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 만남, 또 하나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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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의 기온이 편하다.

아침부터 별 일없이 여유자적했다.

T를 만나기로 한 약속도 있었고

그냥 서서히 흐린 뒤, 맑고 바람이 부는 그런 날이었다.

전화도 오고

일기도 쓰고

옷도 태연하게 입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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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가 2시 10분에 운명하셨다.

상대야 어떻든 내게는 친아버지같던 존재다.

상실감보다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느낌.

이제 집 안의 어른은 안 계신다.

그렇게 눈물도 나지 않는다.

편히 가신 분을 위하는 건 그냥 좋은 생각들을 하는 거다.

좋았던 추억들, 결혼초기부터 주말마다 만났던 장소들.

우리가 가면 좋아서 신이 나 하시던 모습들.

맛있는 집 오려놨다며 신문 스크랩을 내게 보여 주시던 그림같은 기억들.

더 초췌해지게 상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좋은 계절에

평소의 낙천적인 성격마냥 …좋은 곳으로 편히 가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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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남을 한다는 건 또 하나의 새로운 이별을 해야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언젠가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인간의 숙명이기에—-

그래도 만남은 좋다.

만남이란 호기심과 살아있다는 존재감이 있다.

나의 소속에 대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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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간 느낌이 드는 날이다.

깨끗하게 정리되는 날이라는 생각.

사람들.

종교라는 것.

가깝지 않던 사람조차 가까워 보이는 시간.

미처 판단 못한 상대에 대한 또 다른 모습들.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도종말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일까.

24 Comments

  1. 슈에

    2008년 4월 23일 at 11:29 오후

    죽음후에 더 좋고 편한세상에 가셨을꺼예요..~~!!

    그래서 저도 언젠가 닥칠 죽음에 대해

    언제나 담담하게 받아들이게되는것같아요.

    2틀전 친정아버지 돌아가신지 2주년 ..

    갈수없어 집에다 하얀국화꽃으로 대신했지요.

    아직도 은은한 향기가 거실에 가득~~그분의 향기처럼.   

  2. 흙둔지

    2008년 4월 24일 at 12:17 오전

    위 사진에 보이는 무스카리 꽃들처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낙원에서 영면하시기를…
       

  3. t루디

    2008년 4월 24일 at 12:58 오전

    가까운 분의 죽음앞에서
    담담할수 있다는 것
    아무나 할수있는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어제 반가웠고 고마웠어요.   

  4. 김진아

    2008년 4월 24일 at 1:30 오전

    리사님…….

    이별은 여전히..힘이 듭니다.
    가까운 분과의 이별앞에선 더더욱…

    ..   

  5. 풀잎사랑

    2008년 4월 24일 at 1:55 오전

    그래도 보내드리는 분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회한뿐이더라구요.
    시일이 지나면서 함께했던 추억의 장소나 기억나게하는 모든 것이…

    좋은나라로 가셨으리라… 감히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6. 봉쥬르

    2008년 4월 24일 at 2:58 오전

    더 행복한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습니다.

    리사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7. Beacon

    2008년 4월 24일 at 3:11 오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8. 테러

    2008년 4월 24일 at 6:32 오전

    그래도 복 있는 분이시네요… 꽃 피고 아름다운 때에 좋은 곳으로 가셨으니까요…
    지나다가 국도변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면 이때가 생각나고… 그러실거예요…   

  9. 파이

    2008년 4월 24일 at 12:33 오후

    살아계시는 동안 그 분에게 열심히 잘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0. 래퍼 金愛敬

    2008년 4월 24일 at 1:04 오후

    영원한 안식..참 평안 누리시길 바랍니다..   

  11. 운정

    2008년 4월 24일 at 1:23 오후

    좋은 계절에 가셨으니 다행이에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2. 데레사

    2008년 4월 24일 at 1:25 오후

    부모님 세대께서 한분 한분 가실 때 마다
    이제는 우리들, 아니 내차례구나 하고 서글퍼질때가
    있지만
    리사님은 아직 종말이라든가 그런말 하면 안돼요.   

  13. Lisa♡

    2008년 4월 24일 at 1:31 오후

    알았어요—데레사님.
    후후후..호상이라 그렇게 무거운 분위는 아니예요.
    운정님.
    감사합니다.
    정말 좋으신 분이셨 거든요.
    순수하고 착하고 재미있게 사시다가 가셨어요.   

  14. Lisa♡

    2008년 4월 24일 at 1:33 오후

    파이님.

    제가 조카 며느리인데도 친 며느리보다
    더 며느리같은 분위기였지요.
    아니..차라리 저는 딸이었지요——

    래퍼님.

    지금 위에서 답답하실 거 같아요.
    다 참견하고 악수하고 말하고픈데
    얼머너 덥덥하실지…후후후.
    참견 하시는 걸 엄청 좋아하시 거든요.   

  15. Lisa♡

    2008년 4월 24일 at 1:36 오후

    테러님.

    좋은 계절에 가신 복많은 분이시지요?
    워낙 사람좋아하고 즐거우신 분이라..
    제 생일달에 가시면 자기 몫은 다 살았다고
    하더군요.

    비컨님.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16. Lisa♡

    2008년 4월 24일 at 1:39 오후

    풀사님.

    위로 감사합니다.
    두고두고 같이 했던 기억들이 그리워지겠지요.
    집 안에 어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잖아요.
    그래서 더 상실감이 다가옵니다.

    봉쥬르님.

    좋은 곳에 가셨겟지요?
    아마도….재미있고 즐거운 곳으로…
    맛있는 거 많은 장소일 겁니다.   

  17. Lisa♡

    2008년 4월 24일 at 1:42 오후

    트루디님.

    담담하다는 제 모습 사실입니다.
    미리 짐작하고 많이 준비했 거든요.
    인간이기에 어차피 헤어져야 하고…
    죽음은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

    진아님.

    좋은 기억들로만
    채워진 사이라 그냥 그냥 담담합니다.
    아직 실감은 사실 안 나요.

       

  18. Lisa♡

    2008년 4월 24일 at 1:46 오후

    슈에님.

    하얀 국화꽃으로라도…잘 하셨어요.
    추억하는 것이니까요.
    벌써 2 주기가 되었군요.
    종일 생각 많이 하셨죠?
    언젠가는 닥칠 죽음—-미리 담담하게?
    저도 생각은 그런데 실제 닥치면 무섭겠죠?   

  19. Lisa♡

    2008년 4월 24일 at 1:47 오후

    흙둔지님.

    본래 생일달이 4월이시고
    꽃을 좋아하지요—
    아파트 베란다에 꽃들이 만개했는데
    정작 주인이 없으니 꽃도 밉더라구요.   

  20. 보미

    2008년 4월 24일 at 11:33 오후

    씩씩하신 리사님 이시지만 마니 섭섭 하시겠어요
    만남이 있어며 또 헤어짐이 있어니.
    너무 슬퍼하시지 마시고 천국에서 다시뵙는데 소망 두시고
    위로 받어셔요   

  21. Lisa♡

    2008년 4월 25일 at 12:05 오전

    보미님.

    천국에서 뵐 때…안 되요.
    저는 아직 50 년 정도 더 살지도 모르는데
    그 때는 천국도 다 차서 소멸되는 영혼도 있을 거예요.
    좀 섭섭하기는 합니다.
    어른이 없다는 건 어지간히 친한 남매가 아니면
    소원해지기도 하니까요.   

  22. 이영혜

    2008년 4월 25일 at 12:48 오전

    곱고 아름다운 계절에 눈 감으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들께 위로의 마음 전합니다.
    리사 님의 글을 통해 지면 안면을 익혔는데…
    담담해하시는 리사 님이지만 두고두고 가슴 허해하실 것 같으네요.
       

  23. Lisa♡

    2008년 4월 25일 at 1:41 오전

    영혜님.

    고맙습니다.
    누구나 다 하는 이별인 걸요.
    속으로는 더 큰 고생 않고 가시길
    바랬답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정신잃지 않고 계시다가
    가신 것이 축복이기도 하지요.
    꽃들이 아름다운 계절이지요?   

  24. 광혀니꺼

    2008년 4월 25일 at 8:53 오전

    이런이런~
    큰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야 글을 보앗습니다.
    오늘 발인이셧겠군요~

    회자정리의 계절이기도 하네요.
    요즘 이때 ~
    우리 친정아버님도 이때였거든요~

    일마치시고
    푸욱 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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