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샬라에서 하루를 지낸 아침에 오빠의 룸메가 없어졌다. 오빠도 까다로운 사람으로 나를 따라 여행에 나설 때부터 몹시 부담이 있긴했으나 여행하면서 그를 이해하고 유머조차 무섭게 하는 오빠를 본다는 건 차라리 행복했다. 비밀스럽게도 오빠는 인기가 나름있는 편이라는 걸 알았다. 오빠의 룸메는 새벽에 슬리퍼를 신고나간 후 소식이 없어져서 5시간 후에야 나타났는데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서 자기도 모르게 다람샬라의 가장 높은 봉우리의 베이스캠프까지 갔다왔다는 것이었다. 일행 중에 내 보기에 그가 가장 특이한 인물로 표정이나 말이 일체없으며 혼자를 사랑하는 남자로 보였으나 오빠는 그를 아주 칭찬했다. 착하고 매너좋고 예의바르고 순수한 남자라고… 남아일언중천금을 그는 남아일언풍선껌이라고 말해서 우리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새벽마다 나가서 근처의 산을 정복하고 돌아오는 혁혁한 공을 혼자만 세웠다. 조용하고 까칠한 오빠는 이번 여행에서 달라이라마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을 뽑았다는 둥 파이낸셜에 몸담은 사람답게 말을 하곤했다. 여행내내 지성스님과 나의 마스코트인 일규가 생각나곤 했는데 지성스님은 불교때문이고 일규는 사진찍을 곳이 너무많아서 좋아했을 그를 생각해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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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날이 맑게 개었다.
어제 저녁의 조용히 적시던 비를 본 우리는 내심 은근히 걱정했으나 은퇴하신 교장이셨던
류교장님의 예쁜 발언으로 실은 안심하고 있었다.
‘저랑 다닐 때는 날씨걱정은 하지마세요’
달라이라마의 여동생이 운영한다는 고아원을 방문하기로 되었는데 마침 거기서 달라이라마님이
강연을 한다는 소문이 들렸고 실제로 생방송으로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세계에서 몰려 온 벽안의 외국인들이 귀에 리시버를 꽂고는 티벳어를 영어로 번역해 듣느라
모두 집중하고 군데군데 모여앉아있었다.
잘 알아듣지는 못해도 그가 얼마나 유우머가 넘치는 인물인지 금새 느꼈다.
달라이라마는 TV 생방송을 어느 건물 안에서 마치고는 걸어나왔다.
그 시간이 되니 모두 한줄로 쭉 서서 그를 기다리는데 하얀 천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을 비롯
머리를 조아리는 티벳인들, 사진찍으려고 준비하는 우리일행들…떨리기까지했다.
그는 몇 발자국 걷다가 이내 차를 타고는 지나가며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재빠른 천선생님은 여차여차해서 가까이서 그를 사진기에 담는 쾌거를 이루었다.
잠시동안이지만 그는 후광이 났다.
키도 큰 편이고 팔다리가 길었으며 잘 생긴 편이었다.
그의 차 앞으로는 총기로 무장한 인도경찰이 호위하는 차가 먼저 지나갔다.
티벳인들에게 있어서 그는 고향이자 아버지이자 신이자 삶이었다.
사실은 아침에 내방 앞으로 지나가는 그의 차를 보았는데 그때는 높은 사람 차인가보다 했었다.
다람샬라 식당의 짜파티는 아주 맛잇었다.
그럭저럭 카레의 맛에도 길들여져가는 우리들이었다.
아—다람샬라!
작고 촌스럽고 가난하며 아담한 동네를 우리는 떠나야만 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거리를 지나가고 때론 거기에 묻혀살고 빠져버린 곳.
쉽게 다시 만나게 되는 이웃들..일주일이면 거기를 다 꿰고 사람들도 다 꿸 수 있는 다람샬라.
달라이라마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순수와 진실이였다.
다람샬라를 떠난다는 게 마치 그들을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면 내가 지나친 것일까…..
내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제 올까를 잠시 점쳐보았다.
해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