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향하여..(불교로 끌어들이는 주변의 언니들의 권유를 만류하며)
그냥 놔 두세요.
거침없는 사람이니 가만 놔 두세요…
사람들은 날더러 거침없이 산다거나 걸림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그렇다.
별로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고 주석을 달지 않는 편이다.
한마디로 겁대가리가 없이 산다.
스님을 둘러싸고 앉아 접견하는 자리에서 다들 주위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하는 사람들…
졸려서 혼났다.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날 누가..거침없다고 하는가?
강촌엘 갔다.
49제 전에 올리는 마지막 제였다.
49제는 인도로 바람따라 갈 작정이라 참석하지 못한다.
누나(시누이)가 지나치게 음식준비를 해서 민망할 정도였는데
그녀는 손이 크다거나 마음이 한량없다거나 이런 말을 듣는다.
내 보기에낭비에 대한 절제가 부족해 보이고 그건 자신의 현재富랑은
상관없이 버릇으로 보인다.
여름철에…게다가 스님은 음식을 즐기지도 않는 스타일인데 과한 준비였다.
푸짐하게 하는 게 뭐든 좋다고는 하지만 주변의 입에 발린 과찬도 별로다.
대통령을 망치는 건 직언하는 부하가 없어 그렇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많은 이들이자기보다 평가절상인 상대에게 또는 관심없는 마음으로 그저
온순하게 칭찬일색으로 말하는 태도를 나는 가식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습관과 서슴없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러다가 손해보거나 욕듣는 경우가 왕왕 있는 나이지만…
시골길을 따라들러붙는늦봄의 햇살을 집중으로 받으며 걸었다.
고인 논물에 비단개구리의 올챙이들이 떼지어 몰려 다닌다.
논에 비친 산의 그림자가 다정하다.
쓰러져가는 비닐하우스 옆의 땟국이 흐르는 하얀진돗개 사춘이 날 향해 짖는다.
순간 저 개의 줄이 풀려 나를 물려고 달려오면 어쩌나? 과연 그냥 물릴 것인가?
뛰어 봤자 바로 잡힐텐데…저 개는 살점을 물어 뜯을 것인가?
혼자별 상상을 다하며 만약을 대비해서 촘촘하게 걸었다.
짐짓 태연한 척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그 개가 나를 향해 또 울부짖었다.
계속…뒷쪽 머리카락이 약간 설 뻔했다.
개를 사랑하고 동물을 이뻐하는데 그런 거랑은 다른 이야기인가?
옆으로 늦게 발견한 개의 주인할머니가 수돗가에서 설겆이를 하고 계셨다.
쪼그랑 방탱이가 된 귀여운 할머니이다.
할머니 발견 후로 마음이 편해졌다.
내 편이 한 명 생긴 여유랄까.
찌륵거리는 곤충소리들 사이로 시골길을 걷는 재미—한가롭다.
꽤 덥다.
대구에서 올라 온 누나의 따로 저 편 6촌언니.
두 아들을 하나는 서울법대ㅡ 하나는 연세 상대..흐미~~부러버..
돈독한 불교신자로 곧 득도할 지경이다.
누나와 나의 찢꼬 까부는 대화와 제스춰를 보고 종일 다니더니
너네 둘은 거의 환상의 콤비구나..전생에 무슨 관계였을까? 하고 말한다.
내가 봐도 우리 누나랑 나랑은 진짜 웃기는 짬뽕들로 상당히 이해관계가 묘하다.
전생에 내가 누나의 쌍둥이 언니로 동생한테 몹시 잘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신체 사이즈가 같고(요즘 내가 찌고 누나가 빠졌다) 어디가 아프면 같이 그 부위가 아프다.
남들이 못 알아 듣는 유우머를 100% 다 알아듣고 맞장구친다.
사촌 시누이와 올케로서 이렇게 친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전생이라는 업보가 있기에 여전히 이해못 할 부분들이 있는건지..
전생에 나는 아주 착한 자선가였을 것 같다.
지금도 어딜가나 선하고 착하다는 말을 제일 먼저 듣는다.
선하고 착하면 어디서 점수로 계산해서 월급주는데 없는지 몰라~
새벽 6시에 일어나 강촌까지가서 마치고 분당가서 놀다가 집에 오니 9시다.
일기를 쓰려니 잠이 마구 쏟아졌다.
그래서 막살하고 바로 잤다.
꿈에 파이가 나타났다.
데레사
2008년 5월 28일 at 12:33 오전
리사님.
그래서 막살하고 바로 잤다. 자주 쓰던 말인데 새삼스럽네요.
막살하고 보다 막살넣고 를 더 자주 사용했던것 같은데….
일본어 시간에 할아버지 한분이
나무에서 떨어졌다를 나무에서 널쪘다로 번역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그런데 묘한건 웃는건 경상도 출신들뿐
이고 다른 사람들은 알아듣지고 못하고 멍하니.. ㅎㅎㅎ
오늘도 즐겁고 거침없게.
소피아
2008년 5월 28일 at 1:06 오전
막살하고,널쪘다…
울 아버지 잘 쓰시던 말인데.
오랫만에 들으니 반가워요~~
Lisa♡
2008년 5월 28일 at 1:13 오전
데레사님.
막살놨다라는 말을 잘 썼었지요.
막살하다..사전에 있나 모르겠네요.
흐흐흐…제가 방금 쓰고도 막살이라는 말을
제가 썼었나 찾아봤어요.
저 웃기지요?
제가 쓰고도 모를 때가 많거든요.
Lisa♡
2008년 5월 28일 at 1:14 오전
소피아님.
아버지께서 경상도분?
히히히…
울 아버지는 함경도.
저만 경상도.
줏어왔나?
소피아님.
비 많이 오니까 기분조아요.
소리울
2008년 5월 28일 at 7:58 오후
수박 한통 썽걸어 다 몬묵고 아랫집에 줘삐릿다.
지금 삼천포 왔는대 영 잠이 안오네.
경상도 사투리 내기나 할까 고마. 다 막살하고..
Lisa♡
2008년 5월 28일 at 10:37 오후
소리울님.
인자 가셨어요?
전화 한 통 해주시지요….ㅇ.
정말 수박 한 통 썽글면 그 집이나
우리 집이나..그렇지요?
우리 매칠이따가 보네요~~^^*
파이
2008년 5월 28일 at 11:00 오후
악몽은 아니었기를! ㅎㅎㅎㅎㅎ
잘 지내시죠? ^^
Beacon
2008년 5월 28일 at 11:16 오후
짐짓 태연한 척,, ㅎㅎ
개들이 그런거 희한하게 잘 알아채요. 자기를 무서워한다는걸 알면 자슥들 더 깽깽거리지요..
사촌 시누올케…
난 전에 한 번 접촉사고로 내 차 뒷범퍼가 망가져서 정비공장엘 갔었는데 공장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사고내서 온 사람들이 이리 친한 사람들은 첨 봤다구.. ㅎㅎ
거머 내 차가 그리 새 차도 아녔구 운전하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거구 자기 실수 인정하고 보험처리 해주겠다는데 괜히 인상쓸 필요없잖아요.. 그랬었지요..
내 또래였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친구, 거래처인 엘지 직원이더라구요.. ㅎㅎ
Lisa♡
2008년 5월 28일 at 11:32 오후
파이님.
악몽은 잘 안꾸는 편이지요.
후후..
어제 전화기다렸는데
불통이더만요..분명 잘 해결했으리라.
아니 결정이던가요?
Lisa♡
2008년 5월 28일 at 11:33 오후
비컨님.
세상사가 다 따져보면 별로 화 낼 일이 없지요?
웃지는 않아도 뭐든 차분하게 판단해보면
별로 싸울 일도 아닌 부분이 많지요.
나의 사촌시누요…나랑 찰떡궁합입니다.
둘이 웃다가 주름이 늘어나니 그것 때문에
만남을 자제해야 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