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놓고 수를 놓다보니 ‘즐거운 인생’이라는 영화를 해준다.
추석특선영화인 셈이다.
김윤석도 나오고 정재영도 나오니 보고싶었던 영화인데 놓친 걸 지금 TV에서
방영해 주는 것이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정재영은 교사인 아내덕에 놀고먹지만 거의 사람의
취급을 못받는 투명인간신세이다.
김윤석 또한 해고당한 후 택배회사직원과 밤에 대리운전을 하는 투잡으로
두 아이들의 학원비도 겨우 대는 생활을 한다.
또 한 친구인 김상호는 중고차매매상을 하면서 캐나다로 유학 간
아이들과 아내의 뒷바라지로 돈을 보내며 행복해하지만 어느 날 아내로 부터
일방적인 이혼통고를 받는다.
40대 후반의 이들에게 닥친 생활고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절절하게 이 나잇대에 받는 고통들과 사회상이 전해져왔다.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남자들이 가정에서조차 어이없게 당하는 무능력이 주는
참패가 과연 나는 저렇게 남편에게 대했던 적은 없었는가에 꽂힌다.
괜히 미안해지고 참담해지면서 그 주인공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된다.
일단 이들에겐 열정은 그래도 남아있었다.
열정이 주는 이미지는 뭔가 뜨겁고 달아올라야 하고 땀 꽤나 흘려야 할 것
같지만 열정이라는 것이 뭐…마음속에 살아꿈틀거리는 용솟음이 아니라
생활에서 아직 낭만과 어떤 용기가 남아있어항상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그러니까 활력소처럼 힘을 나게 하는 기운을 얘기한다.
내게는 열정이 많은 편이다.
호기심천국이라는 말처럼 호기심이 많고 무슨 일에든 애정을 갖고 바라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많은 소소한 것들에 사랑을 느낀다.
나이가 이런데 뭘~ 이런 사고방식은 열정을 버리는 짓이다.
뭐든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건 직접 경험해보고 만져도보고
느껴보라는 것..그것이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인생을 풍요롭게한다고 믿는다.
자신을 사랑하는 열정이라는 게 관리를 잘하는 가운데 주변을 찬찬히 살피면
어디서 솟는지 열정은 조금씩 생겨나기 마련이다.
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긍정적인 태도와 사고이다.
꽉 막힌 것같은 그들의 생에도 드디어 출구라는게 생긴다.
그들이 무슨 대박을 터뜨리거나 해피엔딩을 꼭 거창하게 원하는 건 아니다.
생산성도 있는 가운데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해본다는 기쁨..거기서 뭔가 싹튼다.
하지만 실제의 삶에선 그런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일이 막하면 어디서 풀릴지 기미가 대체 안 보이는 게 우리의 삶이다.
그것을 두려워하고 미리 막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머리를 굴리면서 피곤하게
살아가는 현실이다.
삶의 내리막길~그런 길이 내게도 올까봐 겁이 나는 건 사실이다.
마음속으로는 안되면 파출부나 호떡장사라도 하지..라지만 현실은 또 그런 것조차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이 또 가로막는다.
그러니 40이 넘으면서 직장의 해고에 노심초사하는 남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재수가 좋아 미리미리 노후대책을 차근차근 쌓은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고 기회라는 것이 내게는 영영 안올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니면서 돌아보면 세상에 큰돈은 아니라도 할 일은 아직 많다.
모든 걸 낮추어서 기면 된다는 희망 아닌 체념으로 마음먹은 일도 한두번이 아니다.
참으로 살아간다는 건 힘들고 막막한 일이다.
태어난 삶을 어떻게 이어나가고 마무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참..생각없이 살았다.
자녀들에게 뭔가 남겨 준다는 생각은 이제 아예 없어진지 오래~
부모로서 피해주지않고 나와 남편이 죽는 그날까지 호화롭게 살진 않아도
집 한 칸 남기지 않아도 자식들에게 빚만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어느 컨설팅전문가에게 나의 이대로 생활습관이 과연 80세가 되면
어찌되나 물었던 적이 있었다.
이대로 살다보면 그 나이에 26억의 빚을 지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웃을 일이 아니었다.
당장 생활태도를 바꾸고 꼼꼼하게 체크를 해나가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허나 곧 이틀이 지나자 바로 유야무야가 되어 버리는 나의 각오를 어찌하랴.
나이가 한살두살 더 들면서 점점 삶이 무서워진다
이제는 나를 위한 돈은 거의 쓰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운지 오래~
어느 정도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아이들 셋이나 유학보내고 돈타령 한다는 건 웃기는 일이다.
남들이 볼 때는 할 거 다하고 사는 여자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도 고민은 양과 질의 문제이지남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참 행운으로 별 고민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주들고 나 또한 노후대책이라는 건
엄청난 고민으로 다가온다.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 욕심이라는 걸 다 버려야할지도 모르겠다.
욕심..나에게 욕심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체력이었는지도…
갈수록 더 커지는 욕심을 보면서 어쩜 이게 나를 망칠수도 있다고 느껴진다.
고인에게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안재환도 욕심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단 생각이다.
아이에 대한 욕심이나 미래에 대한 욕심 따위를 접을 때다.
어떻게 남은 삶을 꾸려 나가야할런지를 세심하게 따져 볼 시기이다.
그냥 살다보면 어찌 되겠지..하는 어리석음 따위는 버려야한다.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생을 고요히 마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느끼는 까닭이다.
Marie
2008년 9월 13일 at 2:49 오전
현재를 다스리며
미래를 계획한다는 것이..
말처럼 이론처럼 해 내기가 정말 어렵지요.
지혜롭게 잘 살 수 있는 인생..
모든 인간들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Lisa♡
2008년 9월 13일 at 2:53 오전
마리님.
그렇지요?
너무나 어렵습니다.
쉽지가 않아요.
늘 고민 중에 있지만 해결은 없네요.
그래도 이제 챙길 건 챙기려구요.
추석 잘 보냅시다.
보미
2008년 9월 13일 at 4:03 오전
넘 재미나요
빚 25억 ? ㅎㅎㅎ
그나저나 안재환 사채빚 5억이 40억 되었다는디,,,
우째살아야 잘사는긴지 ^^^^
즐건 추석 되셔요
Lisa♡
2008년 9월 13일 at 5:32 오전
보미님.
25억이 아니라 26억이요.
뭐..거기서 거기지만요.
하여간 평범하게 편하게
조용히 자기 멋대로 사는 게
쉬운 건 아닌가봐요.
여지껏 별 걱정도 없이 멋모르고 살아왔는데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답니다.
누가 그게 철드는 것이라는 말도 하더군요.
잘 보내시길~~
데레사
2008년 9월 13일 at 10:47 오전
리사님.
사람이 평범하게 산다는것도 유명하게 사는것만큼 힘드는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젊음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지 뭐.
자, 힘 내시고
추석명절 즐겁게 잘 보내세요.
Lisa♡
2008년 9월 13일 at 10:53 오전
데레사님.
데레사님 입장에서 보면 저도 아직 젊은 거죠?
ㅎㅎㅎ……힘을 낼께요.
엄살 부린 거 안닙니다.
진짜로 걱정이 많아요.
제가 워낙 앞뒤 생각없이 일을 저지르는
스타일이다보니…두서없이 산 것 같아서죠.
추석 잘 보내세요.
Elliot
2008년 9월 13일 at 12:44 오후
가계부 적는 습관을 들여 평소에 수입, 지출을 비교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여. Life Style을 상향조정하긴 쉬워두 그 반대 방향으로 가긴 10배로 힘들어여.
이왕 재정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김에 월/년 지출계획서 같은 것도 함께 작성하시면 좋을텐데…
Lisa♡
2008년 9월 13일 at 2:38 오후
얼렷님.
월/년/지출계획서도 맞춰볼 걸 그랬네요.
그래봤자 별로 소용이 없겠지만서도…
어쨌든 이제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기랑
나를 위한 겉치레는 좀 삼가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주변에서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요.
얼렷님.
가계부는 정말 열심히 10원짜리 하나까지 적어 본
경험은 있고 정말 그때는 돈을 아끼게 되더라구요.
진짜 가계부나 적어볼까 싶습니다.
컴퓨터로…기록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Beacon
2008년 9월 17일 at 12:23 오후
나두 긍정적이고 싶다꼬요.. 월래 억쑤로 긍정적이기도 했엇구요.. ㅎㅎ
욕심요.. 그거 버리기가 쉬우면 세상이 정말로 참 살만해지지 싶은데..
Lisa♡
2008년 9월 17일 at 2:37 오후
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