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홧가루가 천지를 범람하는 五月에 피톤치드 가득한 어느 숲속에서 그를 만났다.
온 몸을 휘감는 짙은 솔향이 어쩌면 그리도 상쾌하던지..기억 속에 각인될 순간이다.
괴산군 청천면을 돌다 우연히 쓰러져가는 고가에 눈이 꽂혀 차를 세우고 내렸다.
까만 반들반들한 평편석으로 꾸며진 돌들 사이로 드문 잡초가 자라고 그 돌길은 산으로 이어졌다.
허술그레한 아저씨가 휘적휘적 올라가길래 위로 가면 뭐가 있냐고 물으니 우암묘가 있단다.
그러고보니 좌로 사당과 비석이 하나 고이 모셔져 있다.
국난이 닥치면 땀을 흘린다는 비석과 새로 지은 듯한 사당의 문이 잠겨져 있었다.
비석을 빤히 훔쳐보고 우리는 산길로 접어 들었다.
간밤에 살짝 뿌린 비로 하늘은 더없이 쨍하게 맑고, 숲에서 나오는 내음은 산림욕이란 이 거다..싶다.
괜히 여유로와지고 뿌듯하게 팽대한 가슴이 되어 음미하듯 돌길을 하나씩 밟는다.
내가 마치 역사학자나 숨겨진 역사유적을 찾는 발굴단이라도 된 듯…심각하고 편한 표정으로.
우암 송시열은 조선후기의 성리학을 집대성한 학자로 다분히 정치적인 인물로도 꼽힌다.
효종을 도와 북벌정치에 참여했다가 효종이 죽자 참여가 무산되기도 한, 그에 대한 말은
두갈래로 지금까지 나뉘어 분분하다.
장희빈 아들의 세자책봉을 반대하다가 제주도에서 83세에 사사된다.
그를 따르는 학자들도 많았고 한때 좌의정이었던 그를 시기하는 정적도 많이 있었다.
그의 묘는 잘 정리가 되어있고 풍수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아주 명당으로 보였다.
마을이 묘 아래로 펼쳐져있고 건너 편 산이 한 눈에 쫙 펼쳐진 곳으로 맑은 날도 날이지만
양지바른 장소에 우아한 자태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의 정치철학이 어쨌든 그의 사상이 어쨌든 나는 고인 앞에서 일단 숙연해지고 그이 무덤이 주는
인상이 과히 나쁘거나 침침하지 않아서 절을 한다.
물끄러미 내가 절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은 그냥 주변을 둘러보기만 한다.
잎사귀가 두툼하고 질이 좋아보이는 초록잎을 들추어 보다가 하얀 은방울꽃인가 하는 꽃무리 발견.
조롱조롱 살짜기 숨겨진 꽃들이 고고하기까지하다.(둥글레 꽃이란다)
주변에 온통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꽃이다.
새롭고 신기해뵈는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천지다.
물기를 머금은 이파리들을 들쳐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이유없이 둘러보는 재미..참 좋다.
그의 초상화를 보자니 그는 제법 덩치가 커 보인다.
그는 중국을 흠모했고 만동묘라는 걸유언해나중에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화양구곡에 반해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서 보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새로 복원된 서당이
그대로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전국의 많은 유생들이 모여 들고 그 속에서 세력이 점점 커져서 벼슬길도 주어졌다고 하니
우리나라 세도정치의 밀실 쯤으로 보면 되겠다.
화양에 있는 첨성대라 칭해진 바위에는 중국의 명나라 황제의 글을 그대로 새겨 놓았다는 말이 있다.
따르는 유생들과 첨성대에 오르기를 좋아했던 그는 유난히 화양계곡을 사랑했다고 한다.
근처는 그의 발자취들로 어딜가나 우암,그를 만날 수 있다.
사그락거리는 바람결에 예정없이 발길 닿는대로 서서 누군가를 알게되고 역사를 쫒게되는
기약없는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송시열에 대한 글이나 철학은 책도 여러 권 나왔고 인터넷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굳이 여기에
길게 서술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라 그냥 어쩌다 그를 만나게 된 우암의 묘소 이야기다.
어느 날 괴산근처에 가실 일이 생기면 작약이 흐드러지고 불두화가 곱게 핀 쓰러져가는 한옥을 발견하게
된다면 무조건 내려서 길따라 올라가 봄직한 장소다.
무덤이 기분좋게 다가오리라는 상상을 미처 해보기도 전에 ….
광혀니꺼
2008년 5월 7일 at 2:12 오전
제가 보기엔
둥글레 꽃으로 보입니다만…
연휴에
좋은데 가셨네요~
부럽삼~
푸른갈매기
2008년 5월 7일 at 2:38 오전
한들에 갔다가 화양계곡과 공림사만 갔었는디…
다음에 가믄 송시열 선생도 만나고 와야징~~~~~~~~~~~ㅋㅋ
뽈송
2008년 5월 7일 at 2:42 오전
우암 송시열이라고요? 우리가문의 시조 조상이신데요.
그래서 우암은 어렸을 때부터 나의 마음 속 깊이 할아버지셨죠.
여기서 우암을 만나 뵈다니 뜻밖입니다.
은초롱
2008년 5월 7일 at 7:05 오전
리사님,안녕^^
좋은 글 모셔갑니다
해피 5월 되시길요~
데레사
2008년 5월 7일 at 1:25 오후
리사님.
좋은데 다녀오셨군요. 난 그곳은 못 가본곳이 에요.
좋은 5월 되세요.
Lisa♡
2008년 5월 7일 at 2:54 오후
광여사..똑똑하기는….맞아요.
둥글레라고 그러시네요.
아무래도 은초롱하고는 다르더라니까~
소리울님 댁의 은초롱 사진을 보니까 말입니다.
참 나 아는 것도 많아라.
둥글레가 저렇게 예쁘구나~~~
뿌리 파올 걸 그랬나?ㅎㅎ
Lisa♡
2008년 5월 7일 at 2:55 오후
푸갈님.
공림사가셨군요.
거기도 좋지요?
다음 번 기회에는 여기저기 골목골목과 구서구석
훑어 보세요.
촌스럽고 아름다운 곳이 많더라구요.
Lisa♡
2008년 5월 7일 at 2:56 오후
뽈송님.
아하…송……ㅎㅎ
제가 대신 할아버지께 엎드려 절하고 왔습니다.
할아버지 맞군요.
어찌나 마음 속으로 뿌듯하던지.
Lisa♡
2008년 5월 7일 at 2:56 오후
은초롱님.
모셔 가시기까지요?
감사합니다.
Lisa♡
2008년 5월 7일 at 2:58 오후
데레사님.
기회가 오면 한들가든과 화양계곡을 가시면서
주변의 괴산을 만끽해보시길~~
저는 실은 그 동네에 분저울이라고 또 가야할 일이
있답니다.
아는 언니가 거기 밭을 가는데 우리누나가 거기에
감자를 심었거든요…같이 캐러 가야해요.
정인근
2008년 5월 7일 at 3:02 오후
우암의 묘소 자리가 명당이라뇨? 우암은 혈손이 끊어져서 양자로 그 뒤를 계속 잇고 있는데 그것도 무려 9대나 계속하여 양자로 …명당이라면 어떻게 후손이 끊어져서 9대나 계속 양자..양자..양자.. 이렇게 이어갈 수 밖에 없을까요?
Lisa♡
2008년 5월 7일 at 3:07 오후
정인근님.
그러세요?
전혀 몰랐던 일입니다.
그럼 명당 취소…..
제 보기엔 그냥 산세도 좋아보이고
햇살 때문이네요~~햇살이 어찌나 좋던지
거기다 건너 편 산이 정말 기개있어 보이더라구요.
저는 문외한이랍니다.
그냥 느낌이라는 거지요~~후손이 없었군요.
소리울
2008년 5월 7일 at 10:51 오후
그 꽃은 은방울꽃이 아니라 둥글레 꽃이랍니다.
구별하자면 은방울 꽃은 이파리가 줄기를 따라 달리지 않고 따로 한 잎씩 나며 꽃은 저기 보이는 꽃 보다 더 동그랗고 앙증맞지요.
둥글레 꽃은 좀 길죽하다구요. 저기 보이는 것 처럼.
Lisa♡
2008년 5월 7일 at 11:22 오후
소리울님.
그렇다고 하네요.
히히히…소리울님네서
은방울 꽃보고 다르다고 생각했답니다.
둥굴레가 저렇게 이쁘다니…
꽃이 아주 작던데요…
위의 글 고쳐야 할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