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에 H호텔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가 직접 거기에 갈 일이 생기리라고는
전혀 몰랐다가 오늘 어떤 행사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6성급 호텔이라는데 호텔인지 사무실 빌딩인지 구별이 안갔다.
좁은 통로…눈에 띄지도 않는 간판, 24층꼭대기에 있는 프론트등, 특이함이 끌렸다.
삼성동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맞닥드리게 되는 건물인데 바쁜 비지니스맨들을 위한
호텔임이 분명했다.
거기 3층에서 마련된 미팅룸에서 작은 행사가 있어 참석케 되었다.
덕분에 꿩먹고 알먹고~호텔구경에 맛난 식사까지..ㅎㅎ
내 스타일이야~~랄 만큼 심플하고 모던한 최첨단 실내에 도트무늬가 있는 창문들.
메이플과 스텐레스스틸과 유리의 조화들.
거창하지 않은 입구등…튀지않는 외관과 겉치레가 없어 아주 마음에 든다.
명품도 레테르가 보이면 이미 그 매력을 상실하듯 그걸 반영한 젊은 호텔이다.
빵이 맛있다.
치즈도 넓적하게 슬라이스해서 주니 확실히 차별을 요구하는 곳이다.
얇게 슬라이스해서 장미꽃 모양으로 멋을 낸 햄 아래로 홈메이드 치즈인 라코타치즈가 숨어있다.
라코타 치즈는 짠기가 있는 햄에 곁들여 말이를 해서 먹으면 그 짠기가 중화가 될 정도로
터프한 질감과 더불어 순하고 싱겁다.
치즈인지 터프한 두부인지 모를 양질의 감각으로 혀를 자극한다.
곁들인 크레송 사이로 아티초크 한 두 개가 마치 죽순처럼 숨어있다.
허브라기엔 뭣한 선인장과라기에도 뭣한 프랑스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아티초크는 혈압과 간에
좋다는 식물인데 천식에도 좋고 각종 성인병에 인기다.
엉겅퀴를 닮은 아티초크는 꽃에 속하는 위의 봉우리를 식용으로 한다.
삶아서 사용하고 말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말린 토마토와 꼬마양파절임을 조그맣게 모양처럼 곁들였는데 아주 맛있다.
토마토 말린 거야 심심찮게 구할 수도 있고 요리에 많이 쓰기도 한다.
또 건강에 좋아 식탁에 두고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양주나 와인안주에 그만이다.
불려서 치즈와 같이 샐러드를 해서 먹으면 세련된 맛을 즐길 수 있다.
꼬마양파는 햄으로 느끼해진 입맛을 단번에 돌아오게하는 역할인데 더 달라고 하고싶을만치
제 역할을 단단하게 한다.
꼬마양파가한개쯤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데 이 전체요리에서는 라코타 치즈가 주인공이다.
아주 질감이 터프해뵈면서 부드러운 게 엄마를 느끼게 해준다.
호주산 소고기는 부드럽게 조리한 주방장 덕에 최고급 입맛을 자극한다.
저절로 씹히는 육질에 적당히 익힌 솜씨.
겉도 그다지 딱딱하지 않으면서 속도 제대로 익힌 달인의 솜씨다.
아래에 깔린 구운 야채요리는 크기나 모양과 소스만 다르지 라따뚜이에
들어가는 야채들과 재료가 비슷하다.
얇은 네모로 바둑알크기의 야채들을 흐트럼 하나없이 정교하게 잘 요리했다.
호박, 당근, 양파를 비롯 몇 가지나 된다.
소스는 레드와인을 간장과 섞어 조린 맛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다.
요즘 고기 별로인데 거부감없이 깨끗이 비울 수 있는 건 요리사의 재량이지 싶다.
맛있었다.
레녹스인가 했던 모든 식기는 다른 제품이었다.
백악관에 들어간다는 레녹스를 연상시키는 식기들이다.
외웠는데 기억이 안 난다.
커피.
부드러우면서 그윽하고 깊고 향기로운 맛.
3잔이나 마셨다.
거품이 오래남아 거의 다 마실 때까지 유지되는 거품이 신선함을 더한다.
커피든 맥주든 거품이 다소 있어야 맛있다.
특히 커피는 거품이 생명이다.
고급 커피를 내가 오늘 맛보는구나..하는 생각.
디저트.
오렌지를 얇게 슬라이스해서(이때 썰었다는 표현이 어째 안어울린다)
말린 건데 어쩜 그리도 신기한지 쪼그라들지도 않게 설탕에 미리 딱딱하게
조려서 말리면 되겠다..하고 10초 정도 연구하기도 했다.
밀페유.
기름 밀폐유가 아닌 바삭바삭한 과자를 겹쳐서 올리는 걸 밀페유라고 하나보다.
프랑스어로 천겹의 잎사귀라는 뜻이란다.
예전에 빵과 케익을 만들러 다녔는데도 그때는 밀페유를 몰랐다.
하얀 바닐라맛의 푸딩이 달지도 않고 천연의 맛을 느끼게 한다.
그 위로 신선한 오렌지조각들.
과일 후식으로 충분한 맛을 전달한다.
말린 오렌지슬라이스 아래로 다크초콜릿 아이스크림.
달지도 쓰지도 않은 과하지 않은 맛이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입에 약간 남은 채로 마시는 커피…
호사했다.
가격은 모른다.
써 있지도 않고 그냥 먹는 주제에 묻기도 그랬다.
아마 비싸겠지…그러니그냥 맛보기 구경으로만..
늘 느끼는건데 외국인들과 중요한 상담이나 비지니스가 있을 시에는
필히 서양요리를 먹어야좋겠다.
식사후 입안에 남는 잔여감이나 후취가 이런 요리는 거의 하나도 없다는 것.
한식의 경우는 후취가 오래간다.
어쩔 땐 식사 후에 영화관에 갔을 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양식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철저한 토종식을 즐기는 편이다.^^*
흙둔지
2008년 10월 1일 at 12:47 오전
그리 입을 호사시키고 나면 한두끼는 거르지요?
그렇지 않다면 달라붙는 살들을 어떻게 물리치는지요…
아예 포기하고 산다고 하지는 마시기를…ㅋㅋㅋ
뭐든지 포기하고 산다는 건 사는게 아니니까요…
10월 첫날 상큼하고 쿨하게 시작하시기를…
Lisa♡
2008년 10월 1일 at 1:20 오전
음…양은 별로 많지 않았고
다 조금씩(아주 조금) 남겼어요.
ㅎㅎ….봐줘요.
내 볼 때 칼로리 생각보다 작을 지 몰라요.
웰빙스러웠거든요.
하루정도의 극히 호사스런 식사는 마다하면 안되지요?
저녁에 굶으려다가 손님이 와서 또…
오를리
2008년 10월 1일 at 2:40 오전
호텔음식, 특히 한국과 일본 호텔의 양식은 너무
양이적은겟 같은 느낌, 내가 군발이라서 그런지 ㅋㅋ
나에게 딱맏는 음식은 등심으로, 군발이를 위한
드레곤힐에서 살라드 맘대로 푸짐하게 퍼다가 먹고…
군발이 손바닥만큼 큰 등심스틱 한조각을
으깸감자위에 그레이비를 얹어서 함께 먹으면
배가 불러 꼼짝하기도 싫은 포만감을 느낄때
따끈한 커피한잔 마시고….
그담 밖으로나가 호텔내 팔각정에서
두번째 커피로 카푸지노 한잔 마시면서
한대 피우면 세상은 모두가 내것…..
미친공주
2008년 10월 1일 at 3:29 오전
어후.. 환상의 코스입니다. 보기만해도.. 대리만족 하고 갑니다. ^^
광혀니꺼
2008년 10월 1일 at 5:07 오전
맛있겠다…요.
지금 봉은사에서
욜나게 뛰댕기다
겨우 한숨 돌렷습니다.
청국장으로 점심먹고
이제 주보용 원고만 써주면 끝임다…
에휴~
힘드러…
근데 저빵 다시봐도 맛있겟어여~
베니건스라도 가야할까봐여.
빵먹으러…
Lisa♡
2008년 10월 1일 at 7:45 오전
오를리님.
저기 사진에 있는 것만으로도 배 엄청 불러요.
저녁까지 안 꺼제요.
그리고 보기보다 양 많거든요.
오를리님은 티본스테이크를 빅사이즈루다가
대령해야겠쪄요..군발이…히히..군바리.
저는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처음부터 먹으면서
먹어야 제대로 먹어요.
느끼한 맛을 없애주거든요.^^*
Lisa♡
2008년 10월 1일 at 7:45 오전
미공님.
괜찮죠?
맛고 환상..
돈 어디서 버나??흑..
대리만족을 주는 그녀.
Lisa♡
2008년 10월 1일 at 7:46 오전
광여사.
봉은사랑 억수로 가찹은데 이 호텔이 있더라?
나는 오늘 남양주로 뛰었지.
남양주는 여기서 20분거리.
올때는 10분도 안 걸리더라니깐…
주보용 원고도 쓰고 참 할일 많은 그대다.
나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