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바람부는 날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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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꽤 부는 날이다.

유하시인의 말에 의하면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으로 가야한다지만

뭐, 딱히 갈 곳이 없는 하루이다.

우리가곡을 들으면서 밖에 부는 바람을 바라봤다.

무형한 바람이지만 은행나무가 흔들리는 걸로 짐작되는 세기이다.

여기저기 뜯어 모은 메모지들을 보니 뭐가뭔지 통 모르겠다.

명함과 메모들을 나름 정리해본다.

시간은 어찌나 빠른지 집에서 하는 일도 없이 금방 12시가 되고

돌아서면 금새 오후다.

잠시나가서 오랜만에 K랑 오겹살로 점심을 했다.

이제 반팔은 들어가야할까보다.

어느 새 길에는 긴팔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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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정리를 하다가 영화 두편을 본다.

‘까마귀기르기'(스페인)와 ‘권태'(프랑스)를 심각하게 보다.

각 나라 특징이 잘 녹아있는 영화라서 개성이 넘친다.

여자를 보는 관점이 거의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말라깽이를 미인으로 보는

반면 서양인들은 터져나가는 글래머를 미인기준으로 본다.

내 보기에도 그 쪽이 더 아름다운 모양이니 나도 서양으로 갈까보다.

남자보는 눈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꽃미남 지향적이지만 서양의 경우엔

터프하고 남자다운 힘이 넘치는 믿음직한 남성을 제일로 친다.

기준이라는 것은 각자 다르지만 비교적 그렇다는 것이다.

일단 최고의 미남미녀란 건강이 좌우한다는 게 정답이다.

까마귀에서는 8살짜리 꼬마숙녀가 압권이고

권테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탄력적인 외모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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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잠시 생각해봤다.

우정의 삼각지대에 내가 놓여있다.

A그룹이 있고 B그룹이 있다면 나는 그 사이의 아웃사이더이다.

A그룹은 내가 싫어하는 인간형이 많고

B그룹에는 내가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유형들이 많은데

그들이 나를 부담스러워한다.

늘 느끼는건데 내가 낄데가 없다.

과연 내가 낑길 곳은 어디란 말인가?

나라없는 혹은 집없는서러움과 비슷한 기분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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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한테서 메일이 왔는데 성적이 잘 나온다는 자랑성 메일이다.

다른 상의할 일도 있고해서 전화했더니 셋 다 성적이 올랐단다.

은근히 뿌듯하면서 힘이 불끈 소리없이 솟는다.

부모란 모름지기 자식들이 잘 한다면 확인도 없이 기쁜가보다.

아무리 부자라도 아무리 뛰어나도 부럽진 않은데 자식농사 잘 지은 집은

정말 부럽다.

그 농사라는 것도 죽을 때 되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S대 나오고도 인생실패해서 자살하는 사람도 있으니 눈앞의 일로 자랑할 게

못되는 건 안다.

하지만 어디 사람이란 게 그런가?

말할 건 해야하고 좋은 건 좋다해야지 참고 있기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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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쉬리님이 안보인다.

사이판에서 다른 동네로 이사가신다고 했는데 거기 컴퓨터 연결이 잘 안되는지

얼굴이 통~ 안보이니 심심하다.

깔끔하고 담백한 글이라서 기다렸는데..

그러고보니 은초롱님도 전혀 안나타나신다.

맑은 아침님도 그렇고 달님도, 붓처님도 발 끊으시더니 진짜 사요나라했나보다.

온라인에서 아는 사람과의 인연도 인연인지라 아쉽다.

늘 같이 대화를 필담이나마 나누다가 어느 날 뚝~ 끊기면 이상하다.

내가 뭐..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누가 뭐라했나 싶기도 하다.

공연히 경찰차보면 놀래듯이 안보이면 내잘못같다.

행여라도 모르고 한 일이든 뭐 잘못한 일있으면 본심이 아니오니

이 글보시면 컴백 빨리 하시와요.

누가 괴롭힌다고 금방 문닫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들도 많으시다.

나같은 강철면피는 개의치 않고 되려 안티가 생기면 즐거운데 말이다.

다른데서 못싸우니 여기서라도 은근히 힘 쎈 척하는 거다.

이유가 다 있겠지만 좋은 블로거가 사라지면 뭔가가 허전하다.

그리고 말없이 갑자기 사라지면 갔다가 비공개거나 그러면 좀 놀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아니고 왜 사라지는지 말 좀 하세요.

어쩌면 내가 미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소심한 혈액형도 아니면서 소심한 척 해본다.

10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9월 26일 at 3:24 오후

    몇분의 즐겨 이웃하시는 분들이..안보이시고,
    또 비공개로 되어 계셔서..저도 울적한 그 기분이..
    이웃과 이웃으로 다닐때마다..느낍니다.

    쉬리님의 글이..그래서 보이시질 않으셨군요..어쩐지..
    ..오래 알게되진 않았지만, 자꾸 보게되는 그런 글을 남겨주시곤 했는데요..

    코스모스 사진이..

    갑자기..그리움의 바람을 몰고 오는것 같아요..

    맨 아래 코스모스의 뒷쪽의 모습이..
    사람의 뒷모습이마냥..그리 보여요..

    ….   

  2. 주주

    2008년 9월 26일 at 4:39 오후

    "건강 = 미남 미녀"에 한 표. ㅎㅎ

       

  3. Lisa♡

    2008년 9월 26일 at 11:29 오후

    진아님.

    쉬리님은 컴퓨터가 잘 안되는 곳으로 이사가셔서 그런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사가는데 거기는 컴퓨터가 잘 안된다고 했어요.
    곧 컴백하실 겁니다.
    이웃을 맺고 잘 왕래하다가 안보이거나 문을 닫으면 많이
    서운해지지요?
    님프님도 아이가 대학가고나면 곧 컴백할 겁니다.
    ㅎㅎㅎ…..진아님 마음이야 제가 잘 알지요.
    뭐든 세상이 다 오면 떠나고 떠나면 새로운 게
    다가오고 그러나봐요.
    코스모스를 아래서 한 번 찍어봤습니다.
    너무 똑같은 사진들이야 식상하니까요.   

  4. Lisa♡

    2008년 9월 26일 at 11:30 오후

    미국사는 양반이라 아니할까봐..

    역쒸////같은 생각.

    뭐니뭐니해도 건강미 넘치는 것이 가장 오래가는 아름다움이지요.
    외모상으로 볼때는 말입니다.   

  5. shlee

    2008년 9월 27일 at 7:20 오전

    나 여기 왔어요.
    ^^
    왕꿈틀이처럼~~~
    이곳 생활은 너무 너무 느려서…
    사는 속도가 팍 줄었어요.
    이곳 도로의
    최고시속은 45마일
    덕분에 큰 사망 사고는 나지 않는 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
    ^^   

  6. 오공

    2008년 9월 27일 at 8:39 오전

    저는 냉혈안인가 봐요.
    누가 사라져도 별로~

    저도 얼마전까진 미인이었는데
    요즘은 허리와 무뤂ㄱ헌절이 않좋으니
    미인대열에서 하차!!   

  7. Lisa♡

    2008년 9월 27일 at 11:33 오전

    쉬리님.

    어마나…세상에 자기얘기했다구..
    도둑질 못하겠네.
    반가워요.
    그동안 왜그리 꾸물거리고 있었나요?
    왕~~반갑네요.
    제가 특별히 쉬리님을 사랑했나봐요—-
    이제 그 이쁜 글솜씨 볼 수 있지요?   

  8. Lisa♡

    2008년 9월 27일 at 11:34 오전

    오공.

    냉혈인간?
    절대아니라는 걸 제가 증명함.

    글구 미인?
    스스로?
    건강미인이라 자부하고 있었구먼,
    아직도 그 예뻐 넘치는 목선과 잘룩한 허리가
    있는 걸~~~뭐 어때서?
    인정받을려구~~   

  9. shane

    2008년 9월 28일 at 2:29 오전

    리사님은대단한분이다 세자식을 미국에놓고 remote control로 엄마의 마음을 전달하니말이다. 나는 세아들을 하나는와싱톤 하나는시카고 하나는한국에놓고 아무리 내마음을 전하려해도 전화가끊끼면 바로불통인데..역시 엄마가 의대한거겠지.. 오늘은 가을비도많이오고 혼자 온종일 절간같은 미국 교외서 골프장 에처박힌집에서 권태와 번뇌를 번갈아느끼면서 ..아아 폭풍의언덕에라도 가고십어진다 황량한 공원 에 차로산보하다보니 파빌론에서 어린 자식과 바베큐파티하는 가족이 넘행복해보인다 그래도 리사님은 한국의도심에서 즐거운 하루를 짧다고불평하며사시는데 나는 오늘하루가 너무길다 중도없는 미국절간같은 집에 온종일비가 지루하게오는건 10년만인가보다 ㅎㅎㅎ 이것도사치스런 망상일지도모르지만요…나도한국에가서살가하는생각도든다 그래 인생은홀로야..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중얼거렸지…..나도 홀로가아니라고소리처보고십다 ㅎㅎㅎ 이고약한 세월아,,,,,   

  10. Lisa♡

    2008년 9월 28일 at 2:35 오전

    아……………쉐인님.
    그 집하고 제집하고 바꾸고 싶네요.
    한국이민자들이 꿈에 그리는 골프장 안에 쳐박힌(?)집.
    쉐인님…자식들한테 먼저 전화를 자주 하세요.
    아니면 이메일을 하던가, 그것도 버릇되면 괜찮은데 안한는
    버릇하면 자꾸 안하게 되거든요.
    나를 너무 부러워마시고 직접 뭐든..손수 실행해보세요–나이탓하지말고.
    책을 들고 나가서 벤취에 앉아서 새들과 대화를 나누든가.
    아니면 DVD 를 사다가 영화관람을 하시든가 해보세요.
    그러다보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길지 압니까요?
    한국의 도심 끔찍한 면도 많은데 그래서 짧을 수도….ㅎㅎㅎ
    쉐인님.
    오랜만의 댓글에 너무 재미있고 그 심정이 절절히 전해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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