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6시에 눈을 뜨니 비라도 쏟아질 기세다.
H 백화점의 동호회에서 가까운 안성을 다녀오기로 한 날이다.
한, 두달에 한번 계획을 잡아서 여행작가가 동행해서 떠나는
동호회활동으로 회비는 3 만원이다.
안성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오늘 가보고 안성이라는 곳이
사통팔달 통하지 않는데가 없는 교통요충지라는 걸 알았다.
다행하게도 비는 오지않아서 여기저기 둘러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논을 좋아한다.
물을 댄 논이나 파랗게 벼가 올라오는 논, 이삭이 고개숙이는 요즘
연두에서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논은 예술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보는 논도 즐거운데 바로 코앞에서 논을 보고 느낀 날.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안성을 왜 이제야 와보는지 …
J 가 비닐에 생강과자, 마늘튀긴 것과 해바라기씨강정, 김말은 과자를
싸와선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다.
나는 냉동실에 얼린 떡을 녹으면 먹자고 꺼낸다.
할머니들이 어디 놀러가면 돋보기끼고수첩찾는 느낌과 여기저기 꽁꽁 뭉친
비닐에 든 먹거리를 끄집어내는 모습이 떠올라 한참을 킥킥거린다.
어느새 가까워져 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더니 그냥 이렇게 가까운데 여행하면서 살자며 이런 재미가 또 숨어
있는 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단다.
서울만 빠져 나와도 시골스러운 모습들의 마을들이 군데군데 있으니
조금 시간을 내면 이리 만끽할 수 있는 걸 무엘그리 하느라 매일 몇 시간
못내어서 바쁘게들 사는지.
별로 하는 일도 따지고보면 없으면서 말이다.
거봉포도 농장을 갔다.
안성포도는 프랑스 신부인콤펠트가 최초로 유럽산 종자묘목을 들여와서
성당 앞뜰에 심었다고 한다.
유럽산 포도의 종류에는 거봉, 마스캇함부르크, 컴벌얼리, 블랙함부르크,
다노레드 등이 있는데 안성에서 제일로 쳐주는 건 마스캇함부르크종이란다.
사진에 보이는 거봉은 무농약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따서 씻지않고 먹어도
되는데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당이 나와서 그렇단다.
맛이 아주 달고 일품이다.
아줌마들 서로 자기 것 많이 담으려고 또 시작이다.
맛 보라고 준 포도를 욕심을 내어서 양손에 송이째 들고 먹는 아줌마, 심지어는
자기가방에 쑤셔넣는 여자, 보조백을 꺼내서 맛보라고 준 포도로 아예
한살림을 챙기는 아줌마등..아줌마의 지난친 욕심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밭에서는 함부로 따서 먹어도 않되고 한알씩 따 먹어도 안되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하여간 대한민국 아줌마표는 어딜가나 못말린다.
아침에 일찍 나와서인지 하품이 연신 나온다.
친구말인즉 나이가 들면 한시간의 수면부족이 이렇게 크다는 거다.
나도 느낀다.
과거에는 나이트를 이틀 연달아 뛰어도 항개도 안피곤하더니 맛이 간다.
술박물관이라는 곳을 가서 막걸리를 한 잔 했더니 잠이 쏟아진다.
해물파전에 양곰탕에 막걸리가 궁합이 맞나 모르겠네…
어쨌든 술박물관 관장님이 여기서 술을 제일 잘 마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들라고해서 내가 고개숙이고 있다가 번쩍~손들었다.
나 혼자…
그 자신감에 관장님이 빈티지 진로소주와 보해소주를 선물로 주셨다.
게다가 사주도 살짝 봐주셨다.(많은 사람앞에서…쪽팔리게)
병뚜껑을 오프너로 따는 소주를 두병 챙겨 온 것이다.
사주는 별 거 아니고 남편한테 내가 꼼짝 못한다는 것과 내가 보기엔 대범한데
천상 여자라는 말과 큰아들은 문과로 대학을 가야한다는 요점이다.
내가 남편한테 꼼짝 못한다고라? (갸우뚱…)
달맞이꽃이다.
질 때라 종자가 작은 달맞이꽃만 보인다.
처음으로 내 눈으로봤다.
유기박물관에 들러 방짜와 주물의 차이점을 다시 확인하고 서울로 오는 길.
방짜유기는 손으로 직접 두드린 것이라 더 비싼데 성분이야 같지만 오래간단다.
얼마나 오래 쓸려고…대를 물리는 그릇이라 그렇단다.
이봉주할아버지 것이 비싼데 제수상 세트에 1500만원정도 한단다.
허걱~
뭐, 돈이 있어서 사고픈 사람들이야 좋은 게 좋다니 사겠지.
그래야 또 먹고살지.
요즘 유기는 방짜도 다 기계로 두들겨서 거의 구별이 안간단다.
실은 유기수저는 백화점에서 사서 쓰고있고 황학동에서 산 방짜 술주전자랑 술잔
쓰고 있다.
유기로 나중에 다 장만하고픈게 희망사항이었는데 나이들면 그릇도 무거운 것
싫어서 가벼운 코닝으로 다 교체한다니 서글프다.
우짜던동 코닝은 안쓸테야~
마구 졸다가 마이크소리에 눈뜨니 반가운 서울이다.
다시 도회속으로 GOGO~~
래퍼 金愛敬
2008년 9월 25일 at 12:20 오전
연두에서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논을 보고도
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시는 리사님의 감성..
반갑습니다~ㅎㅎ
Lisa♡
2008년 9월 25일 at 12:39 오전
감성하면 조블여성들을 따라가겠어요?
요새는 영화관을 가도(씨네큐브나 미로스페이스)
어디 조블러거 안 보이나 살필 정도로 조블러거들이
감성, 지성적이라서…
다 비슷비슷한 취향끼리이다보니 이해심까지도.
래퍼님 논을 눈여겨 보사와요.
광혀니꺼
2008년 9월 25일 at 12:56 오전
안성맞춤에서 나온 안성…인지
안성에서 나온 안성맞춤인지…
유기가 쓸수록 좋긴 좋아요~
김진아
2008년 9월 25일 at 1:04 오전
안성엘 다녀오셨군요..ㅎㅎ
논과 밭..작은 산등성이..
안이쁜곳이 없어요..
아이들과 다니는 시간들은 어떻게든,
만들어내는데..다들..시간이 없다고들 해요..
가까운곳에..주먹밥 몇개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볼곳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들 키우다 보니까..
죄다..그런곳에 이야기가 귓속으로 제일먼저 파고들어요 ㅎㅎ
Lisa♡
2008년 9월 25일 at 1:18 오전
광여사.
그렇게 어려븐 건 붇디마여~
Lisa♡
2008년 9월 25일 at 1:19 오전
진아님.
어릴 때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많은 경험이 결국은
그 아이를 이끄는 힘이 되오니 될수록 많이
경험하러 다니삼.
안성가면 공부할 것 엄청 많아요.
칠장사도 죽여줘요.
그리고 청룡사랑 석남사도 좋대서 담에 혼자 갈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