한 느낌의 뽀송뽀송한 이불.
Lisa♡
2008년 4월 20일 at 10:58 오후
쉬리님.
흔적들이 마음 아프다기보다는
흐뭇하고 이런 흔적들이 상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니까 좋아요.
생각한다는 것—-너무 좋아요.
생각하면 기분 좋은 사람들이라서요.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건 기억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어차피
다 행복할 겁니다.
몸은 아프다 말다가 하는데 뭔지
정체를 알 수가 없네요.
八月花
2008년 4월 21일 at 1:00 오전
힘들었겠당.
나도 빚진거 같은 이 기분을
말끔하게 털려면
대청소 함해야 하는데…
아유, 개운하겠어요.
부러버…
Lisa♡
2008년 4월 21일 at 1:31 오전
팔월화님.
대청소 강추~~
두 달에 한 번 쯤은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생각만…
이 번 청소는 몇 년만에 한 거예요.
미친다……나 이래요.
어쩔 땐 침대 아래서 잃어버린 수표도 나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