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오제.
4월도 지는 조용한 하루.
이집트 성지순례를 하시던 어느 신부님이 급작스럽게
사망하셨다.
우리가 삼오제를 간소하게 지내는동안 그 신부님의 장례식이
근처에서 있었다.
형제 신부님이라 들었다.
사진을 언뜻보니 참으로 곱고 자애롭게 보인다.
떠나는 당신, 그동안 속세에서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도 49제까지 기다려야 영혼이 떠나는지 모르지만
떠나는 영혼에 이별을 담담하게 고했다.
오른쪽 새엄마.
첨엔 아픈 남편을 귀찮아하는 듯도 해보이고, 병실을 일인실 쓰는 것에
상당히 불만이더니 가시고 나니 상실감이 더 한 모양..슬퍼보인다.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면 다 외로운 법이라고 애써 위로하지만
내 속으로 낳은 자식도 애먹이는데 오죽하겠냐며 한 다리 건너인 내게
많은 섭함을 표현하신다.
역지사지라고 나라면 어땠을까…고독했을 것이다.
서로의 소통이 더 큰 gap을 형성해 딸은 마지막에 돈 아낀다고, 엄마는
뭘그리 사치하냐고..둘 다 맞는 말이다.
‘큰엄마, 그동안 두 분이 즐겁게 경제걱정 않고 사시고 여기저기 다니며
하실 것 다하시고 산 것만 생각하고 그게 어디냐…고 여기세요~’
‘그래, 그렇게 생각하마..고맙다’
나도 시부모님이 두 분 다 가시자딸로 인해유산 하나없어도 그동안 우리에게
해달라는 것없이 야단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만 봐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웠다고
마음을 포기했다.
가끔 포기란 나를 그리고 주변을 편하게 한다.
친정식구들은 카톨릭이거나 무교이거나
시댁은 카톨릭으로 일관해 온 집이다.
사촌누나가 요즘 불교에 빠졌다.
아니 어떤 스님의 카리스마와 맑음에 마음을 옮겨 갔다.
이젠 아예 절을 짓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데 나까지 끌어 들인다.
스님을 봤다.
맑은 물 속에서 또렷하게 자리하고 있는 깨끗한 자갈돌을 닮았다고 느꼈다.
오늘 절사 신축식한다고 새벽6시에 같이 가잔다.
많이 망설이다가 못가겠다고 다음에 간다고 했다.
누나가 불교에 이끌리는 게 못마땅하기도 하고 피곤도 해서이다.
하지만 마음이 끌리면 그 쪽으로 가야한다고 이해한다.
종교에 대해 그렇게 편가르기를 하는 편이 아니다.
나 또한 그 스님에게로 이끌릴지 모르나 세례를 받은 이상 바꾸지는 못할 거다.
한 편으로는 스님이 올릴 의식이 궁금하기도 하다.
삼오제를 끝내고 바로 아산병원 영안실로 갔다.
누나랑 친하게 지내던 자영엄마의 남편이 어젯밤 부정맥으로 사망했단다.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딱맞다.
아들이 군에서 말년 휴가 나와있는동안 벌어진 일이라 두 딸과 함께 세자녀가 나란히..
엄마는 울지도 않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단다.
그 남자 부잣집 아들임에도 돈 하나 쓰지않고 구두쇠로 살더니
결국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갔다.
이제 돈으로 잔소리를 하던 그녀가 좀 편해지려는지…그 생각부터 났다.
만성이 된 그녀가 돈을 함부로 쓸리는 없고 아마 부창부수가 되었을 거다.
사람의 生이라는 것이 장담 못할 것이고, 내일을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이제 나도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를 실감한다.
12월에 동짓날이 老동지, 中동지, 애동지가 있다고 들었다.(애는 한자를 모르겠다)
작년이 중동지였나보다.
젊은 이들이 많이 가는 걸 보니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이런 말하면 사람들이 멀거니 보다가 실없이 웃는다.
마음이 좀 편해졌다.
참나무.
2008년 4월 28일 at 11:29 오후
웬일이지요 올개 영안실 출입이 잦네요
그래서인지 해탈한 느낌의 글을 자주 봅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이 판국에 …참나원….;;)
우리집남자도 지금 부산갔어요 사촌동생이 글쎄…
먼저갔네요 순서없이…
김진아
2008년 4월 29일 at 12:09 오전
어린이집운영하는 친구는,
2년동안에,
세번의 장례식을 치르고,
욕심을 털어내었다고 말합니다.
시어머님,친정어머님,시동생…
두 어머님 돌아가셨을땐,
꿋꿋하게 잘 치르던 친구가,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하고,
오랜 병마에서 일어나,이제 조금,
사람사는 맛을 알게되었노라는,
시동생의 그말이 유언이 될줄 몰랐다고,
그리 허무하게 가버린 시동생의 죽음앞에선,
많이,힘들어 하였습니다.
곁에서 보는 이들도,
그렇게,
훌훌 털어버리게 되는 일들..
올핸,그렇네요..웬일인지..
…
★白帆
2008년 4월 29일 at 2:00 오전
If any man wish to write in a clear style, let him be first clear in his thoughts; and if any would write in a noble style, let him first possess a noble soul.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 – 1832)
봉쥬르
2008년 4월 29일 at 2:24 오전
…… 가까운 자들의 죽음을 보면서 사는거 참 별거 아니라고…
리사님.. 많이 바쁘시네요.
Lisa♡
2008년 4월 29일 at 2:27 오전
참나무님.
맞아요.
이상하게 영안실 출입이 잦은 해예요.
살다가 이런 일이 이렇게 자주 있긴 또 첨입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해탈하라고 그러는지….one.
Lisa♡
2008년 4월 29일 at 2:30 오전
진아님.
그 친구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이 년동안 세 번의 장례식요?
이제는 저도 그 정로는 놀래지 않을 거 같아요.
살다보면 점점 잦아질 일들이겠지요.
나중에는 주변의 친구들마저..그렇게 가리라봐요.
친구가 죽는 걸 보면 참 허무하리란 생각듭니다.
산다는 게 기약이 없고 무한이 아닌 유한한 생을 사니
그렇게 아둥바둥거리나 봐요.
우리 애들은 상실감 덜 느끼게 자주 죽음에 대한
얘기를 해줘야겠어요.
Lisa♡
2008년 4월 29일 at 2:31 오전
백범님.
해석이 잘 안 되네요.
괴테의 말인가봐요.
이왕이면 해석도 멋지게 철학적으로 달아주시지.
ㅎㅎㅎ
그래도 괴테님의 말씀 잘 간직해야겠네요.
Lisa♡
2008년 4월 29일 at 2:32 오전
봉쥬르님.
그렇지요?
내가 갑자기 그렇게 되었네요.
그래도 오늘 한가합니다.
어딜가야하는데 다 거절하고
그냥 집에 있습니다.
쉬다가 저녁에 저녁약속만 있거든요.
풀잎사랑
2008년 4월 29일 at 3:18 오전
이상하게..
겨울보담 봄에 슬픈 소식들이 많이 들리더군요.
마음의 무거움을 좀 털어내시려면
바람 좀 쏘이셔야 하는데…
내일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뵙기를 기대합니다.ㅎㅎ
cecilia
2008년 4월 29일 at 5:36 오전
호상이라지만 가족들은 정신적 지주를 잃은 느낌일 것같군요.
그런 말이 생각 납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 그러나 영원히 살 것처럼 공부하라.’
Lisa♡
2008년 4월 29일 at 7:19 오전
풀잎사랑님.
목욕탕서 몸 좀 풀고 왔답니다.
시원합니다.
이제부터 재미있고 즐거운 소식만…
기대하세요.
호호호….몸도 개운하고 마음도 이젠 훨훨~
Lisa♡
2008년 4월 29일 at 7:21 오전
세실리아님.
파리의 초여름은 어떨지…
한여름은 덥긴 마찬가지더라만요.
호상은 이 세상에 없다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따지고 보면 호상이란 말은 가족들은 싫겠지요.
하지만 큰 고통없이 편히 가시면 호상이지요.
뭐—-심하게 고통을 온 가족과 본인이 당하고
가면 그건 불행이고요.
ㅎㅎㅎ….세실리아님.
파리가 그립습니다.
비오던 몽마르뜨랑 샹젤리제가…
길
2008년 4월 29일 at 8:13 오전
영안실을 다녀오면 숙연함과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주검이 삶을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는 아이러니 탓일까요? 암튼..
그동안 힘든 일을 겪으셨군요.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월, 봄볕이 너무나 눈이 부십니다.
잘 지내시기를. 리사님.^^
Lisa♡
2008년 4월 30일 at 12:53 오전
길님.
아침에 잔뜩 흐렸더니
지금은 화창하네요.
인생은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라니
잘 살아봐야지요.
많은 걸 정리하게 되네요.
감정도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