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퀼트를 하게 되었다.
재시도를 하게 되리라고는자신도몰랐지만 언젠가다시 하고싶긴 했다.
뭐 거창하게 대단한 작품을 하려는 건 아니고 다만 작은 소품정도를 하는 거다.
인형을 만들고 파우치를 만들어봐야 결국 내 손에 남는 건 한 두어 개.
성미가 그런지라 가까운 가족생각에 똑같은 걸 여러 개 만드는 나를 본다.
바느질을 좋아하는 날더러 엄마는 가난하게 산다며 못하게 말렸었다.
그렇다고 잘 하지도 않을 뿐, 그저 즐긴다고나 해야할 수준이다.
겨울이 오는 늦가을에 퀼트를 시작하게 된 건 행운이다.
눈이 더 나빠지고, 손가락도 터지겠지만 그래도 몰두한다는 기쁨이 있다.
바늘을 든 순간만은 아무 잡념이 없어지니까..
고스톱을 칠 때 잡생각이 안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아줌마라면늦잠에, 집안 청소나 하고, 책도 거의 안보는 무지렁이로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아줌마들은 일찍 집안정리하고 커피타임도 갖고, 운동도 하러 나가고
심지어는 놀러가기까지 하면서 애들의 뒷바라지에는 또 억척같이 정성을
쏟아붓는 게 요즘 아줌마들이다.
퀼트를 하면서 나눈 아줌마들과의 대화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예전에 그저 모이면 시댁식구들 험담이나 아이들 학원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지웠다 하더니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식상한 그런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퀼트선생이 30대에 미혼이라선지, 엄마들이 나보다 5-6세 가량 어려서인지
아님 공교롭게도 내가 색다른 이야기를 주도하는 분위기라서인지
아주 신선하기까지한 대화들이 오간다.
영화 맘마미아와 뮤지컬 맘마미아의 느낌을 얘기하고, 모던보이가 백석이니
아니니를 … 그러다가 철없는 사랑이야기까지 번지다가 급기야는 어느 친구가
남자동창생을 만나서 고민한다는 둥..거기다 나의 ‘다 부질없는 짓이야’ 라는
멘트까지…카메라를 사야하는데 어떤 게 좋겠다는 둥.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닌 샘은 절대 비추한다고 누구랑 같은 말을 하고
나는 어디선가 짱박아서 적어 온 카메라 이름을 그들에게 가르쳐주는 광경.
생각을 따로 한 적은 없지만 괜찮은 아줌마들이다.
동네에서 이래저래 모여서 하는 인형, 퀼트모임인데지겹지 않은 대화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겠으며 이 시간이 기다려지는 건 그런 대화때문이다.
나는 캐논G-9과 파나소닉 루믹스를 알려준다.
필카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걸 옆에서 듣자니 난 모르는 이야기다.
필름을 저렴하게 사는 청계천의 어느 가게 이름까지 나온다.
대단한 아줌마들이야.
한나엄마는 보기에 어디 통 다닐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집에서 반찬이나 하고 아이들과 탕을 치게 보인다.
이 여자, 희안하다.
우리끼리 어디가 좋고 어디가 어쩐다더라는 말을 나누고 나면
자기혼자 반드시 거기에 갔다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린데 어떻게 그러냐니까, 일찍 서둘거나 토요일에 아이들
남편에게 맡기고 새벽같이 나가서 다녀온다는 것이다.
나보다 더 별난 여자다.
나도 실행하면 안빠지는 별난인데..
사찰이야기가 나오자 자기는 기독교라서 절은 안간단다.
또 다른 편협한 사고라고 내가 응수하자 고걔를 끄덕이더니
간월암이 어딘데요? 란다.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라는 확신을 갖는다.
경엄마는보기엔 말괄량이 삐삐마냥 귀여운 주근깨 몇 개 있는 여성이다.
자기가 입던 청바지를 잘라서 딸의 가방을 만들었는데 기가 막힌다.
그냥 드르륵박은 재봉솜씨만으로 내가 혀를 내두르는 건 절대로 아니다.
거기에 놓여진 수와 달린 단추랑 아플리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무슨 작품처럼 보이는데 세련되기까지 하다는 거다.
뭣하나 버리는 것이 없이 그 손에만 들어가면 다 빈티지로 변한다.
쨈유리병이나 캔디양철통같은 재활용품도 다 모아서 하나의 예술품으로 둔갑시킨다.
호두알 껍질에는솜을 집어넣고 바늘꽂이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기발하다.
처음엔 몰랐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줄임말로 ‘볼매’ 라고 하면 된다.
그녀는 볼매에다 버릴 구석이라고는 없으며 카리스마까지 짱이다.
영화에 책에 두루 섭렵한 그녀와는 그 어떤 말을 해도 다 통하고 알아듣는다.
동네 아줌마에게 별로 의미를 두지않던 내 사고가 얼마나 경직되었는지를
알게 된 하루다.
뿌듯하다.
김진아
2008년 10월 14일 at 12:31 오전
아줌마라고 하면, 그렇죠..아직도..집에만 있는 죽순이로만..그리 인식하지요..
모두다 그렇지 않지만, 통틀어서요..ㅎㅎ
눈 나빠지지 않도록, 쉬엄쉬엄..바느질 하기가 참 어려운데..
대단하신 분들이세요..
퀼트..그러니까, 참나무님 생각나서요,^^
참나무.
2008년 10월 14일 at 12:55 오전
나 양반 못 되나 BoA…gg
리사 핫, 진아씨두 ‘볼매’야요…^^*
참나무.
2008년 10월 14일 at 12:58 오전
Quilt = 패치워크(조각잇기) + 퀼팅
‘퀼트 짜다’ 보다는 ‘퀼트 하다’가 더 좋을 듯 해요… 나중에 지울 글…;;
Lisa♡
2008년 10월 14일 at 1:39 오전
당근 참나무님 생각나지요.
언제나 …퀼트라면.
나는 그냥 작은 가방 하나 만들려구요.
두개 있긴한데 마음에 안들고
도전한다는 게 좋아서,
딴 도전은 몰라도 퀼트니까.
Lisa♡
2008년 10월 14일 at 1:39 오전
참나무님.
제가 그걸 몰라서???ㅋㅋ
멋을 쬐까 부려본 건데
못참아주겠따 이거지요?
그래도 참아줘요.
한 번만~~~
참나무.
2008년 10월 14일 at 2:05 오전
앗 그럴 거 같아 지우러 왔는데..한 발 늦었다는…;;
벽돌빼면 더 이상하겠지요…항복 — ioi
와잇맨
2008년 10월 14일 at 2:57 오전
이번에는 부티나게 적성을 살려서
혼수용품이나 포목점을 하시면 잘 하실 거가튼데
옛날엔 포목점 정도하면 부잣집이었는데 …
옆에 보석상도 곁들이면 다홍치마
바쁘시겠다 … ^ ^
Lisa♡
2008년 10월 14일 at 9:53 오전
참나무님.
벽돌빼지 마세요–
그 벽돌호칭도 참 세련되었네요.
ㅋㅋ
Lisa♡
2008년 10월 14일 at 9:54 오전
와잇맨님.
포목상은 지금도 아무 부자일 걸요?
잘 모르겠어요.
제 친구엄마가 포목상했는데 부자입니다.
그리고 혼수용품은 자신없꼬
음…보석상은 제일 친한 동생되는 친구가
하고있지요.
제 사주에는 보석이 맞다는군요.
네잎클로버
2008년 10월 14일 at 2:00 오후
저도 퀼트 하면 참나무님 생각부터 나는데… ^^
늘 틈나는대로 다시 잡아야지 하면서도
아직 보관 상자 안에 밀어놓고 있어요.ㅠㅠ
안그래도 필통이나 작은 가방 정도로
다시 바늘 잡아볼까 하고 있었는데
리사님 글을 읽으니
마음이 마구 動해요~
근데 저 마지막 사진 속 바둑이(?)~! 너무 귀엽습니다.^^
Lisa♡
2008년 10월 14일 at 2:49 오후
네클님.
눈이 좋습니다.
저 바둑이 귀엽죠?
핸드폰 고리인데요~~아시잖아요.
천으로 만들어 나오는 브랜드.
담에 네클님 볼 기회가 있을 때 비슷한 거 하나드릴께요.
^^*
작은 것부터 저도 슬슬 만드는 중입니다.
취미까지?
광혀니꺼
2008년 10월 17일 at 1:04 오후
수다에
강쥐녀석
케잌 다 묵겄네…
지리산 좋았어요?
Lisa♡
2008년 10월 18일 at 2:32 오전
음…………..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