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3일 청담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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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는 동생이 청담동에 ZIP 이라는 레스토랑을 차렸다.

소호의 분위기를 내느라고 나름대로 특별하고 심플하게 인테리어를 했다.

파슨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했고 나름대로 청담동을 비롯 몇군데

유명한 #의 실내장식을 한 경험이 있는 멋쟁이 여성이다.

거기서 며칠 전 저녁에 와큐구이와 주먹밥, 와인과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그런대로 괜찮아서 점심에 그리로 약속을 했다.

실패작이었다.

점심메뉴는 다른 스타일인데 보통 식당의 6000원하는 식사보다 아니었다.

같이 간 엄마들에게 어찌나 미안한지…얼굴이 화끈거렸다.

식사는 82000원 나왔는데 먹은 수준은 5000원보다 못했다.

커피는 괜찮아 커피값 5000원 정도라도 건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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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따뚜이의 음식 평론가 생각이 났다.

먹어보고 평한다는 게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누가봐도 아닌 건 아니다.

친하다고 무조건 좋게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명이 식사를 했는데 셋 다 고개를 절래절래~니까 확실한 거다.

내가 가자고 청했으니까 속으로 많이 미안했다.

물론 나오면서 지배인을 불러서 음식이 불쾌했다고 말을 했다.

불쾌한 점심식사였다.

만일 내가 식당을 한다면…아주 힘들어 할 것이다.

이런 손님, 저런 손님이 다 불평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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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까르페디엠을 OPEN했을 때 손님 중에 90% 이상이 실내장식에 대한

자기평을 이야기하는데 돌아 버리는 줄 알았다.

어쩌면 하나같이 틀린 의견을 이야기하는지..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착해 보였다.

장식장을 높여라~낮춰라~없애라, 이래라~저래라~, 상당히 많은 주문들을 했다.

정말 심미안이 있는 사람이 말해주는 것과 뭔가 단점을 꼬집어서 말해 주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고칠 수 있는 게 있고 절대 고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음식의 메뉴와 맛은 약간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미리 구어서 뎁힌 수입갈치와 갓 구운 국산 갈치는 주부라면 금방 알아본다.

수입산 불고기를 양념을 한 걸 사와서 대충 구운 것과 정성이 깃든 불고기는 격이 다르다.

한우는 아니라도 좋다..비싸니까.

그러면 불고기감을 사다가 넓적하게 구워서 소스를 위에 슬쩍 곁들이는 방법도 있고 그 곁에

파채를 미리 가늘게 쳐서 물에 담궜다가 살짝 올려놓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대충 아무렇게나 했다는 그 무시감이 불쾌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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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우리동네로 가고 싶었다.

책방에 들렀다.

책방 아줌마는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데 책장사가 아주 잘 되는 집이다.

지하에서 책도둑과 소노 아야코의 나는 이렇게 늙고 싶다라는 책을 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공지영의 마지막에 나온 산문집을 읽었다.

위녕에게 쓴 (딸에게 쓴) 이야기 형식, 또는 편지형식이라고 할 수필집인데

50% 이상을 읽었다.

늘 같은 맥락의 반복이라 대충읽다가 나왔다.

여러 책의 소개도 있었고 결혼이랑 사랑에 대한 자기의견도 있었다.

이혼을 하더라도 웃으며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결혼을 하라는 말이 있었다.

자기자신이 그렇지 못한 까닭인가?

마음에 드는 건 책에 나온 사랑을 그대로 답습할 생각을 말라는 이야기이다.

주로 교과서적인 사랑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스타일이다.

가정을 위해 참고 인내하고 싫어도 좋은 척 해야하는 경우는 아니다~이런 말이다.

공지영답다.

물론 나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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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든 여자든 사랑하거나 좋아하다가 헤어질 경우에 1%의 미동도 없이

그래? 하고는 돌아서서 바로 편안해지면서 다른 사랑을 구하는 사람 매력 제로다.

마음 아프하거나, 상처받거나 슬퍼하거나 고민을 좀 하는 게 예의 아닌지.

혈액형이 B형인 나는 누가 나를 싫다고 하면 일말의 미동도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새 친구를 쪼르르 구하거나 배신 때리지는 않는다.

연락하기 싫다는 사람에게 해달라고 매달리지도 않지만 마음 안으로는 아파한다는 거다.

여자친구인 경우는 여러 번 다시 청해보기도 한다.

끈적함이 없는 친구관계를 갖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 또한 그런 류의 사람에게는 상대적이다.

그동안 살아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수많은 관계 속에서 지냈다.

많은 얼굴이나 이름들이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 이제는 희미함조차없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관계라는 게 참 묘하다.

좋을 땐 금방 행복해하다가 기억 속에서 지워질 때도 있으니 말이다.

오래가도 잊혀지지 않는 얼굴이 있기 마련, 반대로 금방 잊혀지는 얼굴도 있기 마련이다.

난 어떤 얼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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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골목에서 88도로 빠지는 좁은 세탁소길에 늘 두 마리의 개가 이렇게 집의 베란다에서

보이지않게 보이는 눈으로 세상의 골목을 보고 있다.

언젠가 지나가다가 사진 찍으리라 마음갖고 있었다.

오늘 하필이면 한 마리만이 이러고 있다.

얼른 차창을 내리고 셔터를 누른다.

넓은 공원서 좀 뛰아다녀야 할텐데..하는 오지랍이 생긴다.

불쾌한 점심을 한 날이다.

16 Comments

  1. Hansa

    2008년 5월 24일 at 2:05 오전

    은근히 재미있는 글입니다. 리자님.
    추천!!! 하하

       

  2. Hansa

    2008년 5월 24일 at 2:07 오전

    음식이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이 크지요.
    요리는 정성이 거든요.. 맛 없는 대충 차린 음식을 받으면 진정 불쾌합니다.
    맨 아래 개 신세가 짠 합니다.
    개는 개답게 마당에서 딩굴고 뛰놀아야 하는디.. 하하

       

  3. Lisa♡

    2008년 5월 24일 at 2:10 오전

    오랜만입니다..한사님.
    아드님은 잘 진척하고 계시지요?
    음식에 제가 만감한 편입니다.
    찌그러지고 너저분한 집도 손님이
    끓는 집이 있잖아요…음식과 실내장식가는
    아무 연관이 없니봐요.
    아니면 실내장식이 돈 아깝지 않을 정도가
    되던가요…그지요?

    정말 개는 개다워야 하는데
    짠..하지요?
    늙었나> 개 말입니다.   

  4. 임부장

    2008년 5월 24일 at 7:11 오전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1/3쯤에서 좀 더 나이들면 읽으려고 덮어 뒀습니다.
    얼마전 건강검진때 치과의사가 이리저리 보더니 분명 스켈링만 하면 되겠네요 했는데…
    며칠째 어금니가 아파 죽갔습니다…내일 술 약속만 지키고 병원 갈겁니다…^^

       

  5. shlee

    2008년 5월 24일 at 11:26 오전

    짚에는 밤에만 가요.
    낮에는 다른 집에 가고~
    ^^
    책도둑
    읽는 중?
       

  6. Lisa♡

    2008년 5월 24일 at 12:41 오후

    임부장님.

    그 책 재미읍나요?
    건강검진 의사는 스켈링 외에는 모르시나본데요.
    어금니 아픈 건 분명 충치인데..
    건강검진 때 충치는 나오는데..
    아니….고추농사 어캐 되었나요?   

  7. Lisa♡

    2008년 5월 24일 at 12:42 오후

    쉬리님.

    어제 조금 읽다가
    잠이 들었답니다.
    오늘 밤부터..다시
    눈물 흘릴 준비하구요—   

  8. shlee

    2008년 5월 24일 at 12:53 오후

    책도둑은
    잠도둑
    그리고
    눈물도둑…
       

  9. Lisa♡

    2008년 5월 24일 at 1:32 오후

    흐흐흐…그렇구나.

    순전히 쉬리님 덕에 구입한 책입니다.   

  10. Old Bar^n

    2008년 5월 24일 at 4:26 오후

    뚝배기 보다 장맛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인테리어를 전공한사람이 차린 식당?
    인테리어는 잘 팔아먹겠지만,
    음식은 못팔겠습니다.
    허면
    인테리어도 안팔린다는 말씀……….ㅎㅎ
    오늘의 결론 이걸로 대신하지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사님글은
    감칠만 죽입니다.

    아부아닙니다.
       

  11. Lisa♡

    2008년 5월 25일 at 12:48 오후

    올드 반님.

    칭찬이 지나쳐서 몸 둘 바를….ㅋㅋ
    고맙습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뭐든지…   

  12. 八月花

    2008년 5월 25일 at 5:29 오후

    정성은 정말 가득했던 도곡동 어느집.
    음식맛 얘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깍듯하고 친절한 그 집 사람들.
    좀더 맛에도 신경을 써주면 좋겠더라만
    음식 외 적인데 넘 신경을 써서리…
    그래도
    불평할 수 없었다는…
    음식맛은 정성이라는.. ㅠㅠ   

  13. 八月花

    2008년 5월 26일 at 12:43 오전

    쟤 델고가요.ㅎㅎ
    괜찮지요?   

  14. Lisa♡

    2008년 5월 26일 at 12:53 오전

    팔월화님.

    쟤라니요?
    저 말입니까?
    데꼬 어데로 가시는가요?
    하긴 친절이 음식맛을 앞지를 수도 있겠군요.
    그럴 정도로 외적인 게 상당하면
    저는 용서합니다.   

  15. 천왕

    2008년 5월 26일 at 3:20 오전

    쟤…팔자가 상팔자군여~~   

  16. Lisa♡

    2008년 5월 26일 at 3:01 오후

    천왕님.

    일단은 그렇게 보이지요?
    후ㅜ후
    마니 과로워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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