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4일 괴산 청천면 강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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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가루 날리는 5월의 첫 주.

김군과 함께 충북 <한들가든>으로 나들이 가기로했다.

군데군데 피어오르는 송화가루는 윤사월이라는 詩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2년 전에 찾았던 한들가든은 주인들은 더 젊어지고, 건물도 어딘지 정돈된 느낌을 주었다.

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그 느낌..그대로 만난 우리는 마냥 편히 좋기만 했다.

나의 블로그를 통해서 한들가든과 인연을 맺고 찾아주신 부산의 J님-감사합니다.

도착즉시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바로 법주사로 출발했다.

하늘은 흐려서 비라도 금방 뿌릴 기세에 내일의 화양계곡을 생각하면 얼른 속리산을 다녀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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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을 석가탄신일 탓인지 가는 길마다 연등이다.

법주사는 참으로 아름다운 팔상전과 원통보전을 비롯 구경거리가 많은 사찰이었다.

많은 인파들이 속리산을 찾고 덩달아 법주사를 따로 찾아 일대가 혼잡하기는 했다.

입구 주변환경이 다른 절과는 달리 널찍한 초원이 조성되어있고 조각공원까지 곁들여

있다보니 우선 산의 경치와 더불어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법주사에서 40분 정도의 시간을 보낸 뒤 운동이 고파서 3키로 이상을 걸어 탈골암이라는

근처의 작은 사찰을 찾기로 했다.

예전에 미쳐 몰라봤던 수많은 꽃들과 나무들이 어쩌면 그리도 사랑스러운지.

쪽동백, 졸참나무, 신나무, 붉나무, 광대싸리나무, 물푸레,서어나무, 신갈, 딱총, 개옻..

단당풍나무등…이름도 고운 나무들이 먼지 하나없는 말끔한 이파리로 시선을 잡는다.

하나같이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으니 왜 이제야 눈을 뜬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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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골암은 생각 외로 작은 암자가 아니었다.

새로 복원한 사찰이라 고풍함에서 은근히 감동이 배여 나오는 맛은 없었으나 와 보길 잘했다.

멀리서 물 마시는 김군의 모습 보인다.

탈골암은 약 3키로 정도라고 해서 갔는데 가다보니 이정표 입구에서 1키로 정도가 더 나온다.

화장실이 독특했으나 사진을 안 찍었다.

선암사 정도는 아니지만 재래식이고 문이 없는 오픈된 모습이었으며 스님 것과 신도 것이 따로다.

비구니들의 모습이 보이는 걸 보고 혹시 비구니 사찰이 아닌지 김군이 묻지만 나도 모른다.

이름이 탈골암이라 환골탈퇴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우리가 올라갈 때 비석에 붙어있던 어른들이 나올 때까지 글자 하나하나를 해석하느라 여전히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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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웨이.

초록이 같이 숨쉬고 어우러지며 갑자기 행복해진다.

지렁이라 얼핏 보니 뱀이다.

남편은 잡아야 한다며 잡아서 한들오빠 갖다주잔다.

예전 같으면 피했을텐데 이제는 뱀조차 어여삐 보인다.

늙는다는 증거라고 다들 그러지만 마음이 해탈했다는 뜻 아닐까?

섣부른 짐작이지만 미물들도 아름다워 보이니 마음도 편하다.

그리하여 내 얼굴이 나이들면서 더 맑고 어린아이 같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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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추억을 살려서 메기찜을 먹고파하는데 김군은 멧돼지고기를 원한다.

처음 와본 그에게 양보해야G~

맛있었다. 새로 사온 석쇠에 한들오빠의 인정을 담아 구운 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그 좋아하는 술을 끊었다니 우리는 축하하면서 한 잔, 퍼질러 앉은 땅이 좋다고 한 잔!!

마이크 잡은 남편 옆으로 마냥 인간적인 한들오빠(너무 좋다) 보이고 오른 쪽 끝으로 쉼터언니 보인다.

감자밭, 옥수수밭, 지천에 깔린 망초와 쑥, 뒤켠에 흐드러진 머위에 가죽나무로 가자는 오빠.

"리사야, 온나..가죽뜯어서 무쳐먹자"

처음 먹어 본 가죽나무-남편도 나도 맛있다면서 입맛을 확인한다.

나훈아 노래 뭇 부르면 안된다는 나훈아의 열혈광팬인 한들오빠를 위해 김군이 고향역을 부른다.

비가 와야한다는 우리의 주문에 밖에서는 비가 후드득~거린다.

그 집에 어울리지 않는 언니는 열심히 먹일거리 생각하느라 딴 생각없다.

나—멧돼지 고기 3인분은 먹었을 거다.

아직도 배 부르다.

가을 밤 같은 초여름 밤이었다.

4 Comments

  1. 봉쥬르

    2008년 5월 5일 at 10:40 오전

    햐~!!!

    낭만 그 자체입니다..
    얼마나 멋진 곳인지 상상 충분하네요.
    초여름밤 정취 물씬~….    

  2. Lisa♡

    2008년 5월 5일 at 11:22 오전

    봉쥬르언니.
    다음 번에는 유스티노님캉 우리랑 같이
    합세합세다.
    얼마나 인간적인 만남인지 몰라요.
    그리고 소개해주고파요.
    한들오빠랑 언니말이예요.
    유스티노님 오셨으면 소주가 10병은
    뚜껑열렸을낀데요.
    아하~~
    너무 좋았는데…..몰라몰라___
       

  3. shlee

    2008년 5월 5일 at 11:32 오전

    ^^
    뱀도 예뻐 보인다~~~~~~
    도가 터졌나 보다.
    ^^
    이곳은 뱀이 없어서 너무 좋은데…
    뱀 보고 신고 하면 돈을 준다던데~
    신문에도 남
    뱀 봤다~신고 받고
    출동~
    찾았는데 없더라~
    이런 내용…   

  4. Lisa♡

    2008년 5월 5일 at 11:56 오전

    사이판까지 뱀이 헤엄을 못쳐서 그런가?
    바다를 가운데 두고 못 건너 가는구나.
    ㅎㅎㅎ
    그렇다고 신고받고 출동까지
    좋은 나라네요.

    뱀도 이제는 예뻐 보여요.
    참..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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