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일 연휴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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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아침 안개는 거의 정확하게 높은 낮온도를 예고한다.

아침을 빈둥거리며외박한 조카를 기다리다가 거의 정오가 되었다.

조카는 이태원의 어느 호텔 지하클럽에서 새벽까지 춤추고 놀았단다.

H 개그맨이 하는 클럽이다.

조카말이 물이 좋아서 실컷 놀았다고 한다.

양복입으면 출입금지에 눈속임도 안되어서 바지만 양복바지 입어도

바로 출입이 제한된단다.

정오를 겨냥해서 남편과 함께 어제 다녀 온 분당으로 조문을 또 간다.

가서는 울어지친 친구에게 유명인사들과 한 날에 가셨으니 엄마도 외롭지 않게

잘 가실 거라며 웃겼더니 드디어 웃는다.

길에는 3 일간의 연휴로 아침부터 길이 미어터지는 중이다.

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오후에 가기로 한 야구장에 늦을지도 모른다.

2시가 되어 서둘러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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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귤과 냉매실차를 만들어 가방에 넣고 김밥을 주문하고 야구장 갈

준비완료.

옷은 되도록이면 편하게..

야구장에는 실로 오랜만이라 저으기 기대도 되고 떨리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주로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20대와 30대가 주류를 이룬다.

음..그렇다고 기죽을 내가 아니지.

은근히 찾아본다.

어디 40대나 50대 읍나?

VIP석에만 있는 걸까? 아님 12000원하는 좌석에만 있는 걸까?

기죽는다는 것.

아무리 잘난 척해봤자 사회가 주는 당황은 어찌 안된다.

마음만 젊은 척 해봐야 나이가 주는 기분은 숨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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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서 우리(조카와 여자친구, 남편과 나)는

쭈꾸미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산서 아무리 유명한 쭈꾸미집을 가봐도 이만한 집 없다는 은근한

부추김에 불타는 쭈꾸미를 먹으러갔다.

맛있었다.

야구장에서 김밥과 귤과 오징어와 버거킹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맛은 있었다.

유명한 집의 특징은 별로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손님을 맞는데 그것도 편하긴하다.

지나치게 가식적인 태도도 나는 싫더라.

예전에 나오시던 할머니가 안보인다.

조카의 끝없는 식성에 힘입어 5인분을 가뿐하게 먹고 나왔다.

처음보는 여자친구는 부담없는 태도도 일관성있게 행동했다.

그 아이가 부담없어 하니 나도 부담없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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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잠이 쏟아지는 요즘이다.

낮에도 꼭 식사 후에는 잠이 온다.

밤에도 12시 넘기기 힘들다.

어제의 늦은 수면으로 11시도 안되었는데 잠이 쏟아진다.

나이탓인가?

나이…나이…

50대, 60대가 들으면 욕하겠지만 아무래도 갱년기라든가, 폐경기로 접어들면서

생기는 증세가 확실한 것같다.

아니면 몸에 기력이 떨어지는 증상이던가.

진짜 잠이 잘 온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S에게 미안타.

얼마 전만해도 2-3일간 잠을 거의 못자도 끄덕없었는데..

이제는 하루만 잠을 늦게자도 이 지경이니 다 살았다.

밤새고 노는 건 이제 무리라는 걸 발견했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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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멀리있는 불빛도 선명하게 나오는 카메라 한대 사고싶다.

살이 약 5키로 빠졌으면 좋겠다.

환률이 1000원대로 고정되면 좋겠다.

하루가 36시간이면 좋겠다.

미국과 한국이 비행기로 3시간만 걸리면 좋겠다.

그 비행기요금 저렴하면 좋겠다.

얼굴이 여성답게 생겼으면 좋겠다.

피부 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4 Comments

  1. 호수

    2008년 10월 5일 at 12:52 오전

    밤에 멀리있는 불빛도 부터
    피부가 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까지….ㅎㅎ

    엄마와 여자가
    뒤섞여있는 모습
    재미나고 매력있어요
    누가
    리사님모습을 여성답지 않다고?
    가서 거울 다시 보세요
    전혀~~
    나 사람 잘 보는데 ^^   

  2. Lisa♡

    2008년 10월 5일 at 1:19 오전

    제가 볼 때 그런 느낌을 항상 받아요.
    남자같거든요.
    털털하고 말씨도 좀 거세고
    화끈하고, 깝깝한 거 못참고..
    내숭떠는 거 못봐주고..남자인지
    대장부인지 뭔지—-ㅎㅎㅎ   

  3. 오공

    2008년 10월 5일 at 4:42 오전

    솔직한 소원이 마음에 듭니다.   

  4. Lisa♡

    2008년 10월 5일 at 4:55 오전

    오공님.

    언제 솔직하게 우리 야그해볼까요?
    ㅋㅋㅋ—-언제나 솔직하지만서도.
    밖에 이불 널었는데 흐려질라카네.
    신기뎐이나 보러 가야지.
    이틀 신나게 돌았더니 피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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