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에 야무진 H가 은행을 줍는단다.
허리굽혀서 냄새나는 은행을 주워 죄다 껍질을 까서
씻고씻어도 냄새는 집안에 오랫동안 배어있더란다.
‘그래서 어느 정도 주웠어?’
족히 만원어치는 되고도 남는단다.
나같으면 그냥 만원주고 깨끗한 거 사서 먹겠다.
그러나 그 친구는 그게 아니라는 거다.
만원이 어디냔다.
맞다, 만원이 어디야?
은행알 주으러 다닌 노인들은 어쩐지 보기좋아보이는데 말이야.
돈 아끼는 사람은 이래저래 아낀다.
도토리 줍는 사람을 싫어하는 편이다.
다람쥐들의 겨울식량을 사람이 다 줏어오면 다람쥐는 어찌 월동준비를 한단 말인지.
언제가인가 올림픽공원에서 도토리를 줍다가 혼나는 이들을 본적이 있는데 그 때의
혼내는 입장의 경비아저씨가 참 괜찮다고 생각했다.
밤이야 워낙 많으니까 사람들이 주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발로 나무를 차거나 돌맹이를 던지는 행위는 용서하기 힘들다.
앞산의 밤나무는 몸둥아리에 상처가 짓이겨져 있다.
가만있어도 툭툭..떨어지는 밤나무를 왜그리 못살게 구는지…
아비가 발로 차면 아들은 따라서 발로 차게 되어있다.
아비부터 그런 일은 삼가해야겠는데 어디서부터 가르치나?
밤나무로 태어난 나무를 스스로 원망해야하는지.
우리아이들이 아기 때 부산서 큰언니가 아이들을 기쁘게 해준다며 산에서 청개구리를
잡아왔던 적이 있다.
어딘가에 사진도 있을텐데…청개구리를 아이 팔위에 올리니 아이가 침을 질~~
흘리며서 눈이 둥그래서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때 식구들이 다 모여있었을 때인데 갑자기 작은 오빠가 무슨 짓이냐면서
청개구리를 왜 못살게 구느냐면서 언니를 나무라면서 청개구리를 넣어온 구멍 뚫린 통에
다시 넣으라더니 가지고 나갔다.
그 길로 오빠는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청개구리를 관악산에 데려다주고 왔다.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이 있는 곳으로 가서 물가에 놓아주었단다.
언니가 미안해서 머리를 들지못했다.
무릇 생물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는 법이다.
무슨팰리스니, 캣슬이니, 타워니. 어쩌니 저쩌니 주상복합 건물들이 서로 잘났다고 난리다.
그런데 그런 건물들의 로비에 가보면 어김없이 커다란 자작나무나 이름모를 나무들의 커다란
둥치나 아니면 잎을 떼어버린채 동물 박제모양 로비에 길다랗게 장식용으로 박아놓은 경우가 많다.
그걸보고 멋있다라고 말하는 시누이에게 딸이 말한다.
엄마는 저게 멋지게만 보이냐고…저 나무가 우리보다 나이가 많아도 한참 많을텐데 있어야할 곳에서
잘라서 데려와서는 인간들의 안목을 위해 저렇게 죽어서 장식품으로 만들어 놓은 잔인함에 멋지다라는
말을 하다니 엄마는 보면서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했단다.
자기는 마음이 불편하다면서 제발 자연을 훼손하지 말았으면 한단다.
나도 동감이다.
하지만 집을 짓기도 하고 도로도 만들면서 어쩔 수없이 나무를 자르고 목재로 쓰기도 한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허용치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갈수록 이건 내가 나이가 들수록이라는 말과 동일한데 철이 든다는 말과도 같다.
자연이 최고이고 자연만이 영원하고 우리의 살길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대로 그 자리에 두고 감상하는 자세로 살면 좋겠다.
공연히 새한테 과자부스러기나 주지말고, 나무 못살게 굴지말고어떤 환경자체에 변화를 주는
행위는 말아야한다.
쓰레기 따위를 버리는 일은 아주 저차원적인 일이라 말도 하기 싫지만 절대 버리면 안된다.
산에가서 쓰레기를 안본 적이 없다.
특히 비닐봉지나 패트병이 제일 처치곤란인지 굴러다니는 모습 종종 본다.
부끄러운 일이고 이제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좀 더 고차원적인 자연보호를 할 때이다.
무슨 자연이든 그대로 두고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있을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
동물원의 동물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없애기 힘들다.
본질적으로 자연에 대한 자세를 바꾸어야한다.
자연은 그대로 순응하며 우리가 가꾸어 나가고 지켜나가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자연지기가 되어 뭐든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라는 이치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포사
2008년 9월 23일 at 2:55 오후
리사글 읽어보니 문득 오래전에 요세미테 여행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네.자연 발화로 산불이나면 끄질 않는다고 한다. 인류가 생기기전부터 불나고 꺼지고하면서 자연이 형성되었는데 , 괜히 자연 보호한다면서 인공이 가해지면 도리어 망친다는 논리다. 실제 요세미테 공원에 보면 불탄 교목이 수백 그루 그냥 서있고 천수를 다해 넘어진 거목을 그냥 그 자리에둔다.
광혀니꺼
2008년 9월 23일 at 3:18 오후
항상 그 자리에
당당하게 있을때
가장 아름답긴 하지요…
청개구리도
나무도
사람도…
사람도…
그래두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것 같어요~
김진아
2008년 9월 23일 at 3:23 오후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요..
저희 아이들..그건..제가 도장찍어요 ㅎㅎ
주머니에..신발주머니에 자신이 만지고 남기는 쓰레기들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집에서 마무리를 하지요..
그건 아주 어렸을때 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밤나무를 아비가 차면 아들이 그대로 따라한다는 말씀은
꼭,맞는 말씀이세요..
언제인가, 샛노란 은행을 떨어진것도 모자른지,
길거리에 가로스 은행나무를 아비가 발로 차니, 고옆에 봉지들고,
따라다니던 아이가 금새..그대로..하는것을 보았어요..
남편은 그래서인지, 아이들고 함께할땐,
절대..지켜야 할 것은 꼭 지키려 합니다.
리사님..오늘 말씀..정말 최고세요..
무궁무진
2008년 9월 23일 at 4:32 오후
오늘은 아직 댓글을 안 다시네요. 저도 40대 인데요 조선일보 보다가 남성편력 재목에 낚여서 님 블로그에 들어와보니 세상에!!! 이런 블로그도 있군요!! 예의 없지만 한번만 물어볼깨요 .아줌마 ! 정체가 뭐예요??? (프로필에 본인 사진을 올리는 블로거는 처음이예요.)
님의 남성편력글을 보니 님처럼 인기 짱 이었던 여자 후배가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군대 갔다와서 3학년에 복학하고 현역애들과 수학여행 다녀온 이후로 인형처럼 예쁜 현역 여자애랑 친해지게 됐어요.도서관에 있으면 그당시 드믈게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에 징을 밖은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나를 찾아와 "형 나가자" 할때 그 수많은 주위의 시선이 당황하기도하고 약간 우쭐하기도 했던(특히 복학한 친구들이 완전 턱빠져서 침을 질질흘렸어요) 기억과 함께 그 아이의 말이 "저는요" 일주일 내내 남자를 만나요.어떤 날은 악속이 겹쳐서 근처 카페에 약속을 잡아서 2탕,심지어는 3탕도 뛸때가 있어요.자랑이 아니라 나에게 자기 생활을 그렇게 애기한던 그 아이가 리사님의 화려한 남성편력 글을 보며 정말 오래간만에 (얼굴이 기억나요) 떠오르네요.아울러 아련하게 느껴지는 그 옜날의 기억에 따라오는 이 좋은 느낌은 또 뭔가요. 하여튼 덕분에 간만에 즐거웠고 님의 믿기어려운 왕성한 삶의 궤적을 쫓아가 보렵니다.근데 뭐 이렇게 하시는 일이 많으세요? 게다가 댓글 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리플다는 친절함은 !!!! 어메이징 놀랍습니다.
푸른갈매기
2008년 9월 24일 at 2:36 오전
이번 가을에 태어나 처음으로 도토리를 주워다가 만든 묵을
추석에 부산친정에 가져갔더니
울 엄니 말씀이 첫솜씨가 훌륭하다더군요….
도토리 껍질 하나하나 손톱으로 깠더니…..장난이 아닙니다.
묵 한모에 만원도 안 비싸다는 생각이~~
다시는 도토리 묵 안하고 싶어요……ㅋㅋ
Lisa♡
2008년 9월 24일 at 2:12 오후
포사님.
맞아요.
요세미티랑 그외의 모든 유명하고 아름다운 공원들이
낙엽이든 쓰러진 거목이든 다 그대로 두지요.
그대로 썩어서 밑거름이 되고 땅에도 도움이 되도록요.
우리나라도 이제 인공적인 건 지양해야지요.
Lisa♡
2008년 9월 24일 at 2:13 오후
광여사님.
짝짝짝!!!!
Lisa♡
2008년 9월 24일 at 2:15 오후
진아님.
에구..말하다보니 준혁이 아빠얘기가 되었네요.
발로 차는 거 그거이 절대금지랍니다.
준혁아빠한테 다시 주지시키세요.
나무도 생명이 있고 느끼는데—땟찌~~입니다.
진아님이 이렇게 깨우치셨으니 아마 그 아이들은
어찌 자랄지 뻔합니다.
아마 아주 풍성하고 인간성이 갸륵한 아이들로
자랄 겁니다.
Lisa♡
2008년 9월 24일 at 2:18 오후
무궁무진님.
우선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정성어린 댓글에 꾸벅~~입니다.
저의 정체요?
사진올린 글에서 보듯이 천방지축에다가
매력덩어리죠~~ㅋㅋ
제 사진요?
자기 사진 올리는 사람 제법 있구요, 그래야 믿을 수 있지요.
블로그든 카페든 그 사람을 모르면 모르고 짓고 까불고 할 수 있잖아요.
일단 자기를 밝히는 사람은 믿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젤 중요한 건 사진이 잘 나왔다는 겁니다.ㅎㅎ
저는 남들이 보기엔 버라이어티한 삶을 살지만 내 보기엔
아직도 시간이 널널하고 할일이 산재해있답니다.
좋은 느낌–그거이 정답이구요, 혜안이 밝으십니다.
자주 놀러 오십시오~~~~~
Lisa♡
2008년 9월 24일 at 2:20 오후
푸갈님.
진짜 도토리묵이 그렇게 어렵구나.
앞으로 도토리 자유방임해주세요.
다행이 한 번 경험해보셨으니 아실 겁니다.
그런데
다람쥐는 잘 깔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