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2일 하루를 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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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꽃무릇축제가 토, 일요일 있었다.

살짝 비껴서 오늘 가기로 한 날.

토요일밤의 비로 인해 걱정이 되어 전화까지 걸어보고 출발한 길이다.

서울서 고창까지는 먼 거리였지만 붉게 물들었을 동네를 상상하니

그 정도의 고생쯤이야 싶었다.

3名…의 의기투합부대는 서둘러서 고창으로 갔다.

도착하니 12시경.

바로 보이는 꽃무릇무리들.

비의 탓인지 색이 빠져있고 무리들도 좀 줄어든 형국이지만 그래도 아주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저기 사람들은 여전히 무리지어 구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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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상사화라고도 한다는데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처지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했다.

키는 약 50cm정도로 군락을 이룬 모든 것이 환상적이듯 꽃무릇의 군락지로

선운사를 꼽는 건 그만큼 여러군데 군락을 이룬 모습이 주변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아직은 더운 날씨탓에 그늘이 그립고 시원한 바람마저 그리운 건 사실이다.

비가 오려는지 아주 후덥지근했다.

길에서는 무화과(5000원에 6개:토종) 랑 복분자쥬스를 팔고 있었다.

우리는 무화과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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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을 내고 들어 간 경내라 선운사의 만세전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栢露차라고 동백나무아래서 기른 녹차를 따서 발효시킨 차란다.

구수하니 한옥으로 지어진 마루바닥에 앉아서 차를 마시자니 신선이다.

차를 마시고 남은 찌꺼기를 모아놓은 걸 다 얻어서 왔다.

목욕할 때 우려낼 심산이다.

우리는 갈길이 바빠 미쳐 다 마시지도 못한 차값으로 보시함에 보시를 하고

아쉬운 눈길을 아름다운 대웅전 건물에 꽂으며 선운사를 떠났다.

고색이 완연한 대웅전이 늘 그렇지만 볼수록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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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를 나온 우리는 미리 계획한대로 근처의 구시포로 향한다.

거기엔 솔밭과 갯벌과 똥섬(까막섬)과 털보네 횟집이 있었다.

간을 적당하게 맞춘 복분자주를 담는 법은 발효를 기차게 시켜야한다는

주인장 털보 아저씨의 말씀을 들으며 먹는 자연산 여러해산물들.

사람을 격리시키게 만드는 외모와는 달리 순박하고 털털한 주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편안한 오후를 즐기고 나온다.

거기엔 50둥이도 한 자리를 차지하여 우리를 놀래킨다.

끊어졌던 생리가 복분자덕인지 다시 나오더니 50에 사내아이를 낳았다.

것뚜 잘 생기고 총명해뵈는 옥동자를…

복분자….너…두고 볼껴~

생새우랑 생백합을 따먹는 재미.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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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기 싫은 엉덩이를 겨우 떼어내어 또 근처15분 거리의 학원농장으로~

학원농장.

작년 이맘때 소개한 적이 있는 진의종 前 국무총리집안의 땅으로 거대하다.

봄에는 청보리를, 가을엔 메밀꽃이 봉평의 메밀밭 뺨 여러차례 스친다.

연신 감탄하는 광여사.

은근히 내가 데려온 것 같아서 으쓱해진다.

우리는 내 키만한 메밀밭도 한참 거닐고노래도 감상하면서 김밥말까? 라는

농담까지 하면서 분위기를 타고만다.

근처의 보이는 모든 산야에 메밀이라니.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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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원농장을 찾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보기에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도 꽤 이름날 것 같다.

참으로아스라한 평화가 메밀꽃밭과 어우러져 서려있는 저녁이다.

오는 차 안에서 보이던 근처의 모든 논과 밭들, 감사합니다.

연두에서 노랑으로 변하는 논은 정말이지 환상이었다.

두고볼께 저런 논두렁들이 앞으로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될 수도 있다.

소가 쟁기지고 밭을 갈고~ 물담긴 논과 벼가 익는 논들의 컨셉이

얼마나 귀한 자연의한 장르인지를 많은 사람들이 보러 다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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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이 아니라도

굳이 동막골이 아니라도

여기 이 자리에 부지런히 선다면 느낀다…끝없이 빠져든다는 걸.

뭔 일이 생기기라도 해야지 그냥 서울가자니 맨숭맨숭하다.

아———퍼지고 싶어라/// 이 순간들에.

우리는 푸근해진 가슴으로 서울로 향한다.

120km를 평균으로 한 차몰음.

중간중간에 비오다.

하루를 다 바친 고창근처.

오는 길의 들녁에선 모깃불 태우는 내음이 친구같다.

한층 깊어진 우정을 만지며 우리는 어렵게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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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1. 오드리

    2008년 9월 22일 at 6:04 오후

    사진에 사람이 하나도 안보이네. 고즈넉하니 깨끗하니 좋다.   

  2. 오를리

    2008년 9월 22일 at 6:15 오후

    지난해 갔든 상사화가 떠오릅니다…

    다음에 가을 고향길에 다시 가봅 생각입니다..   

  3. 물처럼

    2008년 9월 22일 at 7:08 오후

    아서라..
    리싸핱님,
    복분자는 드시지마셔여.

    늦둥이를 어이 감당하실락꼬..   

  4. Lisa♡

    2008년 9월 22일 at 10:47 오후

    오드리님.

    사람이 제법 있는대도 워낙 넓어서
    보이지않게 잘 찍을 수 있답니다.
    고즈녁한 전라도의 풍경들이 참 좋아요.
    노랗게 익어가는 연두가 변하는 풍경 또한.
    본래 논을 내가 지나치게 좋아하다보니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구요.
    언제 이 시기에 한국와서 같이 갈까?   

  5. Lisa♡

    2008년 9월 22일 at 10:50 오후

    오를리님.

    역이민 언제 오시나요?
    기을 고향길에 오시게되면
    선운사에 전화를 미리 해보구요,
    가는 길에 들리시면 만족도가 꽤 높을 겁니다.
    근처에 가볼만한 곳이 또 있어요.
    국화향기 그윽한 미당 서정주생가요.
    고인돌도 있고 뭐..많은 동네가 고창이에요.
    고창읍성도 있구요.   

  6. 오를리

    2008년 9월 22일 at 11:28 오후

    역이민은 자금 준바중입니다..

    작년에 갔든 곳은 함평에 있는 무슨 절이었는데
    그곳이 선운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비가오는 산중에 무릇꽃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지난해 찍어온 사진을 모불로그에 올리는 중입니다.
    그떄 구경오세요~~~~~   

  7. Lisa♡

    2008년 9월 22일 at 11:54 오후

    네—-오를리님.

    함평이라면 나비축제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고
    아마 근처로 알고 있거든요.
    무릇꽃이 장관이었다면 선운사 맞을 겁니다.   

  8. Lisa♡

    2008년 9월 22일 at 11:55 오후

    물처럼님.

    늦둥이 있으면 좋겠는데 힘들다고 다들 그래쌌네요.
    으히히히…늦둥이..흉내라도.
    저 요즘 복분자엑기스 매일 먹는 걸요.
    아무 일도 아니 현상도 없꾸, 뭐–깨지지도 않는 걸요.
    가짠가?   

  9. 광혀니꺼

    2008년 9월 23일 at 12:15 오전

    지금도 눈물이나려해요…
    간만의 카타르시스였고.

    무언가 일이 일어나길 바랬던 것은
    모두의 가슴에 존재하는 로망이 아닐지…
    김밥 말아보고 올걸…
    남들이 말아놓은? 휑한 자리에서
    옆구리 터지더라도 말아보고 올걸~
    복분자도 세주전자는 비운것 같은데…

    참 좋았습니다.
    이번엔 더욱 좋았구요.
    ㅠㅠ;;

    데려가 줘서 감사^^*

       

  10. Lisa♡

    2008년 9월 23일 at 12:58 오전

    광여사.

    데려가줘서?
    ㅋㅋㅋ….에헴~~

    눈물이 나려한다는 말에 감성적인 여성이구나..했찌.
    암튼 정두터운 이들과의 여행은 뭘 남겨도 남기는
    법이라니까…남들이 말아도 너무 말았드만~~
    하여간 너무 좋았고 여러모로 뿌듯한 날이었쪄..   

  11. 김진아

    2008년 9월 23일 at 1:44 오전

    코스모스 사진이…

    흐릿해보여서 더욱 좋으네요..

    어서 오세요~!! 하는것 같아서..^^   

  12. 광혀니꺼

    2008년 9월 23일 at 1:47 오전

    첫번째 사진
    굿~
    이어요~

    그 말 하려구~

    ㅎㅎ

       

  13. 박산

    2008년 9월 23일 at 1:51 오전

    ‘김밥말까’

    이제 무슨 뜻 이지요 ?
    (진짜 몰라서 묻는 말)   

  14. Lisa♡

    2008년 9월 23일 at 1:55 오전

    진아님.

    코스모스 사진 환상적으로
    찍은 거 있는데 나중에 올릴께요.
    메밀을 살리느라 코스모스는 뒤로..ㅎㅎㅎ
    역시 진아님은 긍정적이라니까.
    흐린 저녁에 찍다보니 그만.   

  15. Lisa♡

    2008년 9월 23일 at 1:56 오전

    광여사.

    내가 봐도 괜찮은 거 같으이.

    코스모스 기찬 거 있따……..   

  16. Lisa♡

    2008년 9월 23일 at 1:57 오전

    박산님.

    저도 사실 어제 알았어요.
    그 뜻은 명확하게 묻지 않았으나
    내 생각인데
    그냥 껴안고 뒹군다는 뜻 정도?
    길게누워서 옆으로 구른다며는
    김밥모습 연상하실런지여?   

  17. 임부장

    2008년 9월 23일 at 2:18 오전

    사진들이 아름답네요.
    찍으신분이 아름다워 그러겠죠?ㅎㅎ
    머~언~길 수고하셨습니다…^^   

  18. Lisa♡

    2008년 9월 23일 at 2:39 오전

    임부장님.

    과찬감사합니다.
    먼길이지만 동행이 좋으면 다 무리없습니다.
    다음엔 같이 동행하시지요?
    사진도 찍어보시고요.   

  19. 색연필

    2008년 9월 23일 at 1:50 오후

    리사님~

    너무너무 아름다워요..
    환상적이네요…
       

  20. Lisa♡

    2008년 9월 23일 at 2:43 오후

    색연필님.

    감동의 도가니?
    진짜로 가서 보면 더 좋은데~
    특히 메밀밭요.
    색연필님 눈 작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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