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7일 힘들어도 굽이굽이 행복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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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민박집이다.

6시에 일어나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몇 집 안 되는 동네인지지라 금방 한바퀴돌면 다 파악된다.

할머니가 차려 준 미역국에 조기구이와 들깨죽, 콩장..등

아침을 그리 거나하게 먹으면서 맛있게 먹는 일은 잘 없다.

허그를 하고 아쉬워하는 할머님을 뒤로 집을 나섰다.

만나면 떠나는게 인지상정이지만 할머니의 마음에 아쉬움 하나 남겼다.

매동마을을 출발하면서 바로 언덕배기를 오르는데 소나무가 아름답게 구비를 감싸고있다.

멀리 보이는 떠나온 마을과 가야할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군데군데 기와집 몇채가 눈에 들어온다.

내부야 어떻든 외관은 그대로 살리면서 시설보충을 하면 일거양득일텐데..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한다.

체육대회라 빈손으로 가는 중학생 하나만났는데 어찌나 똘똘한지 아주 기특하다.

산길을 내려와 학교를 다닌단다.

이빨에 교정을 하는 보철을 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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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는 경제때문에 몹시 마음고생을 했었다.

산골로 오니 경제고 뭐고 간에 마음이 훌빈해진다.

티격태격하는 모든 경제지표와 환율 덕분에 엄청 손해를 본 우리집이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기로 하고 발길을 걷는다.

흐르는 땀…내가 소원하고픈 것들을 발걸음 하나하나에 담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금방 고이기도 한다.

피톤치드에 취하다가 둥글게 휘어 길을 만든 대나무숲길을 가다가

시멘트로 발라 둔 다리를 건널때면 뭔가 아니다 싶지만 장마 때를 대비한

제방과 연결된 다리이고보니 이렇게해야 안전제일이다 싶어 끄덕인다.

일본같으면 이런 시골길을 어떻게 깨끗하게 마무리했을까?

군데군데 쌓인 쓰레기에 마음이 어두워진다.

뭐든 자연 그대로가 나는 좋다.

인공적으로 꾸며진 깔끔함보다 조곤조곤한 자연의 그대로가 훨씬 미적이다.

아직 부족한 많은 시설들에 관광지로는 미흡하지만 지금 그대로가 가장 자연적일 게다.

시설이 나아지고 휴계소가 들어서면 더 편해지나 아름다움은 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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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마을마다 회관이 제일 깨끗하고 큰 시설물이다.

우물 한두개는 어디가나 보인다.

가뭄으로 메마른 논바닥과 저수지들도 기후변화를 타나보다.

경운기에 가득농작물을 싣고 가는 아저씨, 염소를 몰고가는 아저씨.

다아 안녕하세요.

격의없는 순수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동네.

더워서 땀은 흐르지만 다리는 질질 시간이 갈수록끌리지만

마음만은 흐뭇하다.

이 가을 .. 제대로 가을을 만난 까닭이다.

정자마다 쉬고, 언제 끝까지가나?

혼자 그림처럼 앉아있다가 우리의 길에 간섭하면 친절을 베푸시는 할머니들.

하나하나 짚어가며 길을 설명해주던 멋쟁이 모자의 할아버지들.

다들 우리의 걸음에 신나는 모양인지 친절하게도 말을 안 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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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길은 피로감을 더 주고 발걸음을힘들게 한다.

도대체 이 도로는 왜 이리 길게 시멘트로 만들어졌냐고 농사짓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임업도로라고 하신다.

저 위의 집들은 다 허가가 났나봐요?

산중턱에 황토로 찜질방처럼 짓고 있는 집들을 두고 내가 묻는 말이다.

나 또한 저 산중턱에 한옥으로 지푸라기넣고 황토집을 통나무를 곁들여 짓고 싶은데

저렇게 자연을 훼손해도 되는건지 그건 의문이다.

각자 지을 집들을 서로 그려보며 더 멋있게 짓다헐다 몇 채 짓다만다.

지리산 중턱으로 들어온지 1년여 되었다는 아저씨가 작두콩을 따고있다.

제법 넓은 집을 가진 그는 농사라고는 첨인데 하다보니 절로 풍작이라고 한다.

우리더러 작두콩을 좀 가져가라시며 꾸역꾸역 넣어주신다.

어머, 이 거 비싼건데,,근데 자녀분들은 다른 곳에 있나요?

그렇단다.

서울과 전주 등에 나가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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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렸을까?

체험 온 학생들이 낙서하고 간 벽의 그림이다.

그런대로 활기 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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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고목들이 버티고있다.

가장 오래된 수령 620년 된 고목은 금계마을지나 추남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인

의평마을입구에 있는데 그 가지만도 대단하다.

벽송사를 차로 들어가는 입구에 추장처럼 서있다.

가는 곳마다 고목아래는 자연스레 쉼터가 조성되어있다.

알게 모르게 나이 든 고목에게서 쉬어가고 많은 걸 배우는 모양이다.

멀리 천왕봉이 한눈에 보인다.

주욱둘러 싼 봉우리 중에 가장 높아보이는 부드러운 둥근 모양의 산꼭대기이다.

경상도 말로 산꼭대기를 만디라고 하는데 이번에 배운 얕은 산정상을 몬당이라 한단다.

몬당이 뭔교?

몬당이 몬다냐?

한참을 웃는다.

아프라카 말같다고K가 계속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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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걸으니 제법 지친다.

누구는 의중마을에서 자고 내일 걷자고한다.

벽송사로 가는 길을험한 산길을 택했다.

2.1키로의 벽송사가는 길은 그지없이 아름다운 가을이다.

사각사각거리면 바람만 불면 떨어지는 낙엽인가보다하는 걸 알았고

푸드득거리면서 숲속에서 뭔일이 벌어지면 꿩인가보다…

스르륵~뱀지나가는 소리가 그리 크다니…그리고 왕벌들의 요란한 비행.

산길을 겨우 빠져 나가 서암정사앞에 도달하니 벽송사오르는 길이 시멘트다.

올라오는 사찰 봉고차를 세워 우리는 그 차를 타고 5분만에 절에 들어섰다.

헤엑헤엑~~헉헉하면서도 시주를 하고 부처님앞에 삼배를 한다.

내 바라는 소원은 언제나 오직하나건만 이번만큼은 투병 중인 그를 위해 절을 한다.

얼굴이 몹시 심각해지는 자신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건너편 방에서 보살이 스님옷을 정성을 다해 다린다.

우리는 절에서 누룽지를 얻어먹고 광천으로 간다는 기사의 말을 듣고 절 아래까지만

차를 태워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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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걸린다는 말이 딱이다.

지친다는 게 어떤건지를 보여주는 길이다.

백록담의 눈쌓인 산행 8시간 이후에 처음으로 긴 길이다.

앞이 안보인다.

H가 쓰러지려고 한다.

나중엔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1000원씩내고 시외버스를 타니 거의 다 와서

우리가 못이겨 차를 탔다는 걸 알았다.

타자마자 바로 세동마을이 보인다.

에구…그러나 할 수없다.

송내까지가면 거기가 세동인데 우리는 더 가야하는 줄 알고 못참고 버스를 탄 것이다.

세동을 지나쳐 그냥 함양까지 내쳐갔다.

세동에서 내리려니 곯아떨어진 친구탓에 함양까지가서(30분)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기로했던 것.

세동에서 자나 어쩌나 하다가 우리는 전주를 택했다.

GOGO~~전주!!

6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10월 18일 at 1:26 오후

    열시간여를 걸으셨던 거예요?

    세상에..

    지치지요..그럼요..아무리 중간중간 차를 타고 움직인다 하여도..
    가을분위기를 보며 걷는다 하여도..지치고 말고요..

    …능행스님의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라는 책속에..
    믿음은 아름다운 다음 생을 잉태한다…그 글줄이 오랜동안
    남아있어요..

    부디..투병중이신 그분에게 간절한 마음들이 모아 닿아..
    기적같은 일이..이루어지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2. Lisa♡

    2008년 10월 18일 at 2:24 오후

    열시간 정도 걸었답니다.
    중간중간 차탄 건 없고 마지막에
    세동마을 다 가서 지쳐가지고..
    쉬엄쉬엄가니까 열시간이지요.
    남자들 발걸음이면 6-7시간이면 충분하겠더라구요.

    기적이 있다고 믿는 저에게 기적을 보여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친구걱정까지 되는 것있죠.   

  3. 광혀니꺼

    2008년 10월 19일 at 4:21 오전

    이런…
    10시가 걸은것도
    편찮으신 분도…

    지금 개안나요?

    행복한 휴일 되시길…

       

  4. Lisa♡

    2008년 10월 19일 at 4:37 오전

    당연히 개안치….

    나야 워낙 잘 걸으니까.

    걷기로 작정하고 간 걸..

    하도 많이 수어서 열시간이야.   

  5. 2008년 10월 20일 at 7:10 오전

    아, 부러워라. 리사님. ^^

       

  6. Lisa♡

    2008년 10월 20일 at 7:54 오전

    길님.

    부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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