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이랑 오랜 만에 점심을 했다.
늘 모자를 쓰는 란이가 오늘은 모자를 가방에 쑤셔 넣고 나왔다.
평소에 가고팠던 아름다운 공간에서 식사를 했다.
나는 쓰지도 않는 밀집모자를 장식처럼 들고 다녔다.
유리문에 솔방울이 가득해서 찍는 나의 모습이 옆의 란이랑 나란히 유리에 비친다.
이 식당에는 마티스의 진품 그림과 피카소의 공예품 진품이 전시되어있다.
모든 식사의 풀코스가 다 맛있었다.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딱 디저트다.
란이가 목에 걸고 나온 까만 머플러가 아주 마음에 들어 벗어보라고 한 후 그냥 뺐었다.
나중에 전화가 왔는데 28만원이란다..그 코딱지만한 게.
돌려주겠다고 하니까 이미 준 거 되돌려 받기 뭐하다고 마음에 들면 가지란다.
운수대통한 날이다.
이미 마음먹고 있던 터라~란과 헤어지고 아라리오 미술관엘 갔다.
서울서 천안까지는 1시간이 걸렸다.
이진용의 작품을 보러 간 보람은 충분했다.
기분이 좋다.
오래 된 친구를 만난 기분이랄까…그는 필이 통한다.
특히 그가 콜렉션한 모든 소장품들이 그의 방이라는 곳에 커다란 작품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빈티지와 앤티크에 목매는 나는 완전히 뿅~사로잡혔다.
같이 간 지현이 작품을 사고파해서 가격을 묻고는 포기했다.
억대는 기본이었다.
입장료는 3000원으로 500원하는 엽서 20장 사는 걸로 만족했다.
나—-부자라면 서랍장, 바로 샀을 거다.
주차비는 공짜였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하루가 기분이 즐겁다.
더 좋은 작품을 만나면 일주일이 즐겁다.
더더욱 훌륭한 작품을 만나면 한 달 내내 행복하다.
감동을 만나면 일 년이 행복할 수도 있다.
난 아직 행복하다.
20억짜리다.
1000개의 서랍이다.
내 생각인데 3년은 족히 걸렸을 작품이다.
이진용작가를 만나고 싶다.
메일을 보낼까 생각 중이다.
부산사람이란다.
천안은 복잡했다.
경부고속도로도 뭔지 모르게 불안하도록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중부로만 다니다가 경부를 타니 산만하다.
중부에 들어서니 차도 드물고, 시야가 우선 시원하다.
버릇이라는 건 이리도 중요하다.
천안에서 유명한 맛집을 찾아서 꼼장어 소금구이를 먹고왔다.
술도없이 민숭거리며 먹자니 영…서울생각났다.
차를 운전해야하니 뭐–하는 수 없었다.
톨게이트 어디쯤에선가 음주측정을 했다.
억세게 쎄게 불어봤다.
아라리오엔 자주 갈 생각이다.
오늘 늦게 출발해서 한 시간밖에 있질 못했다.
앞으로는 혼자 갈 생각이다.
편안하고 행복한 날이다.
모든 게 잡념을 벗어나고 있다.
단순해지고 느려진다.
그래도 좋다.
Beacon
2008년 5월 22일 at 11:52 오후
패션,, 소품을 잘 이용하는 여자가..
제 첫사랑이 그랬거든요.. ㅎㅎ
Lisa♡
2008년 5월 23일 at 12:49 오전
비컨님.
공연히 아침부터
분위기 잡지 마요~~
하루종일 첫사랑만 생각할라.
김진아
2008년 5월 23일 at 12:51 오전
저어기..
아이들이 말하는 기다리는 아저씨는 그날 비가와서,
제대로 올려다 보지도 못했지요..
여기서 보게되니,
반갑습니다. ^^
Lisa♡
2008년 5월 23일 at 1:47 오전
진아님.
아…그러셨군요.
저는 일요일에 남편과 같이 갈 생각입니다.
밖에 계단 올라가는 사람들을 멀리서 찍어야
하는데 아래서 찍으니 나오질 않네요.
다시 찍어야겠어요.
압구정동에도 그런 사람 몇 명이 건물서
책도 보고 그러더라구요.
올릴까?
래퍼 金愛敬
2008년 5월 23일 at 10:21 오전
안성가다가 길을 지나쳐 천안까지 갔다 되돌아 오면서
아라리오를 생각했어요..
일요일 오후 신랑과 같이 갈 계획을 세웠는데
마지막 날이라 몹시 붐비겠지요..
리사님의 밀짚모자 센스만점~
28마넌짜리 스카프도 올리주시지..눈요기라도 좀 하그로..^^
Lisa♡
2008년 5월 23일 at 11:06 오전
래퍼님.
28마넌 짜리 구찌 곧 올릴께요.
ㅋㅋ…오늘도 하고 나갔더니 말 하지 않아도
다들 예쁘다고…눈들은 있어가꼬.
래퍼님.
일요일에 우연히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