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7일 법원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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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에 모든 걸 접고 잠을 자기로 결정했다.

뭔가에 골똘히 신경쓰거나 중요한 일을 하나 정리하고나면 갑자기

피로가 엄습할 때가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오후 4:00 법원에 가야하는 날.

유산상속에 대한 심사기일인 것이다.

허탈하게 간단하고도 쉽게 끝나고 나니동전 한 푼 받는 일없는

나는 바로 피로감이 몰려왔다.

증인…제일 중요한 입장이라서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판사는 아주 간결하게 귀찮다는 듯이 마무리지어 버렸다.

그런데 왜 갔는지를 도저히 모르겠다.

상속인들이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 변호사가 와서 말만하면 될 걸.

공증비용들여가며이런 짓해야하는건지난 모르겠었었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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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 지방법원, 고등법원의 건물은 다 다르다.

우리는변호사와의 약간의만남에 혼선이 있어서 두 건물을 오가게 되었다.

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바글바글…다들 심각한 표정들로 북적대었다.

피고나 원고 한 명에만도 변호사가 붙는데 식구들이 같이 몇 명 쫒아왔다고

가정해보면 왜 북적대는지 알 것이다.

고래고래 싸우는 남녀도 보였다.

사기꾼이라는 둥, 삿대질이라는 걸 오랜만에 보았다.

비공개 표시가 붙은 우리법정은 신관에 있어서인지 에어컨도 제법 조용히 나왔고

냄새도 산뜻했고 색깔도 메이플 컬러로 무겁지 않았다.

여판사는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그런대로 편했다.

뭐–죄를 짓지 않았으니 겁먹을 거야 없지만 이상하게 법정에만 들어가면

운전하다 경찰보고 공연히 쪼는 것처럼 괜시리 압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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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와의 관계를 묻는데 느낌이 묘했다.

별 것 아닌 것인데도 그 당시의 찰나에 느끼는 묘한 감정.

흘려서거칠게 쓴 망자의 글을 읽으려니 가슴이 갑자기 막혔다.

유언을 하시고 나중에 한 번 고치셨는데 그 고친 필적이 하도

고통이 심할 때라서인지 글에 힘든 경지가 나타났다.

무슨 글자인지 못 알아보는 판사.

식구들이 본인의 필체라고 증언하자 그냥 그걸로 알아서들 하란다.

속기사는 간단하고 짧은 그 말을속기했을 것이다.

금전과 관계되는 일을 처리할 때 사건 당사자들끼리 얼굴 마주대하는 일은

거북한 일이다.

난 제 3장의 입장이라 나름대로 표정에 신경쓸 필요는 없었지만

이런 일은 피하기도 그렇고 당당하게 나서기도 어색한 경우다.

엄마가 새엄마라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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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등기속달로 법원소환장을 받았고 그 날짜에 꼭출두하라는

거부할 수없는 통고를 받으면 사람은 좋던 싫던 압박감을 받는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닌 듯 압박감에 신경이 집중되었나보다.

끝나고나니 바로 쳐진다.

내 입에서 아..피곤하다라는 말이 아이들 앞에서 여러 번 나왔으니

나도 이젠 볼짱 다 본 신체다.

아이들을 태워 집으로부리나케와서 저녁을 겁나게 차려주고

대충 처리하고나니8시 반이다.

조블을 하려하니 접속이 계속 불가였다.

아–잘 되었다.

9시 뉴스를 보다가 무조건 일찍 자기로 결정.

아이들은 공부하는데 아무 말 않고 그냥 잤다.

자기들끼리 엄마가 일찍 잔다는 둥~~소곤거린다.

그런 소리조차 행복하다.

큰 아들이 들어와서 뽀뽀해주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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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 비탓인지 날씨가 그래도 제법 에어컨없이 참을만하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나가보니 딸이 여전히 불을 대낮처럼 켜고 선풍기를

중간세기로 틀어놓고 세상모르고 자고있다.

쯧~

끄고 끄고.. 두 아들은 예쁘게 모든 걸 처리하고 잘자고 있었다.

귀연 것떨…

물 한 잔 마시고 그때서야 제대로 편하게 잠으로 골인한다.

꿈에…

딸이 말을 안듣는다.

힘든 꿈이었다.

8 Comments

  1. ariel

    2008년 7월 17일 at 11:58 오후

    귀연 것떨..^^
    나는 그냥 귀연 것..
    나도 다니엘 꿈 꿨는데.. 여전히 3-4살이라
    내가 안고 있는 것.. 보고 싶은가봐요..ㅠ

    오늘 대충하고 나갈 것.. 더워서 머리는
    찝어 올리고..^^   

  2. 김진아

    2008년 7월 18일 at 12:11 오전

    법원 그러니..
    혼자서 서류들고 교대역과 수원으로,
    줄달음치며 다니던때가 기억나네요..ㅎㅎ

    힘든때..
    가까운 사람들에게 뒤통수맞아서,
    해결하느라, 법무사도, 변호사도 댈비용조차 없어,
    법원직원들의 무관심한 툴툴거림에도,
    대들 기운도 없었던때인데..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려나요

    공무원들 디기 미웠던 때였어요..그때..

    엄마 혼자 잔다고 소근거리는..그 소리 들릴때의
    행복감..

    아우..리사님..
    천국이 따로 없으세요..

    건강..항상 조심조심 하세요..

    ^^   

  3. Lisa♡

    2008년 7월 18일 at 12:26 오전

    아리엘님.

    더우니 멋은 사양.
    우리 오늘 만나는 거 다 공표되어 버렸네~~
    히히…
    작년에 보고 올해는 처음이지요?
    아리엘님.
    다니엘 사진 보고싶어요.
    이따봐요~~~~   

  4. Lisa♡

    2008년 7월 18일 at 12:29 오전

    진아님.

    저도 예전에 차의 오디오를 도독 맞아서
    법원에 혼자 소송했어요.
    광화문에 있는 어디지..거기가서 등기부열람과
    등본떼어서 다 갖고 기일에 땀 뻘뻘대며 갔더니
    상대편에선 변호사만 왔더라구요.
    흑흑…없는 자의 서러움-저는 압니다.
    그렇지만 혼자 스스로 뭔가를 해본다는 것’대견하지
    않으세요?
    그런 점에서 진아님은 대견둥이랍니다.
    대견둥이..신조어 될라~~

    천국이 따로 없어요.
    오늘 아침에는 애들이 넘 피곤해서 테니스를 큰애 혼자만
    치러갔는데 둘은 가지 말라고 제가 그랬어요.
    큰넘이 물이 묻은 채 나오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게속 쳐다보고
    걷다가 넘어질 뻔 했어요~~

       

  5. shlee

    2008년 7월 18일 at 12:53 오전

    딸이 말을 안듣는다.
    꿈이라서 얼마나 좋아요?
    현실이 아니라서…
    전 가끔
    이게 꿈이 아닐까
    할때가 있어서~
       

  6. Lisa♡

    2008년 7월 18일 at 1:28 오전

    쉬리님도 참….ㅎㅎ
    너무 웃겻다는 거 아시죠?
    우리 딸도 만만치가 않고
    요즘 가만보면 뭔가가 수상해요.
    자꾸 캘 수도 없고 어쩌나…   

  7. 광혀니꺼

    2008년 7월 24일 at 11:59 오후

    일 마무리는 잘되셨지요?

    김진아님 댓글보다 생각낫습니다.
    하나잇는 남동생이란것이
    법원 공무원인데
    어찌나 싸가지 없는지…

    혼자 쓴웃음 지엇습니다.
    그래두 요즘은 벤치마킹한다고
    아산병원이랑
    강동구청이랑 돌아다니더라구요.

    얼마나 친절해질지는 의문입니다만…

    갸 말로는
    안내문 한번만 읽고 물어주면 좋을텐데
    입구에 붙여놓은 안내문 읽고 묻는사람은
    거의 없다하드라구요.
    업무에 지쳐
    사람에 지쳐
    친절할 시간이 없다고…
    그래서 저랑도 한판 떴지만요.
    너 집에서 하는 싸가지 보면
    사무실에서는 얼마나 하겠느냐고…
    ㅎㅎ

       

  8. Lisa♡

    2008년 7월 25일 at 12:14 오전

    광여사..

    마무리되고말고 할 것도 읍쪄요.
    내가 유산받는 것뚜 아니고설라므네..
    다른 이들이 받으니 알아서 받겠띠요.
    나야 뭐..증인만 서주면 되었는 걸.
    돈도 안 생기는 일에 걍 동분서주해준 꼴이지만
    가족일이니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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