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 건 까르페디엠에서였다.
물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까르페디엠, 둘 다에서 그를 만났다.
오늘 그의 소식을 블로그를 통해서 보고 마음이 무너진다.
투병생활도 그렇게 멋지게 하나싶더니..고통을 당하고 있는 마음과
생에 대한 착찹한 그의 심정을 보니 견디기 힘들다.
처음에 몇사람과 같이 찾아 온 그를 봤을 때 그는 천사였다.
예의바르고 늘 웃음 띤 얼굴에 바른생활 사나이라는 걸 첫 눈에 알았다.
여러 암의 와중에도 그가 잘 견디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걸 알기에
축복받을 거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의 몸무게가 형편없이 빠지고 사랑하는 사람의 울음소리를 옆에서 듣고
괴로워하는 심정을 피력한 글을 보면서 내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밤이 괴로웠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오랫동안 블로깅을 하지않으면 혹시 아픈가? 강의가 고되나…별 상상을
다했던 건 사실이다.
그가 사직서를 내고 어느 절에 들어갔다니 부디 기적이 일어나길 희망한다.
마음이 너무 안좋다.
내 방을 정리하는데만도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외출을 않고 집에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정리하다보니 시간이 금새 흐른다.
오히려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집에서 보낼 때 시간은 더 빠르다.
마저정리도 못한 채 성화에 못이겨 외출을 한다.
죽어도 오늘 새우철의 새우를 먹겠다는 그녀를 누가 이기리~
그녀와 나는 안면도인지 오이도인지를 향해서 가다가 끝까지 차 밀린다고
가지말자는 내 뜻에 꺽여 차라리 차가 없는 인천공항쪽의 을왕리를 가기로 합의했다.
처음 가본 그 곳은 낙후된 바닷가의 촌스럽기 그지없는 정리가 덜된 옛날의
시골 바닷가보다 못한 그런 곳이었다.
울긋불긋 저급한 횟집들..미치겠다, 그냥 자연 그대로에 튀지않게 만들면 안되나?
그나마 도심에서 가깝긴 했지만 내게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앞으로 재개발처럼 다시 시설들과 난립한 횟집들 정리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녀는 좋단다.
마침 지는 뿌연 석양속에 그녀의 감탄사가 흐른다.
"아—좋다"
저급한 간판 하나 찾아들어섰다.
그런데로 감성돔과 조개구이는 맛있었지만 어지간한 찌깨다시(?)에는
손대기가 좀 그랬다.
안먹는 건 골라서 도로 줘버리고는 멍게, 조개류에만 손을 댄다.
어지러운 전깃줄들 사이로 걸어 둔 조명등…서로 질세라 간판을 떡칠한 가게들.
시멘트로 분위기없게 대충 발라만든 해변길.
차를 잡아끄는 삐끼 아줌마들..난 이런 게 너무 싫다.
뒷쪽으로 어울리지않는 멀끔한 호텔하나 들어서는 중이다.
이런 모든 것들속에 뇌물과 부조리한 공무원들의 결탁과 앞뒤 생각않고 허가해주는
많은 부적절함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도시를 형성할 때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이 환경과 안전과 스카이라인, 미래에 설계될
도시전체의 균형들일 것이다.
작은 바닷가라지만 계획없이 졸속한 동네로 보인다.
좀 세련되고 취향이 묻어나는 해수욕장으로 만들 순 없을까?
사람들 취향이 고급화되면 이런 곳은 사장될 게 뻔하고 다시 세금으로또 다시달라지겠지.
이런 모습들에서 관계 공무원들도 미학적인 공부를 좀 시켜야겠다는 생각이다.
밝을 때는 사진찍을 것이 없는 곳이다.
물에 일렁이는 불빛이나 그나마 오렌지로 비치는석양의 그림자가
살려준다.
사진을 골라서 추려내어 찍는 것이 찍사의 마음이지만 실제보다 잘 나왔다.
숨은 보석을 끝내 찾고만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을왕리에 가면 가볼만한 곳 발견!
따로 스크랩할 예정이다.
뭐든 하나라도 찾아갈데가 있어야지.
내일은 지리산으로 간다.
많은 시간동안 걸을 것이다.
걷는동안 그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작은 기도의 힘이나마 보태길 나 스스로 위안하는 것이다.
마음이 안 편하다.
슬프다.
인연의 끝은 있는 것일까?
흙둔지
2008년 10월 16일 at 12:13 오전
인연의 끝이야 소풍길 끝낼때 끝나겠지요.
한번 맺은 인연은 왠만해서는 끊어지지 않더라구요…
Lisa♡
2008년 10월 16일 at 1:06 오전
흙둔지님.
그렇지요?
끊어질 듯 끊어지질 않고 이어지는…
소풍길도 그리 무섭거나
도망칠 일은 아니지만 때가 너무 이르면
슬픔이지요.
하여간 마음이 영 쓰립니다.
미리
2008년 10월 16일 at 2:06 오전
몸이 피곤 한 건 푹 쉬어주면 풀리는건데-
가까운분 건강이 안좋아지면 참..마음이 그래요..
요즘 외할머니가 좀 편찮으신데, 늘 가슴에 뭐가 걸려있는 듯 아파요.
저 아주 아기일때 잠깐 돌봐주셨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달라요.
리사님이 아시는분 이야기들으니 제맘도 아픕니다.
정말 병원에 가보면 아픈분들이 너무 많다는 거 느껴요. 평소엔 모르다가..
건강하단 거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단 생각도하게되고. 뭐든감사해요. 요즘은,
가을은 가을인가봐요, 좀전에 엄마가 뭐라고 하시는데..외로우신가봐요ㅎ
리사님은 가을앓이 안하세요? 오늘은 쉬는날이라 집에서 아침 블로깅해요.
Lisa♡
2008년 10월 16일 at 2:30 오전
미리양…예전에 내가 올린 써런키친앤드바레 가보면 미리양을
언급한 이야기 있는데..안봐찌요?ㅎㅎ
야단맞을지도 모르지만—-미리양, 이 가을 안탄다면 거짓이거나
아니면 감동이 없는 사람이겠지요?
저는 그냥 즐기려고 합니다…그래서 오늘 다랑이 논을 만나러
지리산으로 갑니다.
테러
2008년 10월 16일 at 3:09 오전
아.. 저도 병원에 가봐야겠어요….ㅠㅠ
요즘 느낌이 넘 안좋음…
Lisa♡
2008년 10월 16일 at 3:48 오전
테러님.
땠찌—-퉤퉤퉤..
그냥 피곤한 거예요..테러님은요.
저 지금 지리산 갑니다//나가요.
김진아
2008년 10월 16일 at 5:58 오전
암이라..그러면..둘째동생의 선임하사가 자꾸 생각나서요..
9남매 막내..위암말기 선고 받았는데..다친 동생..저대신 병간호 해주고..
그리고..웃으면서..떠났지요..
까만 얼굴에..유난히 흰 치아에..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이었는데..
…아고, 참…
한나
2008년 10월 16일 at 10:09 오전
슬픈 가운데에서도..
내일 지리산 가서도 기도할 리사님…
아름다운 마음에 흐뭇해 하고 갑니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지금 고통스러운 병과 투쟁하시는 분들에게..
신의 도우심이 있기빕니다..
지리산 여행 신나게 하고 더 건강해서 오기를요..ㅜ.
구도자
2008년 10월 17일 at 1:08 오전
소풍길이 끝나게될때도 인연의 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윤회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소풍길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된다고 얘기하지요.
여기오시는 모든 분들 서로 좋은 인연들이 될 수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서로 접하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시길..
푸른갈매기
2008년 10월 17일 at 4:21 오전
저도 아는 투병중인 그 사나이의 쾌유를 빕니다….
임부장
2008년 10월 17일 at 11:27 오전
오늘 tv에서 지리산 둘레길을 방송 하던데 그 길을 걸으시겠군요…
잘 다녀 오십시요!
저도 가을 다 가기전에 가 볼 생각입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느끼는건 서툴지만 걷는건 자신 있습니다…^^
광혀니꺼
2008년 10월 17일 at 1:06 오후
그분의 병이
치유되길 발원합니다.
늘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