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2일 죽어도 폼생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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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호텔에서 전화가 왔다.

한우세트와 생크림 케잌을 누가 나에게 보낸다고 주문했다는 내용이다.

무슨 호텔씩이나..그럴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없다.

시누이다.

죽어도 폼생폼사 지향형인 그녀를 누가 말려..

차라리 난 상품권이나 현금이 더 나은데 말이다.

백화점도 비싼데 것두 호텔씩이나…못말린다.

공짜라고 다 좋나…내 분수에 맞는 걸 먹어야지.

왠지 목에 걸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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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할 때도 나는 실속형으로 포장지조차 하얀 상에 까는 종이나

누런 베이지색(봉투만드는..) 종이를 잘라서 노끈으로 묶는 방법을 쓴다.

과히 촌스럽게나 성의없어 뵈지는 않는다.

시누이는 완전 작품을 만드는 형이다.

떡조차 꽃을 과하게 얹어서 받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드는 돈에 비해 실속은 잠시 뿐 … 포장지를 모아둘 수도 없는 노릇.

어쩔 땐 그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꽃도 난 비닐이나 망으로 얼기설기 뭉쳐진 과대포장은 노굿이다.

주로 신문지나 아까 말한 누런 종이로 싸서 예쁜 끈 하나 묶는 걸 즐긴다.

꽃 포장 재활용도 안 되고 공해다, 공해…

도심에서 떨어진 꽃집일수록 그런 재래식 포장이 대단한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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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을 한 번 잡으면 좀체 놓기가 싫다.

인형은 대충 몇 개 만들고 이제 파우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0.7mm 시접분을 자로 그어서 천에 대고 맞추어 시침핀으로 잘 꼽고

한 뜸씩 홈질을 한다.

행복홈질이라는 느낌을 갖고 돋보기쓴 채 열심이다.

딸에게 파우치 하나 만들어 줄까? 하니 됐단다.

망할 것…

파우치는 여러 개 있지만 그래도 정이 가는 게 따로 있다.

무슨 물건이든 정이 드는 물건 따로, 아끼는 물건 따로다.

정이 들어서 자주 사용하다보면 닳아서 보들해진그 감촉을 돈주고도 못산다.

낮에도 파우치 재단하고 그리고 하다가 시간이 금방 3시간이 갔다.

밤에도 잡고 홈질하느라 (끝내느라..)자정이 금새 지난다.

요즘은 밤이 오면 내일의 할일들이 떠올라 시간이 되면 자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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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고나면 불교관련 서적들을 좀 볼 예정이다.

불교는 우리나라에서 빼놓을 수없는 종교이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사찰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해서인지 풍광이 그저그만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리 과하게 다가오는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딱 한 번 마음에 안드는 절이 있긴 했다.

구인사.

척 보이는 느낌이 벌써 공장같은 느낌.

마구 돈을 발라 지어놓은 분위기라고는 찾기 힘든 모습이었다.

단양 쪽으로 가면 있는데 거기가 뭐–소원하나를 들어준다나…

버스가 그 절 입구까지 가는 대단한 파워를 갖고있는 절이다.

오래된 절이 찾는 이에게는 좋다.

마음먹고 찾아가보면 새로 지어 바뀌어 버린 절들을 보면 이유야 있었겠지만

보는 이들의 눈에는 실망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부석사와 선암사를 좋아한다.

최근에 신륵사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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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많다.

어떤 조카는 선물을 주었을 때 ‘뭘, 이런 걸 다..’라는 애가 있는 반면

‘이모..최고야, 이런 걸 어떻게 골랐어? 역시 이모가 짱이야~’ 라는 조카도 있다.

그저 문자나 전화로 고마워요“잘 쓸께요, 땡큐~ 이런 인사치레는 그저 그렇다.

이모 짱이야~라든가 마구 마음에 든다며 호들갑을 떠는 편이 또 해주고픈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은 좋아도 표현을 잘 못한다.

그런 걸 알면서도 호들갑형에 더 기분이 좋아진다.

선물을 받으면 일단은 호들갑을 떨고 볼 일이다.

오늘 내가 만든인형을 누군가에게 선물했다.

식구들대로 마음에 든다며 진심이 전해왔다.

별 것 아니지만 손수 염색하고 자르고 그려서 애쓴 선물인데 호응이 좋으니

만든 나도 기분이 좋아지며 말선물을 받는다.

표현에 인색하지 말자는 게 늘 내가 주장하는 바이다.

14 Comments

  1. 흙둔지

    2008년 8월 13일 at 12:28 오전

    위 사진에 보이는 나방 겉모습은 후줄근한데
    이동할 때 날개를 펴면 빨간색이 정말 고혹적이던데요…
    그래서 계속 쫓아다니면서 나르는 모습을 지켜 봤답니다.
       

  2. Lisa♡

    2008년 8월 13일 at 12:44 오전

    맞아요/////

    ㅎㅎㅎ……

    모르는게 읍써요–   

  3. 뽈송

    2008년 8월 13일 at 2:34 오전

    아니 언제 글 쓰고 인형까지 만든다요?
    슈퍼우먼이 따로 없군 없어…   

  4. Lisa♡

    2008년 8월 13일 at 3:08 오전

    ㅋㅋ….

    뽈송님.
    사람들이 더러는 제게 수퍼우먼이라고들 합디나요/
    그렇지만 조금만 서두르면..
    그리고 글은 앉은 자리에서 쓰쓰쓱~~~ㅎㅎ   

  5. 와잇맨

    2008년 8월 14일 at 12:56 오전

    시누이 남편이 의사면 폼생은 아니네요
    폼이 아니고 남동생한테 파워를 실어주는 거같은데 …
    리사님이 이쁜 거보다 ㅎㅎㅎ    

  6. Elliot

    2008년 8월 14일 at 3:11 오전

    미운 넘은 아무리 이쁜 짓 해도 밉다더니….
    선물 주고도 욕먹네 ㅋㅋㅋ

    맞아요 내성적인 사람은 공연한 손해를 많이 보고 살게 되여.
    사실 따지고 보면 웃는 얼굴에 쓰잘떼기 없는 말 한 마디 차인데…. ^^

       

  7. 미리

    2008년 8월 14일 at 4:15 오전

    으…답ㄱ글 읽다가 웃음이 빵 터지네요.ㅋㅋ
    리사님, 저도 얼렽님하고 비슷한 생각을 했는디..

    살짝 귀여우신 척? 하는 얼렽님의댓글(살게되여.)를 보니,
    마구 웃음이 나네요 ㅋㅋ(자주봤던건데 오늘은 왤케 욱기는지)
    바깥이라 입 틀어막고 웃는중이에요~!(사람들이 쳐다봐요ㅋㅋ)

       

  8. 래퍼 金愛敬

    2008년 8월 14일 at 7:06 오전

    마음에 썩 들지만..아직 마땅한 임자를 찾지못한 것중..
    리싸님표 파우치..저 항개만 주시면 안되나여~ㅎ

    정 안되면 할 수 없이 지가 한번 맹글어봐야지만서두..ㅡ.ㅡ..   

  9. 東西南北

    2008년 8월 14일 at 7:43 오전

    목에 걸릴것 같으면 드시지 마시고 나 주셔~~~   

  10. Lisa♡

    2008년 8월 15일 at 1:03 오전

    와잇맨님.

    폼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건 확실합니다.
    엄청 잘 사니까요—하지만 받는 사람이
    그런 걸 받을 정도가 아니라는 거지요.
    그런 건 윗분이나…잘 보일 사람한테나.
    하긴 가앙지 봐준 값이래요.
    강아지가 침대에 오줌 많이 쌌는데
    침대사주긴 뭣하니까 입 틀어막음용.
    그런데 호텔에서 배송이 엉망이더라구요.
    케익이 찌그러져서 한 쪽으로 밀려서 왔네요—
    참 우리 진짜 시누이남편은 의사맞는데
    저 시누이는 사촌인데 의사보다 몇 배나 능력있지요.
    부럽기만~~~에고…언제 저리 살아보나…푸욱~~ㅎ   

  11. Lisa♡

    2008년 8월 15일 at 1:04 오전

    엘님.

    미운 놈 아닙니다.
    이쁜 년입니다.
    아고…고고고…..손위인데 맞을라~
    어제 그 선물 도착하고나니 더 욕나오더라구요.
    뭐—그런 거 있잖아요.
    과대포장.   

  12. Lisa♡

    2008년 8월 15일 at 1:06 오전

    미리양.

    하이~~방가방가..
    엘님 귀여운 척하는 거?
    개안았어여???
    이딴 거?
    음—-내 보기에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이 시대적인데?
    후후후…..미리양////더운데 어디 안가고?
    바닷가에가서 선탠이라도 하면서 롯데카드라도 써야 꼬이지..
    가끔 그날의 컨셉따라 왤케 욱기는게 많은지..ㅋㅋ   

  13. Lisa♡

    2008년 8월 15일 at 1:07 오전

    래퍼님.

    간 크다아~~~~
    파우치 엄청 시간 걸려요.
    손에 물집 생길라캐요.
    몬준다구요—앙앙~~~~
    래퍼님.
    직접 만들어 보심이 어때요?
    가까이 있으면 같이 만들건데 아쉬워요.   

  14. Lisa♡

    2008년 8월 15일 at 1:08 오전

    동서남북님.

    줄 것도 없드만요.
    양이 작고 앙증맞은 것이더라구요.
    포장만 거창….맛도 우리동네 정육점이
    훨배 나아요.
    동서님.
    원하시면 제가 사드릴께요.
    남북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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