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놀랬다.
재미면에서 말하자면 신나고 흥분되고 재미넘친다.
뮤지컬을 본 나로서는별로 기대를 않고 그냥 봐줘야지 하는 기분으로 본게 사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두근거림이랄까 저절로 신이났다.
감독이 누구야?
대체 여자의 심리를 저리 잘 건드리는 사람이 누구야?
세심한 부분까지 저리 신경쓴 예민함과 명랑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거야?
물론 각본과 모든 구성들이 미리 다 짜여진 상태였지만 말이다.
똑같이 만드는 건 쉬운 일일까?
미혼모에 혼자 섬에서 꾸려나가는 인생치곤 부유하진 않아도 부럽잖아?
아바는 왜이렇게 좋은 노래들을 부른거야?
있지도 않은 추억까지 씹힐 지경이다.
뭐야?모녀의 이름이 우리모녀랑 똑같잖아?
나의 예전에 불리던 영어이름이 ‘도나’이고 딸이 ‘소피’다.
거기다 소피의 친구이름이 ‘리사’이다.ㅋㅋㅋ—
도나와 소피모녀.
결혼식 전날밤 딸의 발에 패디큐어를 발라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정이 넘치는 모녀.
딸과 함께 볼 영화다.
신나는 영화인데 왜왜왜 눈물이 나는 걸까요?
이 영화에는 현시대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로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선 그리스의 작은 섬앞에 펼쳐진 뛰어들고픈 충동을 일으키는 에메랄드빛의 지중해바다.
내추럴감각이 넘치다 못해 지나친 빈티지풍의 작고 아담하고 정성들여진 호텔.
호텔안의 모든 가구와 소품들의 궁합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건 소품담당 누구야??
호텔마당에 걸어 둔 빨래들이 무슨 마티스의 작품같을 정도로 태양과 맞서서 아름답다.
건너 편 바닷가 절벽의 꼭대기에 있는 하얀 교회당과 그 교회당의 낡고 심플한 내부.
동네 사람들의 건강한 얼굴과 풍부한 표정들…이럴 때 인간이 좋다.
내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을 친구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내뿜는 개성들.
세계를 여행하다 이 섬에 와서 소피에게 사랑을 느껴 머물고만 스카이.
신부가 직접 만든 편하게 보이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날개같은 드레스.
얼마나 환상적인 이야기들인가?
성형에 떼돈을 들여 친구보다 젊어보이는 시대를 거스리지 않는 여성.
요리책을 내고 독신을 즐기는 여성이 한 눈에 반한 또 다른 자유인의 대명사 항해작가 빌.
파리에서 공부하고 런던의 중심지에 사는 양성애자인 해리.
딸의 1/3만 가져도 행복하겠다는 세 명의 아빠후보들.
과거의 록그룹을 했던 경험의 추억을 늘 간직하고 언제나 끼리 뭉칠 수 있는 부러운 기억들.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들과 비밀처럼 출렁이는 짙푸른 밤바다.
거기에 미치도록 그리운 가사의 두근거리는 멜로디를 가진 추억의 음악.
필리다로이드..여류감독.
그녀는 뮤지컬 맘마미아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각본과 프로듀서까지 여성 3인조로 완벽하게 여성끼리 조합하여 만든 뮤지컬을
다시 영화로 그대로 탄생시킨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감독이 어쩜 저리도 원작자의 의도를 잘 표현했나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같은 감독이었다.
이제 영화감독으로 다시 이름을 날릴 기회다.
뮤지컬에 비해 세심한 부분까지 잘 나타낼 수 있다는 게 영화이다.
모녀간의 잔잔하고 깊은 정이 잘 드러난다.
딸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열연과 목소리가 눈에 띈다.
아주 제격인 딸역할이다.
노래를 완벽하게 부른다.
이 영화를 제일 잘 이끌어간 장본인이기도 하다.
세상의 중심에서 물러나야하는 나이.
많은 걸 포기하게하는 청춘과의 멀어짐은 사람을 주눅들게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우정과 추억과 열정이 아직은 건재한다.
다시 한 번 뭉치는 거다.
타인의 시선따위는 무시하자.
건전한 용기와 순수한 의도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피어브로스넌 노래 쫌 못한다.
소중한 결혼식.
꿈꿔오던 화려하고 빠진 것 하나없어야하는 완벽한 웨딩마치.
어느 아빠랑 입장해야하나..도대체 아빠는 누굴까?
고민할 필요없이 가장 소중한 엄마에게 입장을 같이 하자는 딸.
영화에서는 결속의 숫자로 3이 많이 나온다.
우정어린 친구들 숫자도 3.
사랑을 나눈 남자의 숫자도 3.
뭐든 삼 세번이다.
영화가 끝나면 진득하니 앉아있어야 한다.
Tip 이 있는데 웃음을 또 준다.
인생에서 이런 순간이 온다면 살아볼만한 일이다.
부족함에서기인된 행복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다.
영화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한마디.
-50대 男: 나도 예전에 아바노래 잘 불렀는데..(나도)
-40대 男: 아바노래가 재조명되어야겠구먼..(되고있는데)
-50대 女: 엄마는 참 재밌게 봤다.(나도)
-40대 女: 딸과 같이 봐야하네..(동감)
-30대 男: 끝에 웃기지?
-30대 女: 히히..
-20대 女: 아…………..재밌다.
-어떤 男: 신난다…노래방가자~~
-옆의 남편:…..
김진아
2008년 9월 18일 at 12:32 오전
-옆의 남편:….
ㅎㅎㅎ
인간극장보고 눈물짓는 저희 남편도..
노래와 함께 나오는 영화는..
사운드오브뮤직외엔,
인상부터..찡그려요 ㅎㅎ
점점점에..웃었어요..
Lisa♡
2008년 9월 18일 at 2:22 오전
우리남편 감동이 있는건지 없는건지…원~~
데꼬 다닐 재미라도 있어야지 원~~`
후후후…..그래도 졸지않는 사람이니 같이
영화 볼 정도는 되지요.
주로 액션을 좋아하지만.
보미
2008년 9월 18일 at 1:31 오후
낼 가볼려고요
몇년전 뮤지컬로 볼때의 감동으로…
Lisa♡
2008년 9월 18일 at 3:25 오후
보미님.
뮤지컬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신나실 겁니다.
오드리
2008년 9월 18일 at 6:38 오후
그대 남편은 주로 액션이지만 우리집은 오직 액션이라우.ㅎㅎ
Lisa♡
2008년 9월 18일 at 11:10 오후
흐흐흐—-
오드리언니.
남자들 대부분 다 그런 거 같아.
액션—-나도 가끔은 좋아합니다만은~~ㅋㅋ
촌이아빠 열혈남아?
참나무.
2008년 9월 19일 at 12:07 오전
도나, 소피…리사
이름부터도 감동 몰입 준비가 되었겠게그랴…^^
…
콜린 퍼즈, 저 사람이 베르메르 맞냐? 하며
뮤지컬 본 시누이랑 같이여서 실망하면 어쩌나 …했는데 공연한 걱정이었던.
덕분에 감동 한 번 더 느끼는 친절한 리뷰…고마워요^^*
Lisa♡
2008년 9월 19일 at 12:40 오전
참나무님.
뮤지컬 볼 때 이미 이름이 같다는 건 알았지만
영화로 보니 더 실감나더군요.
재밌죠?
콜린퍼스…베르메르,ㅎㅎㅎ
여자들은 꼭 보고싶을 영화예요.
본 친구들이 다 너무 재밌다고들 그래요.
역시 여성 3인방…대단해요.
곱단
2008년 9월 21일 at 11:36 오전
딸과 함께 봤는데, 보면서, 지금 연애하는 친구가 있으면 애인과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난. ^^
Lisa♡
2008년 9월 21일 at 12:37 오후
곱단님.
맞아요.
저는 딸과 함께 보고싶었지요.
애인과 함께보기 좋은 영화맞네요.
다시 갈까?
네잎클로버
2008년 9월 22일 at 4:13 오후
참 눈과 귀가 즐거웠던 영화였지요?
근데 메릴 스트립 3총사와 함께
온동네 여자들이 쏟아져 나와 다같이 ‘Dancing Queen’을 부를 때
저는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노래 가사에서처럼
꽃다운 열일곱 살은 아니더라도
젊음 하나 만으로도 눈부셨던 최고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너무 멀리 와버린 구세대에 감정이입이 되어서인지
정말 흥겹고 신나는 장면인데
저는 주책맞게 눈물이 자꾸 나더라구요. ^^;;
그나저나 리사님,
요즘 영화들 중 ‘영화는 영화다.’
추천합니다~ ^^
Lisa♡
2008년 9월 27일 at 2:01 오전
글쎄..클로버님 블로그에서 보고 보러갈려구요.
근데 네잎클로버님.
저도 계속 울면서 봤거든요.
그 부분부터 그랬지 않나 싶군요.
공감을 하고 보셨으니 같은 부분이겠지요?
딸을 안고 페디큐어를 발라줄 때도 많이 울었답니다.
나의 딸을 생각하면서요.
송고성
2008년 10월 13일 at 4:54 오전
딸이 없는 사람은 어떡한다냐?
송고성
2008년 11월 3일 at 2:37 오후
이미 깊이 읽고 감상 우수작 쓰신 걸 모르고 맘마니아 보셨느냐고 물었으니 이런 형광등은 빨리 …
Lisa♡
2008년 11월 4일 at 7:45 오전
빨리…..?
ㅎㅎㅎ
딸이 없는 사람은 불쌍치요.
저는 딸 있어요.
저의 딸 이름도 소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