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3일 라벤더향기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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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스페이스.

라벤더의 연인들에 빠지다.

11시40분..온통 할머니들로 들어 찬 영화관.

내 앞에 13명분의 표구입을 하는 어느 나이 든 아줌마.

단체관람수준?

상영 중에 퍼지는 이해의 웃음터널~

박완서군단의 대거등장을 끝나고 알았다.

이경자 작가가 앞서서 모든 걸 총괄하는 모습이 재밌다.

알던 모르던 박샘한테 인사를 하긴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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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고가구가 아주 눈에 띄는 영화에 본차이나들의 우아함에 도취되다.

콘월해변의 정형화되지 않은 그대로 자연의 모습.

조슈아 벨의 바이올린 연주에 굳어 버릴 것 같았다.

바로 교보문고로 직행…OST를 찾았으나 아직 발매가 안된 서울이다.

음악이 압권이다.

풍부한 바이올린의 연주에 녹아드는 영화이다.

거기에 익을대로 익은 두 노스타의 연기는 절로 몰입하게하는 힘이 있었다.

조연들의 연기도 참기힘든 박수가 나온다.

잔잔한 감동과 우아한 애정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깊은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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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형의 그녀에게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선물했다.

감각적인 여자가 무덤덤하게 여태 살아왔다면 이제는 좀 누리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하루하루를 얼마든지 즐거워할 수 있는데도 못하면 아쉬운 인생으로 끝난다.

성격이 무덤덤하면 몰라도 감각적인데도 불구하고 감각을 삭제한다면

그건 어리석은 짓이다.

하고픈 것 많은 그녀다.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그녀를 변화시키리라.

광화문에 내리는 몇 방울의 비는 그저 맞기에도 즐거운 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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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뭘 고치러 이태원을 들렀다.

언제나 차를 주차하기 쉬운 공영주차장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건물을 짓고 있다.

어쩌나…그 바람에 주차하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갈수록 어딜가나 편한 곳이 없으니 각박하기만 하다.

나야 차를 갖고가지 않았으니 다행이지만 차를 갖고오면 아주 힘들겠다는 생각뿐이다.

흑인여성이 옷처럼 생긴 아이업개를 두르고 까만 콩처럼 생긴 구여운 아기를 업고 지나간다.

업개인지 옷인지 두른건지 맨건지 모르겠다.

이태원의 아랫길로는 앤틱소품이나 가구를 파는 집들이 많다.

거실의 자그마한 시계가 고장이 났다.

오래 된 앤틱으로 비 안 오는 날 하루와서 골라봐야겠다.

예전에 마음에 드는 시계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런 시계가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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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친구들을 만나 코엑스에서 저녁을 먹고 놀다가 오겠단다.

덕분에 나도 늦게까지 자유다.

K를 만났다.

같이 삼계탕을 먹으러갔다.

왠지 삼계탕이 엄청 땡기는 날이다.

지난 복날에 아이들만 챙겨주고 나만 먹지 않은 게 한이 되었나보다.

삼계탕 하나에 전기구이 통닭을 하나 시켜놓고 나만 본 라벤더를 이야기한다.

난 역시 이야기에 소질이 있나보다.

뻑가는 모습에 당장 내일 보러 간단다.

아무래도 책읽어주는 여자나 영화읽는 여자를 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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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도 아이들 만나러 가려면 한참 멀었다.

그래서 영화 한편을 더 접하기로 했다.

시간에 맞는 것이 ‘핸콕’ 내키지 않지만 봤다.

아들이 보고파했는데 안봐도 될 법한 영화다.

만화보다 더 허구적인 말이 안되는 내용이다.

짜증난다.

볼거리라는게 없다.

하나있다.

감옥의 남자들 근육질 몸매..그런데 미국감옥에는 왜그리 다 몸짱들만 있는건지

항상 생각하는 문제였다.

라벤더에 나오는 말 중에 ‘미국은 유럽쓰레기들이 만든 나라’라는 말이 나온다.

주인공 아버지가 한 말이란다.

뭐–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쓰레기 속에서 보석도 가끔 나오지만.

영화관에서 나오니 아이들과 시간이 딱 맞아 떨어진다.

만나서 같이 귀가하는 기쁨을 누리다.

16 Comments

  1. 八月花

    2008년 7월 23일 at 2:20 오후

    첫번째 댓글을 달 수 있다니..

    오늘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나도 11시 40분에 미로스페이스에 있어야 했어요.
    근데 어쩔까 망설이다보니 11시가 넘어 가더라는 것.
    해서 오후 광화문 볼 일만 보고 돌아왔지요.

    정말로….
    리사하트님 만날 뻔 했구만요.
    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성곡미술관.
    비 조용히 내리는데
    혼자서 청승 좀 떨다 돌아왔지요   

  2. Lisa♡

    2008년 7월 23일 at 2:44 오후

    어마나 성곡가려다가 고칠게 있어서
    교보로 갔다가 못갔더니..
    진짜 성곡가려고 했거든요.
    저야 사진 많이 올리니 곰방 알아보시겠지요?
    그런데 실물이 더 낫다는 소문이…ㅋㅋ
    가끔 청승도 떨어야 제 맛입니다.
    팔월화님.
    언젠가 우리 말없이 우연히 마주치면
    꼭 아는 척 해주세요. 아니면 싸인이라도 주시길.
    뒤에라도 말하면 알 수 있도록요.
    감동적인 책 있으면 올려 주세요—아니 비글로라도..   

  3. 흙둔지

    2008년 7월 23일 at 9:31 오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주차가 가능한 곳 미로스페이스!!!
    미로스페이스 찾는 이유 맞지요? ^_^
       

  4. ariel

    2008년 7월 23일 at 11:00 오후

    만나서 같이 귀가하는 기쁨을 누리다..

    이것이 제일 부럽네요…………….^^   

  5. 뽈송

    2008년 7월 23일 at 11:09 오후

    좀 무식한 말을 해야 할까 봅니다. 난 라벤더향기에 취한다고 해서
    라벤더가 뭔가 했더니만 영화구만요. 그런데 Lisa님은 글도 잘 쓰지만
    아마 말도 잘 하는 모양이지요? 영화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꺼뻑한 걸 보면은요…   

  6. Lisa♡

    2008년 7월 23일 at 11:14 오후

    흙둔지님.

    광화문 나갈 때는 차를 안갖고 간답니다.
    전철을 타면 바로 근처에 내리구요—-
    직핸버스타면 세종문화회관앞에 내려요.
    거기서 조금만 걷다보면 가깝거든요.
    미로의 주차비는 정말 몰라요, ㅎㅎ…..   

  7. Lisa♡

    2008년 7월 23일 at 11:15 오후

    아리엘님.

    저만 혼자 즐거워해서 미안합니다.
    후후후…
    이 다음에 다니엘과 오랫동안 해후를 즐길
    기회를 듬뿍 가지시길~~   

  8. Lisa♡

    2008년 7월 23일 at 11:16 오후

    뽈송님.

    그러게요–제가 말을 잘 한다고들 하더군요.
    책을 보는 것보다, 영화를 보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들으면 핵심만 듣고 감동 받아서
    좋다고들 하더군요.
    자화자찬도 이 정도면 병이지요?   

  9. 흙둔지

    2008년 7월 24일 at 1:01 오전

    미로의 주차비는 2시간짜리 영화 보고 나오면 3,000원입니다요~
       

  10. 와잇맨

    2008년 7월 24일 at 1:11 오전

    라뻔데 인지 나뻔대 라는 영화말예요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특히 프랑스가 미국 사람의 도움으로 해방이 되었는데
    사람 중에 베베 꼬인 배은망덕한 Loser 가
    욕구불만의 본능의 갈증을 해소하느라 내 나라 (My Country)를 써먹다니 …
    이런 인간이 만든 영화 뻔할 뻔짜 라뻔데 맞네요 맞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나라를 욕하는 건 못 참아~~~ ㅎㅎㅎ
    내 나라, 내 나라라구요 우리 나라가 아니구 ㅇㅇㅇ
    Nighthawk, Stealth 루 깨지구도 정신 못 차리는 인간 많아요
    그리구, 이란 이랔 좋아하는 사람들 많은데요
    이슬람의 대부분이 법적으로 일부칠처까지 제도예요… 알구나 말을 ㅎㅎㅎ   

  11. Lisa♡

    2008년 7월 24일 at 2:54 오전

    흙둔지님.

    다른데는 3시간 2000원 아닌가요?
    건너 편 흥국생명 시네큐브는 공짠데..
    영화보면요~   

  12. Lisa♡

    2008년 7월 24일 at 2:57 오전

    와잇맨님.

    그 영화 미국서 만든 영화아닌가???
    그래도 그 이야기 속에는 비꼬운다기보다는
    미국이 이상향으로 나오거든요.
    거기 나오는 바이얼리니스트가 폴란드인인데
    꿈이 미국으로 건너가는거에요.
    그 남자를 보내기 싫은 할머니들의 말일 뿐~
    흥분하지 마세요—-
    건강에 해롭습니다.
    미국이던 유럽이던 한국이던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기마련..어디서나 모든 게 만점은 없으니까요.
    와잇맨님.
    저도 미국좋아하지만 여러부분을요…이라크는 별로예요.
    사람들말고요/ 그 정권들이요.
    이슬람이라고 무조건 폄하하는 건 아니고 그들도 개개인적으로
    선한 사람들은 엄청 선해요.
    다만 탈레반같은 과격분자들이 물을 흐려서 그렇지요~~이해하삼요~   

  13. 김현수

    2008년 7월 24일 at 6:37 오전

    영국고모님 방에서
    라벤더 꽃 이야기를 보고 왔는데,
    리사님도 라벤더를 이야기 하시네 ?   

  14. Lisa♡

    2008년 7월 24일 at 12:06 오후

    현수님.

    그러셨어요?
    라벤더가 유행인가봐요..
    라벤더는 향도 몸에 좋다고 하던데요.
    비가 약간 잦아졌습니다.   

  15. shlee

    2008년 7월 24일 at 12:47 오후

    나이드신 여자분들이 특히
    이 영화를 좋아하시나 봐요.
    내가 본 날도
    전부 여자
    주인공 할머니들처럼
    끼리 끼리 짝지어 오신분들이
    많더구먼요.
    박완서군단?
    그럼 박완서 그분도 보신거예요?

    참~
    나도 오늘 성곡미술관 생각났었는데…
    매미 소리 때문에…
    유난히 매미가 많은데…
    요즘도 그런가 하여..
    가 볼까 했었는데…
       

  16. Lisa♡

    2008년 7월 24일 at 1:06 오후

    박완서님과 그의 악녀들이라고나 할까?
    말 잘하는 소설가들요..
    박완서 샘을 모시고 우르르 관람오셨더라구요.
    박샘 영화 잘 보러 다니시고 여행도 그 군단들과
    잘 다니시더라구요.
    매미요?
    아직 못들었는데 우리동네서.
    잠자리가 많이 보이더니 모기가 안보여요.
    쉬리님.
    성곡에 함 갑시다.
    저보면 아는 척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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