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 죽음을 듣는 우리의 자세

잡다_066.jpg

내가 만일 자살을 한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를 생각했던 적이있다.

목을 맨다?—그건 너무 징그러워..

한강으로?—안돼..물 속에서 발버둥칠게 뻔해…

수면제?—어쩜 위세척으로 다시 살아날지도 몰라…

손목긋기?—너무 잔인해…

백합향?—잘난 척이야…

하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절대로 죽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 가슴에 못을 박을 순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살아계신다면?

그건 안될 말이지.

더 이상 아프게 하다니 그건 죽어도 아니 살아도 안된다고 마음 먹었다.

잡다_068.jpg

아침에 라디오를 트는 순간…끝말머리에 최씨의 죽음을 조사하는 경찰이야기를 했다.

최씨?

누구야? 방송에 나올 정도면…혹시 최진실?

그녀의 죽음이 싸아한 느낌을 주었다.

올 게 왔다는 느낌이라면 과한 생각일까?

하지만 그녀는 나쁘다.

두아이가 아직 어린데 무슨 짓인지.

물론 오죽하면 그랬을까싶지만, 이유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밟힌다.

오직 소문때문이었을까?

더 심한 소문도 있었는데…마음아프다.

아이들이 아빠한테 가겠지만 그래도 나중까지 커다란 상처로 평생 남아있을텐데..

엄마랑 동생은 어쩌라구~~

안됐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 오죽하면 그랬을까…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긴 해야겠다.

잡다_070.jpg

베스트프렌드 옥이의 전화~~

낮에 애들친구 엄마들과 점심식사가 끝날 무렵이다.

웬 쉰 목소리?

어머님이 급기야 돌아가셨다고 오열을 한다.

할말없음표!

식사후에 바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달려갔다.

제일 처음 조문객이었다.

첫조문객? 살다가 별일도 다 있네.

내일도 올께—발인할 때도 새벽처럼와서 장지까지 갈께—

3녀1남이 급기야는 지쳐서 마지막 일주일을 요양원에 의탁하고 가슴아파 미친다.

어제 갈려다 못갔는데 오늘새벽에 심장이 멎었다며 울부짖는 친구다.

따라운다.

잡다_071.jpg

나이가 들어갈수록 반드시 부모랑도 친구랑도 남편과도 구 누구와도

사별이라는 걸 겪어야 한다.

아픔이지만 태어나면 닥치는 일이고보니 지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피할 수없는 운명이다.

제일 처음 누군가 죽는 걸 본 게 아버지이다.

그 뒤로는 공연히 무섭던 무덤이나 주검이 두렵지 않았다.

죽음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건 예상외의 죽음 소식을 들을 때이다.

그런 소식은 듣고싶지 않다.

정말이지 뭐..다른 방법이 없을까?

죽음을 들으면 잠시라도 명복을 빌어보자.

나에겐 남이지만 하나하나 다 가족이 있고 누군가의 친구이고 부모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잘 죽었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분명 탈레반이나 팔레비나 후세인처럼 아주 나쁜 놈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런 생각한 것조차 후회한다.

잡다_067.jpg

환절기에 그리 따뜻하게 옷입고 목도 뭘감고 자라고 그리 말했건만

둘째가 목감기가 너무 심해서 폐까지 아프단다.

폐까지 아프다는 건 의사의 말이 아니고 자기말이다.

기침을 자꾸하니 가슴에 통증이 온 것이려니 한다.

멀리있으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원래 몸이 약한 아이라 더 걱정이 된다.

유학보험든 문서를 메일로 보내준다.

구여운 녀석이 엄마말 안 듣고 얇게 입고 잔 게 분명하다.

속상한다.

빨리 낫길 기도해본다.

그러잖아도 야윈 녀석이..더 야위겠다.

4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10월 2일 at 1:07 오후

    죽음은..누구이건, 가족이건,타인이건..마음이 아픈것 맞아요..

    몇해전, 생활고로 세아이와 아파트에서 동반자살한 젊은 엄마..전 아직도..
    7월이 되면 그녀와 그 세아이들을 위해, 작은 촛불하나 남겨놓아요..
    제겐 너무나 귀한 인연이었기에,
    일면식한적 없지만, 저역시 너무 힘든 안과밖의 생활고에서 탈출할 방법만 찾다가,
    아이들과 동반자살까지 생각했었어요..
    리사님 생각처럼, 약으로,끈으로,한강으로..연탄까지..
    그 순간에..그녀와 아이들의 기사가..조선일보에 올라오고..그리고..월간조선으로,
    더 자세한 기사를 접하는 순간..이건 아니구나..절대로 해선 안되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은 생각으로만 접어두었답니다.
    그래서, 자살이란, 동전의 양면처럼..마음의 어둠과 빛마냥..
    순간이라는 생각이 좌우한다는거요..

    결코..누구의 죽음이든, 쉬이 가벼이..말이라도 가볍게는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친구분의..임종시에 함께하시지 못하셨다는 그 마음이..오래남으실터인데..
    안타깝습니다.

    맨끝에서..어떻게..소리가 새어나왔어요..
    기침이 심해서, 목이 붓고, 가슴까지..피부까지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정도로
    아플터인데..거기까지 미치니..제가더 갑갑하고,

    얼른 낫기를..얄미운 기침어여 물러나가기를..기도합니다.
    보태어 봅니다.

    …   

  2. Lisa♡

    2008년 10월 2일 at 1:27 오후

    진아님.

    가끔 진아님 힘들텐데 꿋꿋이 잘 버티는구나 싶을 때 많아요.
    나같으면 .. 내가 진아님이라면 어땠을까도 생각해봤구요.
    배울 점도 많고, 나를 반성할 기회를 갖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남편분되시는 분도 훌륭하다는 마음도 갖고 있구요.
    얼마나 힘들고 고될까…어쩌면 죽음도 생각했겠구나..아버지, 가엾은 엄마와
    아이의 치료까지…누구나 다 갖는 생각일 겁니다.
    그래도 늘 반성하고 화초처럼 잘 지내는 걸 보면서 안심하고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어려운 일을 겪은 적은 없지만 어릴 때 그런 기억이 짧게
    있기에 남의 일같지는 않습니다.
    나 뿐 아니라 진아님에게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마음입니다.
    모아모아..힘을 알게 모르게 氣가 들어갈 겁니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마시고 아이들이 커서는 다 잘될거야라는 생각버리면
    안되는 것 알죠?
    그러니 오늘도 화이팅~~~오케이?   

  3. 칸토르-이상화

    2008년 10월 2일 at 3:02 오후

    오늘 죽음에 대해

    인생에 대해…

    생각이 많은 날이었어요

    사람 마음란게 참…

    생명만큼이나 귀한건데 싶어요

       

  4. Lisa♡

    2008년 10월 2일 at 3:42 오후

    칸토르님.

    에구…
    심려가 크긴 크네요.
    장국영만큼이나.
    사는게 힘든가봐요.
    다들…
    즐거워서 미치는 것 같아도
    그 속엔 고뇌가 다 스며있겠죠?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