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에 작은 수퍼.
그 안엔 슬픈 눈빛을 한 아줌마가 단발머리로 앉아있다.
열심히 사는 부부인데 아저씨는 얼마 전 공인중개사로 부동산을 개업하셨다.
별로 말이없는 그 아저씨가 공인중개를 하고나서는 훨 말이 편해졌다.
아줌마는 웃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장사탓일 게 뻔하다.
나도 늘 장을 보면 한꺼번에 큰 수퍼나 백화점가서 보느라 마음은 있어도
일부러 찾아가서 팔아주는 일이 쉽지않다.
오늘은 강아지를 데리고 이리저리 난리를 치다보니 일체의 약속을
할 수가 없으니 동네를 배회했다.
그러다가 수퍼도 들르고 아줌마랑 이야기도 하다보니 그 장사하는 마음을
십분이해하고도 남아서 마음이 절절 전해져 온다.
수퍼를 들르면 작은 것 하나라도 팔아주려고 노력한다.
한동네에서 오래있다보니 그 수퍼의 가족사도 대충 알아서 늘궁금하다.
큰딸이 공부를 남동생보다 잘 한다.
그래서 나는 그 딸이 좀 더 명문대를 가서 부모님의 고생을 상쇄해주길 진짜 빌었다.
꼭 유명 명문대를 나와야 좋다고 결론을 지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볼 때 좀 나아지거나 부모의 마음에 흡족함으로라도 삶의 무게를 덜어주지 싶어서였다.
그 딸은 장학금을 받고 시립대를 갔다.
학비나 장학금등 만만치 않은 경제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충실히 전공을 공부해 견실한 직장에 갔으면 좋겠다.
만약 나도 아이가 예일대나 하버드에 되었는데 학비가 문제가 되고
주립대에 되었는데 4년 전액 장학금이라면 고민이 될 거다.
한국 아줌마 아니랄까봐…나라면 분명 무리를 해서라도 예일이나 하버드를
보냈을 것이다.
그 아줌마는 늘 나를 부러워한다.
비록 말뿐일지라도..아이들 착하고 뒷받침 잘하니 좋겠다고
늘 따스한 시선으로 추켜준다.
팔푼이인 나는 거기서 부정도 않고 긍정만 한다.
내 생각에 나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나의 태도–아무 앞에서나 추켜준다고 그대로 받는..머저리.
돌아서고나면 공연히 미안타.
나도 뭐 그리 잘나거나 경제적으로 푸짐한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돌아가서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도 뭣하고~
그런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겉으로 아니다라고 내숭떠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솔직하고 낫다고는 위로한다.
뭐라 말하건 뒤 돌아서서 뒷말은 하지않는다.
가끔 친구끼리 누군가를 씹는 귀여운 뒷담화야 재미차원으로 하지만..
어쨌든 수퍼가 조금이라도 운영상 바빠지면 나을 것이다.
빗속에 성수대교 근처에서 아이들을 싣고 오는데 금요일 아니랄까봐 엄청 밀린다.
어찌어찌 비좁은 길을 뚫고 2차선으로 들어서는 순간 옆 선의 차랑 백미러가 툭~하고 부딪친다.
속도를 늦추느라 조금 더 차가 나가고 ABS브레이크 아니랄까봐 약간 더 밀린다.
어머어머..섰다, 아들더러 나가서 이상이 있으면 말하고 옆으로 빼라고 말하라고 하는 순간
(가만 있으면 우리땜에 5키로는 족히 완전 난리가 날 판이다)
데부짱같은 어깨가 내려서 씩씩거리며 내차로 걸어온다.
비오고 … 나는 차창을 내리고 미안하다며 연신 이상있으면 고쳐주겠다고 말했다.
그 남자 욕할 태세다.
"아이 씨~차를 세워야지 그냥 가면 어떡해"
"죄송해요, 세우는데 어디에 세워야할지 몰라서..너무 막혀있어서요"
"그래도 바로 서서 미안하다고는 해야지….요"
"어머, 죄송해요, 그러잖아도 아들더러 빨리가서 알아보라고 하던 참인데..어째요?"
"됐어요/그냥 가세요"
휴우~~~살았다.
요즘들어 차를 바꾸라는 신호인지 베테랑 운전자인 내가 자주 이런 일이 생긴다.
좋게 생각하기로 한다.
쿠키와 엄지땜에 온집안이 난리법석이다.
아이 셋 키울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들의 공부도 당연히 방해가 된다.
거야 뭐…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문제는 엄지가 뭐든 물어뜯는다는 거다.
사람들이 같이 놀아줄 때 빼고는 심심하면 죄다 걸리면 바스라진다.
오늘만해도 등긁개와 실내화 한 짝이…끝짱났다.
무슨 개가 수박에 포도에 안먹는 게 없는건지.
식사시간에 둘 다 식탁에 세로로 서서 난리들이다.
낑낑거리는 걸 보면 안주고는 못배긴다.
특히 쿠키는 고양이소리에 민감한 개다.
미국서 고양이랑 같이 살은 까닭이다.
새벽에 어디선가 고양이 소리가 들렸나보다.
쿠키가 긴장인지 당황인지 호기심을 발동한다.
그래서 다들 잠이 깨고 만다.
테러
2008년 7월 26일 at 12:58 오후
저는 누가 치켜세워주면 그냥 날아가는데….
"네가 뭘 좀 아는구나", "보는 눈 있다" 이런 거만한 멘트와 함께…ㅎㅎ
칭찬에 굶주려서리…ㅎㅎ
Lisa♡
2008년 7월 26일 at 1:17 오후
테러님.
ㅋㅋㅋ…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정말 큰일아닌가요?
칭찬에 안굶주린 나도 그런데
오죽…ㅎㅎ
김진아
2008년 7월 26일 at 5:10 오후
리사님은,
칭찬받으셔도 되는걸요..ㅎㅎ
전, 그렇게 당당하게 표현하시는 분이..
예전엔 몰랐는데요..
점점 살아갈수록,
오히려 사실, 더 편안하게 느껴져요..
어떤식으로든요..
^^
Lisa♡
2008년 7월 27일 at 1:55 오전
진아님도 참…
고맙게스리~~
알았어요..앞으로도 그대로
뭐–지버릇 개주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