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bbia는 이태리어로 ‘안개’라는 뜻이다.
모든 것이 안개에 휩싸여 있는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이 되지않는 상상세계.
서커스인지 詩인지 그 선이 안그려지는 공연이다.
아트 서커스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20일까지 공연을 하니 어쩌면 이 글을 읽고 가기에는 한국초연은 놓쳤는지도 모르겠다.
‘서크 엘루아즈’의 두번째 한국방문으로 그 첫번째가 ‘레인’이라는 작품이었다.
nebbia는 아시아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서 공연을 하고있다.
서크 엘루아즈의 작품은 ‘노마드’ ‘레인’ ‘네비아’로 연결된다.
어린시절, 할머니의 집앞에는 정육점이 있었습니다. 한 여자 아이가 도살된 동물의
시체가 여러조각으로 잘려 나가는 작업대 위를 평행봉을 타듯이 지나다니며 놀곤 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마을에서 300km 가량 떨어진 곳에는 안개가 내려앉을 때마다
철책을 넘어 오를 것 같이 넘실넘실 요동치는 바다도 있었고요,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는
몇 달을 준비해 치르는 축제도 있었습니다. 그 축제에서 우리는 조금 이상한 방법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친구가 길모퉁이 뒤로 사라질 때까지 손에 손수건을 들고 인사하는 것이
그 방법이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매번 이렇게, 마치 마지막 인사라도 되는 것처럼
인사를 나눴습니다. 당신들 마을에서도 호주머니에 손수건을 넣어 다녔습니까? 이렇게 공모관계를
다지기 위한 첫 시도와도 같은 질문을 청중에게 던짐으로써 공연의 서막이 열립니다.
여러분에게 이해되진 않지만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여러분을
꿈꾸게 할 것입니다.
-프로그램에서–
인간애에 기초한 구성은 색과 음악과 더불어 환상적인 그림을 그린다.
수채화와 같은 공간에서 칸막이, 또는 액자같은 공간에서 덤블링을 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마치 잘 찍어 둔 사진처럼 가슴속에 각인된다.
아니 나도 아이가 되어 그 속으로 들어가서 덤블링을 하고파지는 장면이다.
아름답다.
하얀 옷들과 매치된 초록, 빨강, 파랑의 바탕이 순수를 표현했을까..
자연스러움–순수–회상–하얀손수건–할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어우러진다.
천 퍼포먼스, 접시를 무수히 돌리는 갈대밭, 마림바 연주끝에 내리는 콜크비.
공중그네, 끈퍼포먼스, 아크로바트의 핸드투핸드.
남자출연자들이 입은 여러 종류의 발레복도 인상적이다.
미지막에 친근감을 느끼면 하얀 손수건을 흔들어 달라고 말하는 곤잘로~
나는 미처 준비못한 하얀 손수건 대신 하얀 휴지를 마구 흔들었다.
서커스는 캐나다가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태양의 써커스인 퀴담과는 정 비교하자면 퀴담보다는 묘기면에서 차이가 난다.
빠르기나 개인기는 퀴담이 훨씬 뛰어나다고 보겠다.
반면 네비아팀은 서정적이고 차분하고 라르고다.
기회가 있으면 두가지 다 누려보면 절대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느 좌석에서 보나 마찬가지라 생각하면 되고 부담스러운 사람은 제일 저렴한
티켓을 구하면 된다.
퀴담의 경우는 3층이 제일 나을 수도 있다.
네비아도 멀리서 보는 게 훨 나을 수도 있다는 것 명심!
접시가 잔뜩 돌아가는 초록배경의 갈대밭.
콜크가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베이지빛 배경의 장마.
초록의 청량감위에 마음껏 뛰어 오르는 덤블링.
스테판의 쭈글거리는 치마.
핏빛의 정육점이 그리 아름다울 줄은…
말끔해진 느낌을 갖고 에필로그를….
데레사
2008년 7월 19일 at 2:46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이 있나봐요. 써커스라면 옛날 가설마당
같은데서 천막 쳐놓고 하던 생각만 나서 저런 좋은 무대에서
한다는게 낯설게만 느껴지네요.
부지런한 리사님
부지런한 데레사가 일등으로 다녀 갑니다.
cecilia
2008년 7월 19일 at 3:05 오후
정말 리사님은 팔방미인인가봐요.
하는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고 그냥 가정주부로 머무르기에는
조금 아깝네요.
Lisa♡
2008년 7월 19일 at 10:21 오후
데레사님.
코끼리가 등장하고 호랑이가 불이 붙은 원을 통과하고
피에로가 나와서 롤러를 타고, 곰이 재주를 부리는
그런 써커스는 그립지만 …아니고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입지요…시를 한 편 읽은 느낌이라면 아실런지요.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보세요.
모든게 복합된 무대랍니다.
Lisa♡
2008년 7월 19일 at 10:23 오후
세실리아님.
조블가족들이 대걔 다 그렇지 않나요?
세실리아님도 마찬가지이구요.
다만 제 경우는 요리조리 다니며 구경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뿐..호기심은 똑같지요.
하긴 제가 호기심 천국이지요—어릴 때
모든 공부에 호기심을 이리 가졌으면 지금쯤
국익을 위하는 박사가 되었을텐데…ㅎㅎ
Beacon
2008년 7월 20일 at 10:08 오전
멋질 것 같네요..
Lisa♡
2008년 7월 20일 at 1:37 오후
멋져요~~
Potpourri
2008년 7월 21일 at 6:18 오전
네,리사님.
미술,음악 뿐만이 아니었군요.
타고난 예술감각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더니…
Lisa♡
2008년 7월 21일 at 10:42 오전
뽀푸리님.
무슨 말씀을 그냥 구경하고 관람한 소감 쓴 것 뿐인데요~
히히히…그러나 그냥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지요.
아닌데 좋게 봐주시면 그저 고맙기만할 따름입니다.
애구구구..오늘은 그나마 좀 시원합니다.
아들이 감기걸려서 누워있네요.
길
2008년 7월 25일 at 1:08 오전
호기심 천국, 맞습니다. 맞고요~~ ^^
부지런하신 리사님 덕분에 이렇게 편안하게 문화공연도 맛보기로
감상할 수 있고 좋은 공연정보도 알게 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사진만으로는 퀴담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글을 읽어보면 차이가 있군요.
마지막 초록빛 배경에 접시가 돌아가는 사진이 참 멋지네요. 리사님. ^^
Old Bar^n
2008년 7월 25일 at 4:51 오전
세상에는 갖가지의 예술이 등장하고 있지요.
어쩌면 예술가가 아닌사람이 없는것도 같구요.
나도 저런것에 한번 매달려 안개를 맞으면
오십견이 낳을것도 같은데………..ㅎㅎ
예쁜여인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요.
Lisa♡
2008년 7월 26일 at 11:45 오전
길님.
감사합니다.
퀴담하고는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초록배경의 갈대밭을 연상시키는 접시 돌리는 장면
상당히 아름다워요..
길님.
저녁드셨지요?
하시는 사업은 여전히 잘 되시지요?
Lisa♡
2008년 7월 26일 at 11:46 오전
올드반님.
매달릴 때 오십견 더블될라 조심하시구요.
예쁜 여자랑 같이 매달리면 더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어쩌면 모든 사람이 예술가라는 의견에는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