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서 퍼옴.
가만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이었다.
늘 덥다, 덥다를 연발하는 작은 언니도 서울로 오고
엄마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을 보자니 열받는다.
우리가족은 끈끈하긴 한데 재미는 물론이고, 너저분한 대화라고는 없다.
잠깐 만나 사무적인 대화만 나누고 재빨리 헤어진다.
암만봐도 괜찮은 가족이다가 암만봐도 정떨어지는 가족이다.
어쨌든
오늘따라 가족별로 각각 집안의 소식을 이야기하란다.
오빠부터…하바드에 다니는 아들부터 시작해 손녀이야기랑
주르륵 서슴없이 한다.
그 다음 큰언니는 울면서 마구 흐느낀다.
작은 오빠는 안한단다.
작은 언니도 울먹이며 말한다.
잘 있노라고 아무 걱정말고 천국에 잘 계시라고..
나…우리가족…그냥 절만하고 말을 안했다.
아니 못했다.
엉터리 제사를 지낸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제사가 물론 살아있는 가족들의 만남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격식이라는 게 있는데 너무나 무시하고 해버린다.
밤이 오기 전, 저녁시간에 해치우질 않나..묵념으로 그냥 다 때우질 않나
술은 큰오빠 혼자만 따르고 만다.
늘 그렇게 해왔는데 오늘따라 올케가 엉망이라며 군지렁거린다.
가만보면 올케는 더 엉망이다.
제삿날이 더 먹을 게 없다.
오늘도 난 우리아이들을 먼저 먹여서 데리고 갈 기회를 놓쳐서 반찬을
들고갔다.
난 과일들과 후식용 모듬 수제케익을 이만큼 사갖고 갔다.
올케는 날 시기한다.
언제나 그렇다.
열심히 일하는 자기에 비해 뺀질뺀질 놀며 멋만 부리는 내가 너무 미운게다.
그거야~자기성격 나름이니 뭐…어쩔 수가 없다.
오늘 우리엄마 행복해하셨나 모르겠다.
아마 큰아들이 엄마,,하고 조목조목 이야기하니 퍽 행복했을까?
그랬을 것 같다.
그거면 됐다.
엄마 가시는 날도 이렇게 덥고 습기가 가득한 날이었다.
데레사
2008년 7월 29일 at 1:05 오후
리사님네만 엉터리 제사가 아니고 이제는 거의 모든 가정에서
생략할대로 생략해서 지내거든요.
우리집도 그와 비슷해요. 그런데도 제사 한번 지내고 나면 힘들어서
며느리보면 이걸 유산으로 물려줘야 하나 하고 늘 고민한답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어머님을 생각했으니
천국의 어머님 기뻐하셨으리라 싶네요.
리사님. 더위에 건강하세요.
Lisa♡
2008년 7월 29일 at 1:08 오후
저는 아이들한테 제사대신 그냥 미사에서
간단하게 추모하는 형식으로 기억만 해달라고
했어요–그것도 싫으면 하지말고요.
저는 그렇게 큰 비중은 두지 않습니다.
다만 한다면 성의를 보이긴 해야지 않을까요?
ariel
2008년 7월 30일 at 2:23 오전
맞아요.. 성의에요.
그래서 물 한그릇 떠 놓고 절 해도 성의…
Lisa♡
2008년 7월 30일 at 2:53 오전
물 한 그릇도 성의라면 성의지요.
상황이 그러면 그런 것도 감지덕지 일 수가 있구요.
마음가짐이 발라야지요.
그나저나 아리엘님.
오늘따라 생리통이 어찌나 심한지 아침내내
미치겠네요…..
Beacon
2008년 7월 30일 at 6:12 오전
마음이 문제겠지요..
마음 = 성의네요…
우리 집안에서도 언젠가부터 밤 열시,열한시 쯤에 해버립니다..
다들 낼 출근할 사람들인데 피곤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타협을 한게지요..
깐깐하신 아제들 다 돌아가시고.. 울 아버지랑 한 분 남은 아제께서 양보를 하신게지요..
Lisa♡
2008년 7월 30일 at 12:25 오후
우리는 8시…ㅎㅎ
박산
2008년 8월 6일 at 6:27 오전
8시가 현실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 지내면 모를까
어차피 제사 자체가 형식이니
형식을 갖추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Lisa♡
2008년 8월 6일 at 11:48 오전
박산님.
제가 아는 분은 (ㅋ 증권사 사장) 제사때 망까지 쓰고
하얀 한복으로 차려입고 엄청 정성들여 지낸답니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어느 정도는 격식을 차리는 것이
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