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시누이랑 누이의 친구랑 누이의 또 다른 친구인 자영엄마네로
모이기로 합의한 것은 동양자수에 빠져있는 아름다운 그녀의 작품을
보러가서 우리도 동양자수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로 했던 것.
남양주의 B아프트 단지가 어쩌면 그리도 크던지…빙빙 돌았다.
아파트 앞에서 만난 우리는 바로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한 것.
근처에서 그래도 제일 낫다는 곳…마당이 이쁜 집이라고만 해서
별 기대도 않고 갔던 그 집은 정원이 타샤튜더를 생각하게 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자연스레 가꾼 정원은 예쁜 색의 꽃들이 잘 어우러져서
우리일행의 환성을 자아냈다.
그녀의 집으로 돌아와 자수를 감상하던 중에 내 눈길을 가장 끄는 건
자영엄마의 친정어머님이 남긴 바늘꽂이와 작은 지갑모양의 사각주머니다.
손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은 소품으로 왜 거실에 굴리고 마구 사용하는지
아까웠다.
마음같아서는 뺏어오고 싶었지만 엄마의물건이라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우연히 배우게 된 자수에 취해서 온통 자수투성이다.
자수를 놓아서 함도 만들고 경대도 만들고 거울도 만들었다는 그녀.
우리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만다.
도저히 배우기가 힘들 것 같아서였다.
눈도 눈이지만 그 인내력을 감당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한 꽃을 수놓는다면 실의 색을 4가지 정도로 배합한다고한다.
한뜸한뜸 메꿔서 완성될 때의 뿌듯함을 같이 느껴본다.
동양자수는 외국인들이 흠뻑 취할 정도로 좋아한단다.
어떤 할머니는 90이 넘도록 작품활동을 해서 온 집안을 본인의 자수작품으로
꾸며놓고 늘 바라보는게 인생의 마지막 호사라고 한다.
보통 한 작품하는데 몇 개월씩 걸리는경우가 많은데 오래하다보면 어깨와 등,
허리가 많이 아프단다.
쳐다보고 있으니 빠져든다.
나도 배우고 싶은데 과연 내가 끝까지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시간을 내서 인사동의 국제동양자수에 가보기로 했다.
어릴 때 엄마랑 큰언니가 동양자수를 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작품값이 많이 비싸다.
재료비도 만만치 않고 레슨비도 만만치 않다.
1미터 채 안되는 크기의 경대에 드는비용이 약 일백만원이란다.
허걱~
그런데 다 만든 걸 살 경우에는 250 만원은 그냥 넘는단다.
수고에 비하면 그 정도는 받아야하리라.
자영엄마는 못하는 게 없는 수퍼우먼에 아주 야무지고 철저한생활주의자다.
예술가라도 했으면 유명해졌을 여자이다.
어디서콩 하나 주워도 키워서 온 베란다를 가득 채울 사랑초밭을 만들지 않나
누가버린 걸 주워다가 갈고닦아 아주 비싸고 근사한 물건으로 리폼을 하질 않나
엄마나 남편이 입던 옛날 한복도 다 뜯어서 귀하게 보이는 작품들로 재탄생시킨다.
오늘 가보고 많은 걸 깨달았다.
나 또한 손재주가 있어서 하고자만 하면 다 할 수 있는 것들을 그냥 버리거나
무시하고 지나갔던 많은 물건이나 옷들이 생각났다.
뭣하나 버릴 때가 없는 여자다.
주부에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200점은 능히 받을 여자다.
거기다 날씬하고 아주 예뻐서 모델같다.
오늘도 시누이에게 분홍사랑초를 토기화분에 키운 걸 그대로 선물로 준다.
머루주를 한 잔해서인지 오는 길에 졸렸다.
수퍼에 들러서 필요한 걸 사와서는 그대로 꼬꾸라졌다.
정신을 완전히 놓지않고 잠이 들었나보다…핸드폰소리.
깨고보니 벌써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밤에 좀 스산해서 전기장판을 꺼내었다.
요즘 얼굴이 거칠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좀체 집에서 맛사지를 하지않는 내가 드뎌 피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누이가 (남은)와인에 흑설탕을 개어서 얼굴에 문질러 보란다.
자영엄마가 마시던 와인을 조금 주었다.
6시에 흑설탕과 와인을 섞어서 개어 얼굴에 발라서 까칠하지만 얼굴에 문지른다.
기스가지 않을까하는 고민도 잠시했지만 그냥 하고만다.
얼굴에 이는 각질제거에 효과있단다.
하자마자(쉽다) 피부가 반들반들한다.
진짜 괜찮은 거 같다.
올리브유에 해도 좋단다.
색연필
2008년 10월 1일 at 2:10 오후
동양자수…엄마가 큰언니 시집 갈때
성춘향과 이몽룡이 사이좋게 앉아 있는 그림을
수놓아 선물하기도 했었는데…
저는 엄마 시집 올때 가지고 오신
자수를 한점 가지고 있답니다^^
제 보물 1호…^^
그나저나~와인은 마시기에 바빠서..ㅎ
얼굴에 바를 생각도 못했는데~
와인 맛사지 하려니, 흑설탕이 없네여
환경이 따라 주질 않네여~에고
Lisa♡
2008년 10월 1일 at 2:47 오후
색연필님.
저도 아까 수퍼에 가서 한봉지 사왔답니다.
환경이 잘 안따라주는 경우가 많지요?ㅎㅎ
그 엄마 시집오실 때 가지고 오신 거요..
한 번 사진으로 올려 주세요.
보고싶네요.
예전에 수를 많이 놨나봐요…
shlee
2008년 10월 1일 at 11:35 오후
우리 학교 다닐때
가정 가사 실습 시간에
동양 자수
서양자수
십자수
이런걸 배웠는데…
그러고 보니
저 비슷한
바늘 꽂이
우리 엄마에게도 있는데…
참 대단한 엄마네요.
3둥이 엄마 만큼이나…
Lisa♡
2008년 10월 2일 at 12:45 오전
쉬리님.
그 엄마 정말 대단하구요.
저는 발 뒤꿈치도 못따라가요.
못하는 게없고 감각도 뛰어나서
뭐든 그 손에 들어가면 절로 작품이 되구요.
절대 돈을 들여서 뭘 안사요—다 줍거나
어디서 갖고와서 뚝딱 만들어요.
검소하고 야무지고…혀를 내두르지요.
화초면 화초, 강아지면 강아지..그 손에 들어가면
저절로 만사형통이랍니다.
김진아
2008년 10월 2일 at 1:16 오전
실습시간에..등 아픈것 기억밖에..ㅎㅎㅎ
근데..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
^^
Lisa♡
2008년 10월 2일 at 1:25 오전
맞아요.
내보기에도 대단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베란다에 가득찬 건겅한 화초들이
다 주워온 거래요.
광혀니꺼
2008년 10월 2일 at 1:39 오전
와우~
멋진분이시네요.
근데
시작하실겁니까?
눈빠질텐데…
걍~
돈주고 사요…
ㅎㅎ
Lisa♡
2008년 10월 2일 at 11:09 오전
갈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