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완벽하지는 못하다.
아니 미련하게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부산서 시누이가 올라왔다.
병원을 닫고 왔다며 행차한 사람처럼 굴었다.
뒷 손님들 기다리는 건 신경도 안 쓰고 상주들을 붙잡고 늘어진다.
줄이 늘어만 간다.
감당이 안된다.
아플 때 소식도 안 주고 안 올래다가 왔다는 둥 생색이다.
촌스럽다.
왜 내가 먼저 연락을 못했나하는 후회라고는 도저히 없는 사람이다.
상식이 안 통할 때는 아무리 내면이 착한 사람이라도 싫다.
마음을 다스리려고 해도 힘들다.
잘못 산 것같아 마음이 쑥쓰럽다.
누나가 되어서 동생을 헤아리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
눈치가 빨라야 출세를 한다.
고급스런 포장에 우아한 내용물들을 담은 선물들이 도착한다.
상을 당한 집에 이렇듯 우아한 선물을 필요한 곳에 보내는 지혜.
하나 배웠다.
미리 알았으면 남편 출세 시켰을까?
서열로 치자면 아랫사람이 보내야 출세를 할텐데
거꾸로 윗사람이 보내니 황송하게 두손으로 받들어 모신다.
그래서 출세를 미리 했나보다.
정성껏 표시없게 매듭달린 보자기에 싼 격조있는 떡과 안주들이 먹기에 아깝다.
본래 큰 병원 영안실에는 음식물 반입금지인데 출세를 하다보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든다.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출세를 하라~
조용히 눈물을 많이 흘렸다.
운명을 달리하신 분 때문이 아니라 내 자신이 서러워서이다.
잠이 오지도 않는다.
뭔지 모르지만 많이 서럽다.
인간관계가 싫어진다.
대부분 자기 잘못은 생각않고 서러워하니 나의 그릇된 사고를 고쳐야겠다.
누가 뭐라진 않았지만 어쨌든 서러운 밤에 비까지 온다.
실컷 소리지르며 울고나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
쌍방이 있는데 한 쪽이 가만이 있는데도 나머지 한 쪽이 울면서 떠들어대면
당연히 사람들은 그 쪽으로 귀기울이게 된다.
그러면 조용히 가만있는 상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항변의 기회조차없이 50%는
오해의 눈길을 받기도 한다.
조용히 있는 선함이 능사가 아니다.
때론 각본에 없는 눈물도 흘릴 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목소리가 커야한다.
별일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보고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이다.
꼬박 샐 것같은 밤이다.
커피탓인가?
어쨌든 기분은 쑥쑥하다.
얻은 게 있는 날이었다.
친구가 상을 당했을 때와 누나가 시모상을 당했을 때 매일 영안실에 가서 같이 있어 주었다.
이 번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가끔 눈에 보이지않는우정이 든든하다.
네잎클로버
2008년 4월 25일 at 5:56 오후
리사님 마음이 심난하신가봐요…
그래도 이렇게 일기쓰면서 조금이라도 털어놓으면
어딘지 생각이 정리가 되면서
맘도 좀 후련해지지요.
티 안내고 교양있게(?) 조용히 있어도
그 사람 맘이 진심이고 행동이 바르다면
결국 사람들이 그걸 다 알게되고 알아줄거라 생각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생각처럼 되는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살면서 종종 경험하게 되지요.
갑자기 ‘억지춘향’이랑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도 생각나고…,
당연히 상식이 통해야 하는데,
안 그런 경우 너무 많아요…
오랜만에 와서는
어줍쟎게라도 리사님 맘 풀어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두서없이 뭔 말을 했는지… ㅠ.ㅠ;;
틀에 박힌 인사지만,;;;
리사님,
애많이 쓰셨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드리
2008년 4월 25일 at 8:13 오후
그래도 바로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게 리사님의 장기이자 덕목이지요.
데레사
2008년 4월 25일 at 11:49 오후
리사님.
고생 많이 하셨어요.
오드리님 말마따나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예정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 오세요.
와잇맨
2008년 4월 26일 at 3:35 오전
카타르시스 "자기 만족, 내 멋" 으로 알고 있는데요
실컷 소리지르고 울고나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보다
provably, it would reduce you to more tears …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신나게 만들어줄 거같습니다 ㅎ
신나는 일 직접 한 번 만들어보시는 걸 고대하겠습니다 ~~~ ^ ^
풀잎사랑
2008년 4월 26일 at 3:59 오전
글을 읽으면서 괜히 제 맘이 부아로 보글보글해 지네요,
카타르시스~~~~~~
말 그대로 기분전환이 필요합니다.
아쟈~~ 빠쌰~~ 홧띵~~~~~~~~~
우울하지 마시고, 힘… 힘을 내셔요…
Lisa♡
2008년 4월 26일 at 7:18 오전
네잎 클로버님.
오랫만에 들러서 진실하고 따스한 위로의 흔적
정말 고맙습니다.
세상에 혼자 고고한 척 해봐야 소용없을 때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알아주는 사람만 있다면야 괜찮지 않겠어요?
다만 스타일은 좀 꾸겨지지요.
장례미사마치고 하관 마치고 돌아오니 허탈합니다.
깨끗하고 쌈빡하게도 헤어지니까 더 이상하네요.
오랜 만에 오셔서 슬픈 소식 읽게 해드려서 죄쏭~
네잎 클로버님.
마음 많이 풀어졌습니다.^^*
Lisa♡
2008년 4월 26일 at 7:19 오전
오드리님.
툭툭…털고 말고 할 것도 사실은 없답니다.
마음이 꿀꿀해서 그렇지요.
비도 왔다갔다하고 마음 먹으면 술 쫌 먹을 날이네요.
이제 쫌 자야지요.
잠이 올까 모르겠지만….짐 커피 마시거든요.
Lisa♡
2008년 4월 26일 at 7:23 오전
데레사님,
이제 삼오제만 끝나면 다 정리가 되는데 비교적
일은 거의 끝났답니다.
홀가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섭하긴 합니다.
카톨릭식으로 해서인지 아주 간단하네요.
Lisa♡
2008년 4월 26일 at 7:24 오전
와잇맨님.
신나는 일이 뭐–있을까요?
만들어 봐야지요.
삶에 자신이 없고 그냥 제가 아주 서민적이라는 걸
재발견했지요.
일반적이라는 게 나쁘진 않지만 지나치게 일반적인…
Lisa♡
2008년 4월 26일 at 7:28 오전
풀잎사랑님.
힘 내고 있답니다.
이미….
감사합니다.
테러
2008년 4월 26일 at 12:10 오후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어떤 교인이 제 등을 떠밀더군요…
마치 뭘 해야하는 사람이 왜 이러고 있냐는 식으로…
그 사람 마음에 안들지 몰라도 저는 충분히 슬프고 괴로웠는데도요….
어떤 표준을 만들어놓고 모두가 다 비슷해야 하는 우리식 집단정서겠지요…
그거 참 짜증납니다.. 인간관계가 싫어질 만하죠…
어쩌겠습니까… 관습과 통념의 노예로 사는 사람들을 이해해주지요 뭐…
ariel
2008년 4월 26일 at 12:35 오후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끝까지 조용히 버티고
안 울었는데 누가 나보고 정이 없어서 안 운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고.. 그냥 가만히 있었네요.
그런데 관이 불로 들어갈 때 그냥 고함을 질렀어.
더 이상 못 참겠더라고………
물처럼
2008년 4월 26일 at 1:04 오후
…
Lisa♡
2008년 4월 26일 at 1:17 오후
테러님.
관습과 통념의 노예, 저도 그 게 너무 싫어요.
그리고 이끌려 다니지도 않는 스타일이지요.
내멋대로해야 편하지요.
테러님.
우리 편하게 살기로 해요.
Lisa♡
2008년 4월 26일 at 1:18 오후
아리엘님.
버마 아웅산 사건때 다들 고함치고 우는데
한 여성만이 절대 안 울고 조용히 있더군요.
저는 그 분이 제일 아파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더라구요.
터지면 그런 사람이 더 크게 터지지요.
Lisa♡
2008년 4월 26일 at 1:19 오후
물처럼님.
하고픈 말이 없는 게 아니고
할 말이 더 많아서 그냥….?
이렇게 푸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