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태우고 10키로로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데 어떤 남자가 내 차를
손에 쥔 신문뭉치로 탁탁 친다.
엉겁결에 차를 세우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 내 차 뒷바퀴가 자기 발위를 지났단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저자세로 미안하다면서
바로 병원으로 가자고 했더니 그 정도는 아니란다.
좁은 골목길에서 다른 차들이 기다리고 있고 아이들은 길에서 한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고
싸우기도 그렇고, 어쨌든 인사사고에 속하니 겁이 덜컥났다.
웃으면서 치료비는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 가까운 병원서 검사하고 전화주시면 내가 그리로 가겠다고 하며
전번을 주고받고 일단은 헤어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절대 그러면 안된단다.
사기꾼이 극성이고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부르던가,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야한단다.
잠시 후에 전화가 왔다.
병원에서 뼈에 이상은 없고 물리치료만 3-4일 받으라 했단다.
뻥인 거 다 안다.
게다가 적어 준 전번은 없는 번호였고, 걸려 온 전화도 착신불가였다.
밤에 치료비를 충분히 보내주겠다고 말한 뒤였지만 암만 생각해도
뭔가가 잘못된 거 같았다.
보험회사에 전화하고 그 길로 압구정동 한양파출소로 갔다.
파출소도 부재중인 경우가 있다는 걸 첨 알았다.
금방 들어오는 경찰에게 얘기했더니 다 듣더니 사기라며
전화오면 강남경찰서 교통사고 처리반으로 와서 확인절차에 들어가자..
그래서 치료를 요할 정도의 인사사고면 보험처리해주겠다고 하란다.
뺑소니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나..여기 온 거 기억해라고 하니
웃으면서 전화가 오간 상태에 전번을 받고 은행구좌를 받았으니 괜찮단다.
휴~~~
내 차에 부딪칠리가 없는 상황이고 발등에 차가 올라갔으면 내가 왜 모를까?
게다가 앞에 차가 밀려서 10키로도 안되게 가는 중인데 왜 그런 일이…
요즘 눈뜨고당한다는 말이 딱이다.
게다가 내 차는 번호도 너무 외기쉽다.
5588이다.
완전 찍힌 케이스이다.
알면서 당한다는 말이 성립된다.
오후에 전화가 왔다.
보험회사직원과 통화하라고 말하니 날더러 돈 몇 푼된다고 그러냔다.
그래도 보험직원과 통화하라고 하며 강남경찰서 이야길 웃으면서 했다.
단호하게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는 전화 끝이다.
그 남자에게서 걸려오는 모든 전화는 착신불능이다.
살다가 별 일 다 있다.
남편은 날더러 어리석은 게 표가 팍팍나니까 파리떼가 붙는단다.
쳇~
아이들이 나가서 공짜 핸펀을 개통하고 언제나 통화중지했다가 해제하는
폰으로 전번을 받아왔다.
그리고 같이 사는 형네가 하는 대박곱창집가서 맛있게 먹고 늦게 들어왔다.
광우병 탓으로 너무나 장사가 안되어서 공짜로 먹으라는데 각자 만원씩 내어서
밥값을 치루고 왔다고 한다.
잘했다고 칭찬했다.
이래저래 손해보거나 망하거나 흥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다.
내게서 돈뜯어내려던 그 남자는 분명 10배 이상의 손해를 볼 거다.
인과응보를 나는 믿는다.
광우병으로 지금 고전하는 그 집도 곧 흥할 날이 있을 것이다.
여지껏 흥해왔고…
그래도 누가 장사가 덜 된다고하면 마음이 편치않다.
빨리 모든 게 순조로와지길 기대한다.
조카가 지대하게 자기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꼽는 부산 유명의사랑 서울로 왔다.
와인에 아주 해박함을 자랑하는 그 의사양반은 철저한 노사모 중심인물이었다.
그런데 아주 박식하고 논리정연함이 눈에 단번에 띄였다.
조카가 이모인 나를 초대해서 같이 와인을 5병을 마셨다.
몬다비 풀바디를 제일 나중에 마신 건 몬다비가 맛이 강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엔 미리 디켄딩할 와인을 정해서 마시기로 했다.
그 의사는 40대 후반으로 정확한 의식과 당당한 자신감을 지녔다.
한참동안 그의 얘기를 듣자니 나도 모르게 의식화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그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구독하고 조선일보를 보는 날 경멸하는 스타일이다.
어느 한쪽으로 완벽하게 치우친 경우는 도저히 용납 안되는 많은 조건들이 존재한다.
(옆으로 다가 온 아들이 뽀뽀세례를 퍼붓고 간다)
그래도 확신을 갖고 얘기하는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들어보니
다 이해는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지식인이었다.
10명이 노할 때 예스하는 인간이었다.
멋졌다.
토욜에 첫 주례를 선단다.
미리 초안을 다 작성했다는데 내가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넣으라며 진부함을 탈피하라고 했다.
너무 좋아서 미친 짓일 수도 있다….그가 흔들린다.
빨리 호텔로 가서 다시 쓰겠단다.
나도 그를 버려놓기는 한다.ㅎㅎ
숲. 나무
2008년 6월 28일 at 4:52 오전
아구.. 정말 무섭네요.
글구~ 이제보니 리사님 쑥맥이시네? ㅎㅎ
그리고…
결혼은 미친짓이다?의 주례사요?
진부함에서 확실히 탈피할 줄 믿습니다. 하하..
김진아
2008년 6월 28일 at 8:04 오전
차가 양옆으로 좁은 길가나, 한쪽 차선으로만 되어있는 차도에선,
특히나 조심해야 일들이..있어요..
신호대기나,정체때문에 서있는데도,
두사람이나 세사람이서,
한사람을 등으로 교묘하게 슬쩍 떠밀어,
서있는 차의 앞부분이나 뒷부분에, 부딪히게 해서,
뇌진탕이 어쩌니 하며,
돈뜯어내는 사기꾼들도 있거든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니까요..조심하셔야 해요..
….
Lisa♡
2008년 6월 28일 at 10:50 오전
숲, 나무님.
저는 확실히 쑥맥입니다.
하지만 정의파이기도 하고 알든 모르던 불쌍한 상대에게는
슬쩍 속아주기도 한답니다.
흐흐흐….그래도 크게 손해보면 나중에 크게 갚아지겠지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Lisa♡
2008년 6월 28일 at 10:52 오전
진아님.
무서운 세상에 그런 사기가 극성이라면
절로 해결하게 되는 시스템이 또 생기겠지요?
경찰이나 보험회사도 호락호락 한 건 아니니까요.
짜고 덤비는 건 홀로있는 아줌마는 못 당해요.
그러니 너무 좋은 차는 몰지않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에구….불경기 탓이려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