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6일 엄마는 아직 어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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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떠나는 놈들이 막국수가 먹고싶다길래 조금 먼 곳까지 먹으러 가기로

결정했다.

맛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일념하에 홍원막국수집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더 멀고 먼 길이라 가면서 두번 후회했다.

지난번보다 맛이 어째 좀 덜하다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맛있게 먹어주고

돌아왔다.

하늘의 구름은 여전히 유혹적이고, 초록은 내눈을 시원하게 했으며

오밀조밀한 동네 어귀들과 커다란 정자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먼길을 갔다는 자책감에 그런 친근한,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자연스러움이

반정도는 억울한 감정을 추스려주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부르며 즐거운 표정이다.

시골 사거리의 귀퉁이에 위치한 시골학교가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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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아들들이 날 좀 구박하는 듯한 느낌이다.

손가락질 하지마라~

말 좀 적은 소리로 해라~

핸드폰을 잠깐 어디두고 나왔더니..진짜 못말린다나~

시간이 5분만 늦어도 약속 안지킨다고 투덜투덜, 뭐 틀린 말이 하나도 없으니.

그래서 애교작전을 벌이기로 한 내가

"너..나중에 엄마 늙으면 더 구박하겠따~~지금도 이런데 말야"

늙은 엄마를 왜 구박하냐고 되묻는다.

그때는 절대 구박않는단다.

"왜?"

그랬더니

-지금의 엄마는 아직 어리잖아~-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모르겠다만

왠지 모르게 아들에게 애교가..응석이…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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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도 설명이 안되는 부분들.

아무리 설명해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는 갑갑함.

어디서 어디까지 말해야할지 갑갑한 순간.

어릴 때 어른들이 왜그리 말을 줄이면서 할 말도 않던지 이해가 안되던 때.

이제는 내가 그런 어른이 되고 말았다.

말이면 다 통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말로도 통하지않고, 말귀를 못알아듣는 경우도 있고

아예 이것저것도 다 안통하는 인간은 존재한다.

그리고 감정의 전달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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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찍고 아디다스매장을 여러군데 찍고 종일 바빴다.

내일 갈 아이들의 필요한 물품을 마지막으로 사러 다니다보니시간은 금방이다.

아디퓨어인지 축구화를 사러 다니다가 결국은 품절이 되고만 그 모델을 놓쳤다.

그래서 믿음이 가지도 않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만다.

아들이 떠난 다음에 받아서 늦게가는아이편에 전해서 들려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양재동 코스트코~

딸기쥬스 6잔 정도를 위해 딸기냉동시킨 걸 사고만다.

아이들이 막상 간다니 먹이지 못한 쥬스들하며 한두가지가 밟히는게 아니다.

마구 돈을 쓰고싶게 만드는 먹거리들..후후…

마지막 저녁을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음식으로 먹겠단다.

매운탕과 회로 저녁을 준비했다.

디저트로는 쵸코렛 케익과 딸기쥬스, 그리고 수박.

수박이 요즘에야 제 맛이다.

수박은 과질이 약간 가루처럼 하얗게 보이는 게 맛있다.

참으로 즐거운 한때이고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들이다.

6 Comments

  1. 소리울

    2008년 8월 27일 at 8:18 오후

    드디어 아이들을 보냈구나.
    얼마나 섭섭할까?
    나도 없는 사이에…
    이젠 당분간 머무르고 싶어요   

  2. shlee

    2008년 8월 27일 at 10:29 오후

    목소리 큰 엄마
    우리 아이들도
    싫어 하는데…
    내 목소리가 그렇게 크나?
    어린 엄마들일 수록
    목소리가 크겠지?
       

  3. Lisa♡

    2008년 8월 27일 at 10:49 오후

    소리울님.

    언니………..언제왔쑤???
    이제 좀 머물고 싶다구요?
    그렇겠따—-
    나는 그래도 떠나고픈데.
    그래도 며칠간은 쉬어야겠어요.
    저도 말이죠.   

  4. Lisa♡

    2008년 8월 27일 at 10:51 오후

    쉬리님.

    아이들이 매너를 지나치게 의식하더라구요.
    입냄새도 나면 안된다면 민트를 사달라고
    하질않나, 남을 쳐다볼 때도 표시않나게
    하여간 못하게 하는 것도 많더라구요.
    제 목소리가 큰가봐요~~경상도잖아요.   

  5. ariel

    2008년 8월 27일 at 10:53 오후

    수박 사는 방법 배웠네요..^^   

  6. Lisa♡

    2008년 8월 28일 at 2:25 오전

    아리엘님.

    그런데 문제는 제가 말한 방법은
    사고나서 갈라봐야 아는데…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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