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의 책.

열린책들.

<패러디의 사명은 그런 것이다. 패러디는 과장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제대로 된 패러디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웃거나 낯을 붉히지 않고 태연하고

단호하고 진지하게 행할 것을 미리 보여 줄 뿐이다>

패러디의 당당함을 에코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이 패러디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유념하고 그저 재미있게 읽다보면 촌철살인같은 귀절이 나올 수도 있다.

글에서 시종일관 지루한 개념이나 어려운 문자들로 도배한 책에서는 미학이나 그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주제를 쉽게 기억하기 어렵다.

도리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이야기속에서 문득 튀어나온 명언을 쉽게 기억한다.

진지하게 읽지않아도 된다.

재미있다는 호기심으로 심심할 때 읽기 좋은 책이다.

다들 재미있어하는 부분들이 다르고 관심분야가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

재미있음직해 보이는 몇부분을 소개할까한다.

당근 나만의 패러디도 조금 들어가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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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

-뉴욕의전위적인 극장에 자주 출입하는 것을 삼가하라.

영어권 배우들은 대사를 할 때 음성학적으로 침을 많이 튀긴다.

실험적인 공연을 하는 작은 극장은 더욱 피해야한다.

관객들 대부분이 사정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나 사제들과는 정치인은 일절 관계를 맺지 말아야 한다.

마피아의 경우 대부의 손등에 입맞추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카톨릭계를 출세의 발판으로 삶으려고 하는 경우 사제의 손으로 집어주는

성찬전례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고백성사때의 위험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충치환자로서 치과의사와 접촉하는 경우는 피하고 싶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안에 넣은 손가락을 당신의 입안을 뒤적거릴 게 뻔하다.

-기름에 오염된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도 금지.

수영한 많은 사람들이 입안에 들어갔다 뱉어 낸 침이 기름에 섞여있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도 피하라.

여러 사람들을 납치하는동안 같은 복면을 계속 쓰고있기 때문이다.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가 되지않도록 노력하라.

실업자가 되면 하루종일 손톱을 잘근잘근 씹고 있으니까.

-죄인들 중에 전염병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는 십자가상에 입맞추면 죽어가는 사람.

단두대의 칼날이 소독되어있지 않은 위험성을 안고있는 사형수.

-미사일의 공격가능성이 있는 곳은 절대 가지마라.

버섯구름을 보며 세상에 저럴 수가..하면서 손을 자기도 모르게 입가로 가져간다.

-남아프라카 공화국의 흑인들.

백인들이 거드름을 피우며 자기 발 밑에 침을 뱉을 때 질병에 감염되지않도록 조심하자.

……….관계당국이나 언론들은 나중에 해결해도 될 문제를 놓고 입씨름이나 하지말고

코앞에 닥친 위생교육 캠페인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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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

-이카루스:한바탕 곤두박질치고 난 기분입니다.

-피타고라스:만사가 직각처럼 반듯합니다.

-소크라테스:모르겠소.

-플라톤:이상적으로 삽니다.

-노아:재해보험좋은게 하나있는데 알고 계세요?

-단테:천국에 온 기분입니다.

-데카르트: 잘 지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파스칼:늘 생각이 많습니다.

-헨리8세:저는 잘 지냅니다만 제 아내는…..

-카사노바:모든 쾌락이 다 날 위한 것이지요.

-베토벤:소리 죽이고 지냅니다.

-슈베르트:송어를 좋아하세요?

-쇼펜하우어:잘 지내려는 의지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마르크스:내일은 더 잘 지내게 될 거요.

-프루스트:시간에 시간을 줍니다.

-니체:잘 자내고 잘못지내고를 초월해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드:좆나게 잘 지냅니다.

-파가니니: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카프카:벌레가 된 기분입니다.

-피카소:시기에 따라 다르지요.

-드라큘라:피봤습니다.

-프로이트:당신은요?

-스필버그:E.T잘 지내니?

-예수:다시 살아났습니다.

-카뮈:부조리한 질문이군요.

-클레오파트라:독사의 고기라도 기꺼이 다시 먹겠어요.

-애거서 크리스티:맞춰보세요.

-나폴레옹:유배된 느낌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조블러:블로깅 중입니다.

…………리사:애 키우면서 잘난 척 하는 재미로 삽니다.

…………MB:소고기가 말이죠~

…………정세균:골프실력이 늘었어요.

…………백수:올림픽이 끝났어요.

…………노처녀:재미없네요.

…………파이:약국일이란게 늘 그렇죠.

…………마일드:빵에 갇혀사니 괴롭더라구요.

…………오공:놀토엔 늘 바쁘더라구요.

…………소리울:여행떠날 준비해요.

…………오드리:로마는 이제 지겨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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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을 만났을 때 반응하는 방법.

누구더라..아는 사람이긴한데..인사방법을 고민하다가 인사하기 직전에

생각이 난 그…악수하려던 손을 슬쩍 접는다.

상대편에서 걸어오던 인물은 다름아닌 앤서니 퀸이었단다.

언젠가 나도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는데 알고보니 노주현이었다.

사람들은 대걔 비슷한 반응을 하는데 자기가 아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

유명인을 봤을 때 손가락질을 하며 ‘쟤 알지…쟤 말이야~’

‘어머 ㅇㅇㅇ지나간다. 봤어..모른 척하고 봐’ 라든지 아래 위로 꼼꼼이 살핀다든가

하는 행동을 한다.

기억나지 않지만 아는 사람같은 인물들은 주로 TV에서 봤다고 치면 거의 맞다.

유명인들이 마치 가상인물이라도 된 것처럼 현실세계에서 만나면바로 앞에서도

그냥 이름을 하대한다던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낌없이 한다는데서 사람들은

가상세계를 매스미디어를 통해 기억한다.

그러더니 결국은 현실을 가상으로 착각하기도 해서 영화나 드라마를 따라하기에 이른다.

그는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사람들은 오직 자기존재만을 인식하고 나외의 다른 모든 것은

오직 현실이 아닌 걸로 착각한다는 말로 대신한다.

우리에게 미치는 매스미디어의 위력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말하는 글이다.

기발한 착상들로 즐겁게 해주는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 책을 지겹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아주 오래 전에 유쾌하게 읽었는데 라디오에서 언젠가 조영남이 아주 낄낄거리며 읽었다는

말을 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제목이 다소 건방진 말일지도 모른다.

거꾸로 해석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는 제목이다.

익살스럽고 풍자적이며 비틀어서 말한 재미난 부분들이 다소 통쾌하기도 하다.

내용이 잡다할수도 있겠으나 다양하고 풍부하다고도 할 수 있다.

독서의 계절인 9월보다는 8월에 어울리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6 Comments

  1. 오공

    2008년 8월 31일 at 4:24 오전

    저는 이 책을 읽고 도가 트는 줄 알앗는데
    아직도 웃으며 화내기가 잘 안되고 있지요.   

  2. Lisa♡

    2008년 8월 31일 at 5:47 오전

    자기 오공님.

    이미 그 정도면 도 텄거든요.   

  3. Elliot

    2008년 8월 31일 at 2:49 오후

    ……………얼렷: 삶을 사랑하는 중임다.^^

       

  4. Lisa♡

    2008년 8월 31일 at 10:55 오후

    어련하시겠습니까? 앗…
    앞의 얼렷따라하다가 그만~~~   

  5. 테러

    2008년 8월 31일 at 11:11 오후

    앗… 사람들이 저한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 대해 연구까지….ㅠㅠ
    – 세상의 바보
       

  6. Lisa♡

    2008년 8월 31일 at 11:48 오후

    어느 날 : 테러………..경주마를 연구 중이지요.

    또 다른 어느 날 : 수애와 태희가 쫌 속 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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