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덥따.
후덥지근함이 주는 쳐짐이 종일을 지배한다.
거기다 시누이가 맡겨 논 개들 덕에 잠조차 제대로 자지못하는 요즘이다.
잠부족에 뭔가 개운한면이 미진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읽지 못해 쌓아둔 책들과 각종 고지서 용지들, 여기저기 펼쳐 둔 강아지용 패드에
비릿한 냄새까지 어우러져서 어지럽다.
가구없는 세상에 살고싶다.
고지서나 팜플렛없는 세상에 살고싶다.
쓰레기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무인도처럼 한적한 곳에서 며칠 모든 걸 까먹고 있다오고싶다.
무인도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갔다.
님스 아일랜드…조디 포스터와 제라르 버틀러가 나오기도 하고,환상적인
섬의 풍경을 보려나싶어 간 것이다.
잠이 계속 왔다.
영화보다가 잠을 자는 사람을 경멸한다.
내가 그 경멸의 대상이 하는 짓을 스스럼없이 했다.
발버둥을 쳐봐도 쏟아지는 잠을 막는 건 무리였다.
2/3을 졸았다.
그래도 내용은 알 수있다.
조디포스터가 작가이고 딸과 둘만 섬에 사는 해양생물학자인 제라르가
바다에서 실종되면서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받던 사이인 그 딸을 혼자두는 건
위험해서 조디가 합류하는 해피엔딩 스토리다.
조디는 대인기피증으로 문밖을 한발짝도 나오지 못하는 병에 걸린 환자로 나온다.
모든 병은 그렇듯이 정신적인 것이 문제이다.
즐겁게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어지간한 병은 다 초월하게 된다.
졸다보니 아들의 어깨가 툭툭 내 얼굴을 건드려서 침닦으며 졸지않은 척하며 나왔다.
밖은 여전히 꾸무리했다.
저녁엔 오랜만에 파이와 오공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헐레벌떡 저녁을 해주고는 봄햇살에 바람난 강아지처럼 뛰쳐 나갔다.
긴머리가 습기 탓에 쳐져 보이는 파이가 살포시 앉아있었다.
나중에어깨와 목선이 아름답게 보이는 오공이 파인 옷을 입고 들어섰다.
그녀들을 보면 언제나 계획적으로 사는 단단한 호두같아 보인다.
나만 허술한 면을 지닌 그러나 뭘 모르고 편하게 사는, 아니 살아지는 스타일이다.
요즘들어 자주하는 생각인데 평범하게 살기가 어렵다는 거다.
순탄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꽤 탄탄한 직장을 구하고 적당한 배우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무난하게 애를 낳아 기르며 보금자리 마련하며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여지껏은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으니..철이 늦은 편이긴 하다.
세상이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니 아이들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
그렇게 살아준다면 효도하는 것이라는 생각조차 든다.
미국서는 배우자를 동성으로 데리고 오지않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 얼마나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가?
어쨌든 우리는 저녁을 먹고 삿뽀로 生맥주를마셨다.
파이를 신경쓰이게 하는 밉상인 M의 성토대회를 열다가 오공의 주변얘기에
미소지으며 귀를 기울이다가 급기야는 나의 소설과 영화 이야기로 감동하다가(?)
어느새 시간이 자정을 가까이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래면서 후닥닥
일어나는 우리다.
쌈빡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만남은 참 쌈빡하다.
서로 다른 동체가 만나 이렇게 즐겁고 뜻이 일부러도 아닌데 통한다는 건 행운이다.
확실한 성격의 오공은 늘 그렇듯 명쾌하다.
의외로 무난한 성격의 파이는 극히 개인적이지만 허술한 면이 꽤 있다.
웃기기만 하는 나는 어쩔 땐 단호하게 말하는 싸가지도 있단다.
이제는 조블얘기도 안하고 우리사는 얘기하느라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올해는 오공의 지연이가 대학을 가는 해이다.
그 일로 나중에 오공이 웃을지 울지는 모른다.
그러나 부디 활짝 웃으며 쌀짝 잘난 척하는 그녀를 보고싶다.
집으로 오는 차에서
이렇게 사는 즐거움도 괜찮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이지만 신선한 교양을 겸비한 그네들과의 소소한 만남이라도 주어지는 삶.
그렇게 번듯하지는 않아도갈치정식에 낙지볶음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경제력에
같이 맥주잔을 부닥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건 행복함 아닐런지~
갈수록 친구들과의 사이도 소원해지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살기 바쁘고 어디론가 떠나게 되고 소통의 부재도 존재하고 그러다보니
대화가 되는 소통 가능한 친구들이 이렇게라도 있어준다면 감사하기로 하자.
삶은 언제나 새로움을 창조하기도 하지만
조금씩 꺼내어 쓸 수 있는나름대로 인적 귀한 자산을 미리미리 기름칠해야겠다.
우리는 늘 그렇듯 꺼내었다가 다시 잘 보관하기는 하지만~
오공
2008년 8월 1일 at 12:20 오전
리사님이 사주신 낚지 볶음 매우 맛있었고,
맥주 안주도 맛있었어요.^^
애들 미국에 유학보내고,방학에 애들 공부 스케쥴도 잘짜고
부지런히 애들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리사님이
저보다 훨씬 게획적으로 잘 사는 분이지요.
어제는 제가 심하게 지각하는 바람에
잠깐 밖에 못 논 것 같아 미안하고 아쉬워요.
제발^^ 언젠가는 종일 진을 빼면서^^ 놀아 봐요 우리!!
색연필
2008년 8월 1일 at 12:41 오전
여름 소녀, 소년들…
참 눈부시게 아름답네요^^~
리사님, 아이들이 이뻐서 몬살겠죠!?
저는 사진 만으로도 완전 감동 먹었습니다~
함께 시간을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눈다는 건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랑이 많으신 리사님~!
홧팅입니다!!
t루디
2008년 8월 1일 at 1:00 오전
카본 카피군요.
따님이…
김진아
2008년 8월 1일 at 2:19 오전
리사님..
너무나 예쁜 아이들..
그냥,
보기만 해도 싱글벙글..
그럴것 같아요..
지금 늦은 출근하는 남편이..
한마디 콕 박히게 하고 나갔어요..
거보라고, 딸이 있어야 한다구…하면서요 ㅎㅎㅎ
아, 배아파라…ㅎㅎㅎ^^
Lisa♡
2008년 8월 1일 at 2:51 오전
오공님.
흑흑흑(감동의 눈물)..누가 그런 말 해주길 얼마나 바랬는데
오늘에야 듣게 되다니..역시 그대는 나의 벗이요.
계획적이라는 말은 정말 나랑은 무관한 단어랍니다.
난 그냥 되는대로 사는 편이고 아이들도 그렇게 무작정
보냈다가 클날 뻔 했던 사람이라~~어쨌든 땡큐~땡큐~
Lisa♡
2008년 8월 1일 at 2:52 오전
색연필님.
정말 몬살겠어요.
거기다 정말 잔소리나 군말 한 번 않는 아이들이지요.
뭐 반항하는 소실 못들었답니다.
착한 것뜰~~
뭐든 잘 해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랑….사랑….어화둥둥 내사랑~~
둥개둥개 내 사랑…사랑 좋치요…
연필님.
고맙습니다.
여름 소년, 소녀도 고맙다고 합니다.
Lisa♡
2008년 8월 1일 at 5:50 오전
진아님.
딸이 없는 이들이 요즘 딸에 대한 구애가 심하네요.
아들 중에도 딸을 능가하는 놈이 있으니 잘 찾아보세요.
제 경우도 큰아들이 딸을 100% 능가합니다.
아주 애교가 말도 못하거든요…그 맛에 삽니다.
아침, 저녁으로 나만보면 쪽쪽~~ 정신이 없어요.
엄마한테는 말하는 소리도 달라요.
Lisa♡
2008년 8월 1일 at 5:50 오전
트루디님.
카본 카피가 뭐예요?
카본이 뭔지는 아는데…
전체적인 뜻 가르켜줘요..
하나 배우겠네요.
shlee
2008년 8월 1일 at 6:32 오전
말 잘듣고 반항하지 않는 아이들
셋
마음 맞는
친구들
둘과
삿뽀로 생 맥주를
…..
천국같은 나날을 보내는 구먼…
Beacon
2008년 8월 1일 at 8:00 오전
영화보다가.. 코를 골지는 않았나요?, ㅎㅎ
파이를 신경쓰이게 하는 밉상… "B"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
광혀니꺼
2008년 8월 1일 at 9:18 오전
셋 다 신났군요.
아니 리사하트님가지 넷~다~
ㅎㅎ
오늘까지 휴가 쫑 내고
위밍업 해여ㅑ지요~
저두 영화보려고 하는데
안 자야쥐~
ㅎㅎ
데레사
2008년 8월 1일 at 10:42 오전
수영하는 모습들, 천사가 따로 없네~~
나도 모처럼 영화보러 갔다 2분의 1은 잤답니다.
놈.놈.놈.
죽이고 때리고 뭐 그런 영화인데
피서겸 갔던거라 재미있고 없고는 별 문제이고
그냥 잘 자고 나온 영화.. ㅎㅎㅎ
Lisa♡
2008년 8월 1일 at 12:16 오후
쉬리님.
천국같은 나날 맞습니다.
저녁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자랑하고 싶어서요.
히히히….천국같은 생활~~아!! 좋아라.
Lisa♡
2008년 8월 1일 at 12:17 오후
비컨님.
코를 골 정도는 아직 아니거든요.
아주 피곤한 날은 바로 골지만….
그 M요…조블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특히 여자랍니다.
Lisa♡
2008년 8월 1일 at 12:18 오후
광혀니꺼님.
우리 애들 수영을 좋아해요.
어릴 때 수영을 배워줬는데
그 탓인지 그건 모르겠구요..
물만보면 제일 좋아하는 우리 아들은
어쩔 땐 옷입은 채로 들어갑니다.
Lisa♡
2008년 8월 1일 at 12:20 오후
데레사님.
놈놈놈…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말 달리면서 음악 나올 때는 신나던데요.
잤다구요?
후후후….그래서 사람따라 다르다는 말이.
하긴 내 친구 동막골보면서도 잤어요.
1/2을 잤다면 송강호가 웃기는 거 못봤겠네요.
숲. 나무
2008년 8월 2일 at 4:17 오전
리사님.
아드님도 잘생겼구요.
따님이 정말 예쁘네요.
마냥… 행복하실 것 같아요. ^^
오공님과 파이님과 리사님의 정다운 만남. 부럽습니다. ^^.
Lisa♡
2008년 8월 2일 at 12:03 오후
숲, 나무님.
감사합니다.
이쁘죠?
다른 사람들은 그러면 아니예요~그러는데
저는 늘상 맞아요, 이쁘죠?
그런답니다.
팔불출이래도 좋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