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 콩나물국밥으로 하루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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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걸었던 길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올라오는 버스속에서도 연 걸리듯 어제의 추억이 걸린다.

전주에서는 먹는 걸로 시작해 먹는 걸로 끝이났다.

한마디로 먹다가 볼일 다 봤다.

유명하다는 집은 다가봤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걸으면서 뺀 칼로리를 하룻저녁에 다 보충하고도 남을 정도에 아직 부어있다.

나는 안된다…안돼~~

다니는 동안도 썬크림을 한번만 발랐지 화장도 않고 다니는 통에 좀 탔다.

기미가 좀 생겼다는 뜻이다.

아침일찍 출발한 덕에 낮에 서울에 도착했다.

삼백집에서 아침 콩나물 국밥으로 시작한 하루는 덕분에 길었다.

수서역으로 지하철을 타고오니 새로 대모산을 가는 등산객과 얼추 비슷하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어서 집으로 들어가서 쉬고픈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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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에 감을 잔뜩지고 산에서 내려오신 할아버지다.

금계마을의 나른한 오후를 지나는 중이었다.

벽송사가는 좁은 길이자꾸 어른거린다.

서암정사를 못보고힘들어서 그냥 지나친게 갈수록 아쉽단 생각이다.

서암정사는 석굴암자인데 벽에 새겨진 조각불이 유명하다고 한다.

되도록 어디를 가나 사찰은 어김없이 들리는 스타일인데

너무나 힘이 들어서 도저히 더 이상 헛걸음을 하고싶지 않아서

정해진 길을 학학거리며 가느라 모른 척 지나쳤던 것.

300Km가 완성되는 날에는 몇 번의 타임을 두고 3박4일 정도로 날을 잡아서

여러 번에 걸쳐서 돌아볼 예정이다.

내 생각인데 한번에 돌려면 10일은 걸릴 것 같다.

무리해서 오래 걷질 않는다면 3일씩 4번 정도로 걸으면서 사찰을 다 들리고

마을을 다 들린다면 더 뜻깊은 여행이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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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데마다 고사리밭이 제법 넓게 펼쳐져있다.

자르지않고 계속 자라는대로 놔두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더니 내년의

풍부한 고사리 수확을 위해서 그대로 놔둔다고한다.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것인지 늘 생각했다.

도시생활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시골로 들어와서 사느냐..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늘 막연한 생각에 그칠 뿐 구체적으로 계획한 적은 없다.

어딜가면 여기서 살까? 저기가면 저기서 살까?

외국을 가면 내가 돈이 많으면 여기서 살거야~~

정도로만 맘속 소원으로 늘 말하곤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떠나는데 나는 시골로 가고파진다.

아이들이 빨리 자기의 길을 찾고나면 나는 미련없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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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가 어느 집에서 말리는 곡식을 찍어본다.

보이는 집마다 마당에는 콩이나 들깨나 무언가를 말리는 중이다.

귀가 잘 안들린다는 어느 할머니는 떡 좀 먹고가란다.

정말 후한 인심들이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할머니는 들깨가지를 자기 키보다 더 높이 쌓아두고 오늘 이걸

다 털어야한다면서 땅에 흐른 몇 개의 가루를 하나하나 줍는다.

그런 정성으로 거두어진 농작물이니 앞으로는 더 꼼꼼하게

아껴야겠다고 우리는 또 이구동성이다.

어딜가나 배우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헛걸음은 아니다.

무엇에도 누구에게도 작은 것 하나는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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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에 걸린 시래기가 어찌나 깨끗하던지..

두개의옥수수와 시래기가 정갈하게 걸려있는 집이다.

아직은 떫을 감이 햇살에 곶감으로 변하는 중이다.

댓돌에 있는 장화 한켤레~

식구가 적음을 알려주는 분위기다.

나중에 이런 시골집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부가 시골에 정책을 잘 펴고있는지 여태 별관심은 없었지만

도로나 정자, 민박집등을 디자인면에서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다.

도시인들이 시골에서 느끼고싶은 건 자연그대로의 시골이다.

외관은 시골풍이되 안은 깨끗하고 위생적인 그런 집과 주위와 어긋나지않게

튀지않게 만든 도로와 새것이라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정자 등..

다니다보니 변해가는 풍광들이 쓸쓸해진다.

아주 세련되지 않을 바에는 그 동네에 맞는 스스럼없는 분위기가 제일 낫다.

세계인들이 와서봐도 감탄할만한 집들로 거듭나야겠다.

어찌보면 공연한 걱정이다.

10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10월 18일 at 4:14 오후

    가끔씩..엄마 만나러 시골내려간 동생의 사진에..멋드러진 돌담이..
    못된시멘트벽으로 바뀌어진것을 보고..무척 쓸쓸했어요..
    …좀..신경써서, 받쳐줄것이 있다면, 확실하게 받쳐주어야 하는데..
    아직은 우리네 마음과 생각의 실정이..현실과 미래와 도대체가 맞아떨어지질 않는가
    보아요…그럽니다…한계구나..그러면서요..ㅎㅎ 으이구..

    ..조오기 지게 할아버지 보니까, 저도 참 지게 많이 지고 다녔어요..그래서 키도 안자랐나 봐요..성북동에선 물지게…시골에선..소키울때, 꼴베느라..겨우내 떼울 나무채우고, 가끔은 막내동생도 지게에 태워 화왕산을 잘도 다녔네요..아이구, 자꾸 그때 생각나면..
    저..잠 못자요..^^

    리사님 덕분에…엄마고향 같은 곳을..다녀온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내년엔, 기필코 밀양의 표충사 갈거예요..엄마도 보고싶구요..^^   

  2. 데레사

    2008년 10월 18일 at 5:41 오후

    위의 진아님 고향이 창녕어디쯤인가 봐. 화왕산얘기가 나오는걸 보니.

    리사님
    시골 다녀오셨나봐요. 가을의 시골로 저도 내일부터 길 떠납니다.
    위선 봉정암 부터 시작해서 내장산까지 계획되어 있어요.
    떠났다 들어왔다 하면서 이강산 가을에 흠뻑 취해 볼려고요.

    나 역시 먹는것만 보면 못 참아서. ㅎㅎㅎ   

  3. hannah

    2008년 10월 18일 at 6:24 오후

    Good~
    Have a nice day~~
    .
    .   

  4. Lisa♡

    2008년 10월 18일 at 10:20 오후

    진아님.

    밀양…생각만으로도 따스해집니다.
    저도 밀양은 몇 번 가봤거든요.
    얼음골도 유명하고 표충사도 여러번 가본 곳이지요.
    정말 아름다운 우리의 것들이 변해가는 걸 보면서
    막을 수없나 하는 생각 여러 번 했었어요.
    담이나 지붕이나 골목길들이 참으로 섭했지요.
    그렇다고 그들이 사는 삶에 이래라 저랠라 하기도 무엇하고
    이번에도 할머니더러 절대로 변하게하지 말고 그냥 이대로
    잘 보존하면 할머니는 대박이라고 누누이 말하고 왔어요.
    그렇게 변해가는 것들의 뒷면에는 홍보부족과 공무원들의
    나태함과 정치인들의 정성부족이 있는 거지요.
    나라를 사랑하고 시골에 애정을 갖는 그런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유명한 도시건축가가 상을 타고 해봐야 다 도시에요–
    시골을 아름답게 꾸미는 건축가에게 지원하고 권장하고 그런
    대회나 시상같은 걸 해야하는데 말입니다.
    선진국들의 시골이 부럽기만 하지요.
    구조적으로 아직 힘듭니다.   

  5. Lisa♡

    2008년 10월 18일 at 10:21 오후

    데레사님.

    시기적절한 여행입니다.
    단풍놀이군요.
    좋으시겠습니다.
    봉정암부터 내장산이면 우리나라 단풍 제대로 보는 거 아닙니까?
    잘 다녀오세요.
    건강하게..하긴 데레사님도 저처럼 잘 드신다니 아무ㅡ걱정없어요.
    눈과 가슴에 많이 담고 오세요.   

  6. Lisa♡

    2008년 10월 18일 at 10:21 오후

    한나님.

    우리나라의 시골풍경 좋지요?
    좋은 시간 잘 보내고 왔습니다.   

  7. 와잇맨

    2008년 10월 19일 at 12:31 오전

    외국을 가면 내가 돈이 많으면 여기서 살거야~~
    요즘은 미국이 아주 촘촘히 짜여져 있어서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불편할 걸요
    나처럼 잃을 게 아무것도 없이 자수성가하면 모를까
    캘리포니아에서 운전 위반이 뉴욕에 가도
    자동으로 나옵니다
    리사 님은 가진 게 넘 많아서 한곳에
    꼭 있는 게 조은 거가타요
    적당히 ㅃ ㅃ 대고 ㅆ나니시구요 (쏘리) …
    다리도 참 꿁직하고 튼튼하시겠어요 ㅎㅎ   

  8. Lisa♡

    2008년 10월 19일 at 12:42 오전

    저 다리가 너무 튼튼해서 다리만 박세리라니깐요.
    그리고 날더러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들 하세요.
    빨빨거리고 쏘다녀야 얻는 것 주워담는 것 많지요.
    ㅋㅋ—-그냥 집에 잇으면 뭘해요?
    가만있으면 돈을 더 쓴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끊은 운전위반이 뉴욕에서 나오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닙니까?
    돈만 많으면 세계어딜가나 편하긴 마찬가지죠?
    하지만 어떤 문화를 어떻게 접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각자 느끼는 재미는 다르겠지요.   

  9. 오를리

    2008년 10월 19일 at 3:52 오후

    나도 시골 가면 항상 느끼는 건대
    집을 지을때 조금 신경쓰면 운치있는
    한국적인 시골풍경을 만들수 있는데 항상
    아쉬운 생각….

    시골가서 면장에 출마해서 확봐꿔 볼까 하는
    꿈이 항상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지리산 풍경과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10. Lisa♡

    2008년 10월 19일 at 11:27 오후

    면장출마로는 안되구요.
    진로를 군수로 바꿔보면 어떠럴지요.
    집들 지을 때 너무 비주얼한 면이 안되거든요.
    정말 정부가 지원을 해서라도 한국적인 정취가
    듬뿍 들게 지었으면 하구요.
    그게 곧 나중에는 돈이 더 될텐데..길게 못보는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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