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5일 비 날리는 광화문 1 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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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빗소리가 들린다.

아…오늘은 장화를 신을 수 있겠구나.

어디갈까?

그런데 오후 4시까지 갈 곳이 없었다.

집에서 3대의 컴퓨터를 켜고, 끄고 하면서 씨름했다.

3 대가 다 제대로 작동이 안되는 참을 수없는 안타까움이 날 미치게했다.

그 중에 하드탑은 아예 켜지지도, 꺼지지도 않는 건 모야?

왔다갔다하다가 공연히 시간만 허송했다.

그리고 반신욕을 족욕으로 바꾸기로 했다.

반신욕 후의 욕조물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던 것.

족욕을 하면 물값을 아끼겠다는 생각들었다.

적당히 예쁜 플라스틱 바께쓰를 하나 찾았다.

버리지않고 놔두었다가 쓸 기회가 이리 생기면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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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광화문 에비뉴1번지에서 약속이 있었다.

7시부터 시작하는 세종문화회관의 작은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미리 교보빌딩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수다를 적당히 즐기다가 참석키로 했다.

그녀1은 미리 나와서 새초롬한 차림으로 다소곳 앉았다가 날 보더니 활짝 웃는다.

샤방샤방~

그리고 잠시 후 계단에서 만나기로 한 그녀2를 위해 길을 부지런히 건넌다.

날 초대한 그녀와의 만남은 평온했다.

검정색 수트차림의 그녀는 생물선생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 눈에 띄지않게

상당히 많은 부하를 거느린 탄탄한 회사의 간부같기도 했다.

다시 그녀3이 도착, 우리는 음악회 입장한다.

작은 음악회…작으면 그만큼 짙은 감동이 있기도하다.

거대하고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거대함에 밀린 자신없는 사람의 항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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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극을 보고 기립박수를 미친듯이 쳤던 날이 있었다.

내 옆의 신기하의원도, 내 뒤의 파란눈 외국인오빠도 함께 전좌석이 다 함께..

연극을 보고 기립박수를 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기립박수.

오늘은 귀여운 기립박수를 치게 되었다.

부르기 전에 기립박수를 칠 걸 예상하는 유머에 진 기립이다.

하지만 끝에는 진짜 기립해야했다.

기립박수는 할렐루야에서 기원되었다고 전해진다.

국왕이 할렐루야를 듣다가 벌떡 일어나므로서 주변에서 왕이 일어서니

따라서 일어났다고 한다.

나는 가끔 기립박수를 친다.

셀린디옹때도 치고, 피나바우쉬때도 쳤다.

언제인가 혼자 서있는 자신을 보고 부끄러웠던 적도 있는데 자존심상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했던 적 있었다.

뭐든 용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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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행선생님이 목소리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목소리도 악기인데 각자 내려는 악기의 개성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있겠느냐신다.

목소리하니까 그 순간 베컴이 떠올랐다.

신은 공평하게도 베컴에게 목소리만큼은좋지않게 듣기거북하게 주셨다.

말을 하지 않으면 잘생겼는데 입만 벌리면 바로 지수다운된다.

목소리 좋은 남자를 좋아한다.

목소리의 윤기에 따라 삶의 질도 달라지는지..나는 목소리에 민감하다.

아무리 험상궂게 생겨도 목소리가 윤택하고 아름다우면 금방 인상이 달라진다.

내 아는 지현이는 목소리가 아주 이쁘다.

그녀의 고객은 그녀의 목소리에 중독된 듯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음흉하지도 않은, 비열하지도 않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지니기란 정말 어렵다.

목소리도 5福 중에 하나라니 정말 그렇다.

난 나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간사하다고 느낀다, 애교부릴 때…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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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반팔은 접어야하나?

그래도 기온이내려가야한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귀또리가 운다.

16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9월 25일 at 4:04 오후

    간사하다고 느낀다? …글쎄요..아니다에 무조건 두표 ^^

    내일은 오늘..아니네요..오늘이네요..ㅠ
    기온이 더 내려간다고 해요..
    반팔에 적당한 겉옷이 나을것 같아요..

    지금 바람 많이많이 붑니다..
    보일러는 드디어 제 할일이 생겼다 기뻐하는 소리가 들리고,
    방바닥은 적당히 따끈해져서..저를 뺀 다섯명의 남자들은
    아주 곤하게 숨소리도 곱게 잠들어 있네요..ㅎㅎ

    독감예방주사 맞으세요..!   

  2. Lisa♡

    2008년 9월 25일 at 4:08 오후

    진아님.

    저는 감기 안걸립니다.
    독감예방주사 맞아본 적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애교를 섞은 비음을 낸 걸 녹음해서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못들어 주겠더라구요.   

  3. 미리

    2008년 9월 25일 at 5:17 오후

    저는 제 목소리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전화기(음성녹음)듣고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너무 이상해서요.

    근데 친구들은 제 목소리(녹음듣고) 맞대요.똑같다면서-
    제 목소리가 아니였는데 ㅜㅡ 충격먹었어요. 다신 듣고싶지않아요.ㅋ

       

  4. Lisa♡

    2008년 9월 25일 at 9:37 오후

    미리님.

    똑같은 경험이랍니다.
    저도….
    그런데 알고보니 거의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경험을 한다고하네요.
    겨우 위안이 되는 말이지만 정말 녹음된
    나의 목소리는 진짜 아니었답니디.   

  5. 광혀니꺼

    2008년 9월 26일 at 12:15 오전

    ㅎㅎ
    가끔은 그런 마음의 사치를 위해
    생각지 않은 일을 벌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진 잘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비오는 광화문…과
    음색 멋진 남성!
    좋았겠습니다.

    ^^*

       

  6. Lisa♡

    2008년 9월 26일 at 12:39 오전

    광여사.

    마무리가 잘 되고말고~
    살다보니 약간 의외의 지출을 해도
    무난하게 걱정을 해소시킬만치
    일이 진행되더라구, 그래서 쓸때는 써라
    라는 말이 있는 건지?   

  7. 테러

    2008년 9월 26일 at 12:43 오전

    어제 제가 그 시간에 교보 근처에 있었어요…ㅎㅎ

    제 목소리 정말 죽음인데… ㅋㅋ
    어렸을 때는 국어책을 저만 읽게했어요 듣기 좋다고…

    이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리사님 만나면 필담만 나눠야겠습니다…ㅎㅎㅎ
       

  8. Lisa♡

    2008년 9월 26일 at 1:05 오전

    테러님.

    정말?
    그럼 아나운서 하시지?
    그 시간에 거기계셨담, 정말 아쉽네요.
    남자분들도 많이 참여하시는데—
    담에 꼭 오실래요?
    목요일밤 7시에요.   

  9. Lisa♡

    2008년 9월 26일 at 1:05 오전

    테러님.

    아차………..필담만?
    주거~~   

  10. 오공

    2008년 9월 26일 at 2:08 오전

    자신의 목소리가 간사하다고라?..
    늘 솔직한 자기 자랑만 하더니
    올만에 솔직하게 자기비하를 하셨구먼.

    음,리사님 애교목소리는 좀 상업적이긴 하지요.   

  11. Lisa♡

    2008년 9월 26일 at 2:16 오전

    크크크…으흐흐흐..무너진다.
    자만심과 자존심이 같이 팍삭~~
    헤헤헤..
    나 자기비하도 쫌 하거든.
    눈 크게 뜨고 봐봐…얼마나 많이 하는데.
    남들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려서 그렇지.
    맨날 잘난 척만 하다가 못난 척하면 그리
    안되보이나봐~~후후///주거쓰~~(주먹쥠)   

  12. 래퍼 金愛敬

    2008년 9월 26일 at 2:42 오전

    목소리도 변하던걸요.

    휴가나 휴일땐 직장전화의 자동응답을 자진녹음하고도
    스스로 흐뭇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목소리도 늙는다는 것을..

    어느 날 심심풀이로 해본 핸펀의 자동응답 목소리를 듣고는
    기절초풍, 혼비백산..
    다시는 미친짓 못하구요.

    아무리 조심해두 흥분할라치면 헐크처럼 변하는 목소리..
    비감하기조차합니다..ㅎ   

  13. Lisa♡

    2008년 9월 26일 at 2:53 오전

    래퍼님.

    다아 똑같은 경험에 웃기죠?
    남자들도 마찬가지인가봐요.
    우리아들들 자기 목소리듣더니
    다 자기 아니래요~~
    재밌죠?
    저는 애교부리는 목소리는 거의 이방수준이더라구요.   

  14. 래퍼 金愛敬

    2008년 9월 26일 at 3:08 오전

    가을비 마구 쏟아지는 날..

    우산과 장화 필착용..제게 오세요~

    지현씨만큼 목소리 이쁜 여인이 만들어주는 맛난 크림파스타 쏠께여~^^   

  15. Lisa♡

    2008년 9월 26일 at 3:13 오전

    네에~~~~~~~~

    또 쏜다구요?

    그럼 저는 언제쯤?   

  16. 색연필

    2008년 9월 27일 at 3:15 오후

    저도 마음은 그 곳에 가 있었는데…
    참 좋은 만남…^^

    가을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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