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일 붉은 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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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개밥, 개똥, 개털, 개오줌…개로 시작해 개로 끝난다.

청소기를 자주 돌리게 된 건 순전히 개들 탓이다.

주부처럼 변해가고 있는 것도 모든 게 개들 탓이다.

붉은 八月이 될 이 달도 소리없이 어느새 시작이다.

새로 산 식기건조기가 앞 부분이 벌어져 있어서인지

아침에 하얀 접시를 하나깼다.

그리고 저녁에는 유리컵을 또 깼다.

본래 그릇을 잘 깨지 않는 편이다.

하루에 두개를 깬다는 건 분명히 좋은 징조다.

언제나 나는 뭐든 내방식대로 해석하는 버릇이 있다.

그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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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프로그램에선가 새로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공정택당선자의 인터뷰를

들었다.

뭔가 비리가 숨어있다거나 오랫동안 자기자리를 잘 유지해 온 사람에게서 나는

그런 목소리로 치우치게나이든 티도 팍팍났다.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요한 교육 공직자가 70살이 넘었다는 것도 마음에 안든다.

강남의 3개구에서 집중표를 받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목소리로 사람평가를 잘 하는 스타일이다.

MB도 목소리가 아주 싫다.

목소리 좋은 사람이 확실히 모든 것이 좋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지적이고 윤택하며 남성미 넘치는 목소리가 좋다.

거기다 신중함마저 들어있으며 웃음소리가 제법 호탕하고 큰..그런…

여자는 맑고 투명한 목소리에 솔직함이 묻어나는 건강한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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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여자가 차를 몰다말고 차창을 내린다.

남편이 제법 클래식이나 연주에 귀가 뚫렸는데 누가치는지 요즘 피아노연주 듣는 맛에 산단다.

누가 그리 잘 치느냐고 묻는다.

자랑스레 뻔대처럼 이야기한다.

"우리 둘째예요, 전공해도 되는데 안한다고 하네요"

하긴 아침에 쇼팽의 흑건을 마구 두들겨 대더라니~

저녁에 칭찬을 해주며 피아노를 아랫집을 위해 치라고 했더니 더 잘친다.

흑건과 이터너티랑 시크릿, 레인보우 브릿지를 열광하듯 친다.

흐뭇하다.

영락없는 아티스트깜이다.

오늘따라 뿌듯하다.

아이들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고 밥짓는 일이 정말 행복 그자체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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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절임 쌈채를 사다가 등심을 구워서 싸서 먹었다.

부추와유기농 파를 얻어 온 덕에 같이 어슷썰기를 해 파절임을 했다.

그리고 비지찌개랑 어묵볶음에 열무김치랑 야채쌈.

강아지 두 마리까지 곁들이로 낑낑대는 소리를 들으며 저녁을먹었다.

사랑스런 식탁이었다.

아이들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뭘 조금씩 주는 모습.

난 앞치마를 두른 채 계속 고기를 구워대는 풍경이 그저 미소짓게 된다.

저녁에 심심하다는 경이가 같이 눈에는 눈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지만

시간 상 나가질 못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팔조금법인데…ㅎㅎ

아이들이 8월말에 간다.

가고나면 어디론가 혼자 여행이라도 가고싶다.

벌써 마음으로는 물색 중이다.

솔비츠?

독도?

울릉도?

참 울릉도랑 독도는 배멀미가 힘들다던데~

아이들은 벌써 8월이냐고 찡찡댄다.

10 Comments

  1. ariel

    2008년 8월 1일 at 2:25 오후

    나도 음성으로 ‘관상’ 봐요..
    싫은 음성은 안 만나야해..!!!!!!!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들 밥 해주는 것이
    감사하죠.. 우리에게 밥 해줄 아이들이
    있고.. 또 잘 먹어주고..^^
    다니엘 떠난 후 나는 어디도 안 갔어요.
    갈 곳도 없고.. 담 주말 쯤 출장..?
    이것 저것 거이 종일 일 해요..^^

    굿나잇~~~    

  2. Lisa♡

    2008년 8월 1일 at 2:55 오후

    아리엘님.

    놀랴서 미안해요.
    다니엘도 가고 없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봐줘요~~
    자랑하고 싶어서요.
    기쁜 마음에…
    음성관상 확실합니다.   

  3. 김현수

    2008년 8월 2일 at 6:27 오전

    내 목소리 달콤해요 ! ㅎㅎ,
    (뻥이래도 좋다)   

  4. 서영

    2008년 8월 2일 at 7:48 오전

    리사 내가 아는 여자중 가장에너자이저~~살림, 애들교육.타인과의관계
    어느것이나 부지런히 최선을 다하는모습 그저아름다워요
       

  5. Lisa♡

    2008년 8월 2일 at 10:58 오전

    현수님.

    진짜라면?
    확인사살 들어가야하는데…   

  6. Lisa♡

    2008년 8월 2일 at 10:59 오전

    서영언니.
    에너자이저 리사랍니다.
    요근래는 아예 외출은 엄꼬 그냥
    내새끼들하고만 복닥거립니다.
    하루가 왜이리 짧은건지..
    언니…요즘 어때요?
    아버지요—–
    함 뵈어요~
    다음 주쯤에 전화드릴께요.   

  7. 물처럼

    2008년 8월 2일 at 11:57 오후

    리싸 핱님의 음성은
    분명 솜사탕같이 스윗할 꺼만 가태..

    울릉도?
    배가 제법 커서 멀미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꺼 가튼디요?   

  8. 광혀니꺼

    2008년 8월 4일 at 12:16 오전

    ㅎㅎ
    전 실은 멀미라는걸 모르고 살았습니다.
    한번도 키미테 같은걸 봍여본적도없고
    회사에서 안면도로 배낚시 갔을때도
    스무명의 직원들 모두 네발로 기어다닐때
    저 혼자 낚시해서 전직원 회를 잡아 먹였지요~

    근데 네해전인가 울릉도로 휴가를 갔습니다.
    묵호에서 쾌속선 타고…부웅~
    뭔가 얹힌듯한
    가끔은 땅이 공중에 떠있는듯한…
    그게 멀미였던가 봐요.
    돌아오는길
    묵호항에 내리자 마자
    그 기운이 순식간에 없어지는거 있죠?
    ㅎㅎ

    그래서 멀미라는게 어떤것인지…조금 …

    준비 단디하고 가시길…

       

  9. Lisa♡

    2008년 8월 4일 at 2:39 오전

    물처럼님.

    전화목소리는 스윗트하다고들 합디다요.
    그런데 가끔 중학생 아니냐고 엄마없냐고..
    나—그런 목소리 재수없는데…
    ㅎㅎㅎ
    울릉도요?
    배가 커서 개안타고여?
    괘안턴 안개안턴 가보기는 해야지요.
    도전 2008.   

  10. Lisa♡

    2008년 8월 4일 at 2:41 오전

    광여사님.

    배멀리 잘 하게 생겼는데…
    그 정도가꼬 멀리한다믄 이 멀미여사가
    쪼까 짜증납니다.
    나는 키미테 이딴 거 소용없구요.
    오직하면 고3년을 걸어서 1시간이상 걸리는
    거리를
    다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꾸..운전할 때는 절대 멀미없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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