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0일 멋지다면 아주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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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손님의 차는 무료로 발렛파킹.

좋았어~~들어서는 순간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는 느낌이 강하다.

특이한 호텔, 파크하얏트호텔.

어쩌다 초대로 갔지만 첫눈에 느낌이 팍팍–

세련된 하이소사이어티들의 세계에 살짝 발을 딛는 작은 기대감이다.

심플한 엘리베이터.

24층 탑에 있는 프론트에 지하 바, 2층은 식당층, 몇 층을 할애한 미팅룸들.

고객에게 세세한 친절로 작은 감동까지 주는 써비스는 즐겁다.

가진 것보다 더 많이 누리고 산다는 기분마저~

어쨌든 6성급 호텔 엿보는 건 과히 나쁘지않다.

옆의 친구가 호텔서 살고 싶단다.

(밥값도 없는 것이 무신~~ 누구나 한 번 쯤은 꿈꾸는 생활이다.

한달만 호텔서 살아봤으면..밥도 안하고 청소도 안하고 쾌적하고~ㅎㅎ)

극히 비지니스적인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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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날 가을을 반기는 햇살이 나름대로 눈부시다.

넓은 도로엔 기약없이 많은 차들이 질주하고 가다서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내가 서있는 이 땅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행복하기도 한 오후.

초대받은 호텔서 나와 멋진 하루를보내기 위해 J랑 메가박스로 향한다.

멋진하루라는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영화를 예매한다.

영화보는내내 아줌마의 인생 다 산 웃음으로 응대하다가 나온다.

입안에껌 하나 필요한 영화다.

전도연의 짙은 눈화장이거슬린다.

피부가별로로 보이는 하정우가 은근히 매력있다.

영화속에서도 사는 모습들의 다양함이 나온다.

내가 사는 게 늘 못마땅하다.

그냥 이렇게 숨쉬다가 인생 막내리나 싶으면 갑자기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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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지않는 스며들게 보호색을 띤 간판에 작다.

난 이런 게 마음에 든다.

필요한 건 다 보이게 마련이다.

월말 미쳐 정리하지 못한 은행일을 보러 부지런히 서두른다.

2개의 펀드-일단은자동송금을 일시 중단시켰다.

적립식은 그런대로 크게 손해보지도 않고 지금 놔둬야 나중에 반사이익이

클수도 있겠지만 이유없이 불안할 때는 일단 중단이다.

패닉상태가 될까봐 겁나는 미국경제.

브로큰덕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마당에 무슨 펀드야.

세계의 흐름이 아이들 진로에 대한 생각들에 더 혼선을 준다.

안전빵으로 가야지….부모가 되어서 파인사이언스같은 미래를 위한 일은

추천않고 안일한 생각만 기울이다니 나를 다시 반성한다.

안전한 미래? 그건 가봐야알고 살아봐야 안다.

뭔가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이고 인류에 도움이라도 되는 일을 하라는 게 부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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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느슨하게 책이나 봐야지..하는 판에 삼성동에서 이 동네까지

목욕을 왔다는 지원이가 생뚱맞게 집으로 온단다.

집에서잠시 놀다가 나가서 대합탕에 소주를 마시기로 합의했다.

영국서 5년 이상을 살다 온 그녀를 포장마차 아줌마가 옛날 단골이라고 반긴다.

대합탕과 닭똥집 반접시만 주세요~~참이슬양하구요.

오늘따라 포장마차가 바글바글하다.

그런데 왠 여자손님들이 90%다.

담배를 피는 어린 것들과 건너편 여자들은 오돌뼈를 시켜서 같이 온 남성은

나몰라라하고 둘이서만 죽어라 퍼 먹는다.

외로웠던 런던생활을 얘기하는 그녀를 보니 쬐끄만게 참 강하다.

많이 인간되어서 왔다고 스스로 말한다.

겸손해지고, 사치라고는 하지않게 되었다는 부잣집 며느리.

같이 얘기하는 나조차 응수하며 사치부수기에 일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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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그때까지 우리의 수다는 이어졌다.

주로 앞으로 아이들의 진로이야기였는데 부모가 선택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하고싶은 걸 하고파할 때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주는 것이고

다른 과를 선택했다가도 자기 할일은 알아서 찾아간다는 결론이다.

요즘 아이들은 누구나 다 이코노믹스를 원한다.

인베스트뱅커라도 되어 순식간에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다가 큰 코 다친다.

나는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 덜 받는 일을 하게 하고싶다.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안정적인 직장을..

뭐 말하기로는 자기혼자 할 수있는 전문직 어쩌고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셋 중에 둘은 진로가 정해졌는데 큰아이가 아직 정해지지않아서 해보는 소리다.

예전에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그녀의 콧대도 많이 낮아졌다.

나는 아예 콧대가 있는지도 모르고 산다.

사실 나는 하나가 있으면 열 개 이상인 척해서 그렇치 가진 게 없는 사람이다.

기대이상의 삶을 산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로 안 피곤하다.

8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10월 1일 at 5:54 오전

    제가 제일 존경하는 셋째고모님의 자녀교육의 목표가..
    스스로 하고싶은걸..하고파 할때까지 ..기다려주는것이었어요..

    늘,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시고,
    책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으시던 모습을 뵐때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주셨지요..

    리사님..글을 통해 같은 모습을 보게 됩니다.

    지금은 컴퓨터 공부를 하고 계시답니다.
    미리 이메일주소를 모두 적어가셨어요..
    완성하는날..이메일로 소식 알려주겠다 하시면서요..ㅎㅎ

    ^^   

  2. Lisa♡

    2008년 10월 1일 at 7:50 오전

    셋째 고모라면 나이도 제법 많으실텐데..
    완전 엄뿔의 김혜자네요.
    이메일까지나???
    진아님.
    암만 생각해도 지하고픈 거 하는 게 제일인데
    뇬석이 아직 제 하고픈 게 뭔지 모른다고 하네요.
    이것저것 다 하고픈가봐요.
    의사..했다가 과학자 했다가..파이낸셜 했다가…에구.   

  3. Beacon

    2008년 10월 1일 at 7:59 오전

    그 정도면 머찌구만,, 삶이 맘에 안든다는 건,, 주위에 리사님보다 훨 잘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상대적인게지요..

    나같은 사람만 보구 살면 살 맛이 팍팍 날낀데…

    나도 그랬잖아요.. 나 그런대루 살 때도 나보다 백배는 더 잘 살던 친척들..    

  4. Lisa♡

    2008년 10월 1일 at 10:45 오전

    비컨님.

    삶이 마음에 안드는 건 내가 돈을 못벌고
    매일 탱자탱자 논다는 겁니다.
    뭐–생산적이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하는데
    비경제적인 나를 보면 한심해서요.
    너무 노는 것 같거든요.
    또 일하면 힘들다고 놀고 싶다고 하겠죠?
    그리고 다 공평하지 않음에 삶에 불만이 사회적으로
    생기기도 하구요.   

  5. 물처럼

    2008년 10월 1일 at 4:44 오후

    나아 원..
    리싸 핱님처럼 쿨하게 사시는 분이
    사는 게 못마땅하시다뉘..
       

  6. Lisa♡

    2008년 10월 1일 at 11:10 오후

    물처럼님.

    남이 볼 때는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좀 더 생산적인 거 하고 싶다는 마음이 거든요.
    후후후…..
    누구나 다 자기 사는 게 못마땅할 수 있잖아요~~~요요요요.   

  7. miracle

    2008년 10월 1일 at 11:57 오후

    탱자탱자 논다….(요 말땜에 로그인..)

    맞아요.. 리사님을 보며 항상 하는 생각에요..
    그 많은 재주를 왜 썩히는지요..?!
    리사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텐데…. 생각해 보고 찾아 보면.
    한 가지 일에 연륜이 쌓이지 않았더라도
    가진 실력 모두모두 뫃아 리사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연구해 보세요..
    아직은 젊지만 곧 나이로 인해 포기해야 할 일들도 많으니까요..

    리사님을 아껴서 이러는 것 아시죠?(혹 내 뜻과는 다르게 오해할까봐..ㅎㅎㅎ)

    참, 파크하얏트.. 난 구식인지 포근한 맛이 없어요..객실도 그렇고….
    정이 많이 들어선지 차라리 남산 하얏이 낫고…
    홍콩사는 친구가 다니러 오면 두 곳 중에 묵어서 덕분에 공짜밥 가끔 먹으니
    감지덕지해야지만요… ^^
       

  8. Lisa♡

    2008년 10월 2일 at 12:48 오전

    미라클님.

    잘 알아요~~^^*
    뭘 할까요?
    멀 하긴 해야하는데 한우물을 파야하는데..
    나이땜에 포기하게 되는 거 많지요?
    으이그…..이노무 나이가..빨리 뭔가를 저질러야하는데.

    저는 전형적인 호텔보다는 w가 좋더라구요.
    파크하얏은 룸엔 못가봣어요.
    그런데 정말 심플하지요?
    우리조카가 20대인데 여기서 하루 묶었는데 좋다더군요.
    그러니 아무래도 젊은 취향에 맞나봐요.
    거한 거 그런 거 젊은 애들이 싫어하니까 그런가?
    저는 여기도 저기도 사실은 다 좋고 갈 기회가 별로’없으니까
    공연히 다 좋아보입니다.
    롯데는 너무 노태나서 싫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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