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사랑. 가을사랑..
생각보다 설악은 완벽한 단풍이 아직 오진 않았다.
산정상쪽으로도 그다지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다.
계곡 물소리가 함께하는 산행은 덜 지겹다.
새벽에 일찍 나섰다.
인적드문 산길에 부지런한 가게주인들은 벌써 손님맞을 채비를 서두른다.
조용히 걷기만하는 진이 뒤로나는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다보니 뒤쳐진다.
함양상림을 연상시키는 초입부터 단풍과 가을의 오묘한 조화를 발견하기에 안간힘쓰는 나.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을 오르면서부터는 제대로 된 바위와 물과 다람쥐와 가을단풍.
우리가 천천히 걷는지 어느 새 앞지르는 등산객들이 생겨난다.
체대학생들이 1시까지 대청봉에 올라야한다면서 반팔차림으로 뛰다시피 간다.
우리는 한겨울인데 쟤네는 뭔 반바지에 반팔?
총 3시간30분 가량을 산에서 보내고 컴백했다.
그때쯤 많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무래도 단풍은 5-60대 아줌마, 아저씨들의 전유물 쯤으로 보인다.
TV에 나온 임기종 지게꾼 아저씨다.
설악산의 작은 거인으로 소개되어진 아저씨인데 그 지게를 진 모습이다.
첫마디가 "저 착한 일 많이 해요~" 이다.
설악산 지킴이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산 위의 식당에 물건도 져다 나르고, 구급환자를 실어다 주기도 하는 사람이다.
키가 작고 다부지게 보인다.
내게 명함 한 장을 말없이 건넨다.
거기엔 아저씨가 후원하는 독거노인과 강릉의 오성학교와 놀사랑의 집이름도 적혀있다.
후원금을 보내달라는 은행계좌도 있다.
‘아저씨 좋은 일 많이 하세요’
천불동…천개의 불상 모습이라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퍽 남성적이다.
백담사의 담들이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천불동은 남성적인 모습이라고나 할까?
지리산에 비해 물소리가 함께하니 훨씬 운치가 더 한다.
금강굴까지 갈까하다가 어지럽기도 하고 컨디션이 별로라는 진이의 말에 포기한다.
내려오는 길은 어찌나 빠른던지.
햇살이 아주 좋은 날이다.
날씨가 좀 더 잡아두려하지만…기어코 내려온다.
산을 걷는다는 게 참으로 행복하다.
매일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주말보다는 평일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남편이 퇴직하면 갈 곳에 추가할 목록 엄청 많아진다.
아름다운 가을날의 하루다.
이 시간도 가고나면 다시는 올 수없는 시간이다.
가을날 따사로운 태양아래서 시간에 대해 잠시 숙연해진다.
일찍 서두른 탓에 서울로 오니 오후 2시다.
미시령터널이 뚫려서(2800원 통과료) 아주 편한 길이 되었다.
넉넉잡아도 3시간이면 충분한 길이다.
졸린다.
김진아
2008년 10월 31일 at 12:46 오전
전, 아직도 그곳에 계신줄 알았어요..^^
알게모르게, 좋은일, 작지만..꾸준한 베품을 하시는분들이
참 많음을..느끼게 됩니다.
^^
오공
2008년 10월 31일 at 2:32 오전
리사님은 복 받은 인생입니다.
뚝딱 여행을 떠날 시간이 되고
여건 맞고 마음맞는 친구가 있으니 말입니다.
오를리
2008년 10월 31일 at 4:26 오전
덕분에 설악산 구경 잘하고 있습니다.
길
2008년 10월 31일 at 8:30 오전
용케 청솔모(?)를 카메라에 담으셨네요. ^^
설악 단풍이 절정이라는 엊저녁 뉴스를 봤어요.
벌써 시월이 지나갑니다. 리사님.
douky
2008년 10월 31일 at 10:44 오전
설악산 다녀오셨네요…
올해는 어디나 단풍이 볼 품 없는가 봅니다.
저는 문화센터에서 여행가는 프로그램으로…
지리산 피아골과 해인사 갔다 왔는데, 두 곳 다 올해는 단풍이 별로였어요.
작년엔 그리 이뻤다는데…
설악산은 매년 ‘꼭 가야지~’ 결심만 하는 곳입니다.
더 늦게 전에 다녀와야 하는데…
기동력있으신 리사님~ 부러워요!!
Lisa♡
2008년 10월 31일 at 11:15 오전
베품은 자기도 모르게 하고 버릇처럼해야지
드러내고 한다면 그건 이미 베품이라기 보다는
~척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 아저씨도 보자마자 대뜸 좋은 일 많이 합니다라고
할때 우습게 보이긴 했어요.
예수님께서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요?
Lisa♡
2008년 10월 31일 at 11:17 오전
오공님.
福은 확실히 받았다는 거 저도 압니다.
참으로 다행이고 행복한 삶이지요.
여건이 받쳐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남편이라든가, 시간이나 아이들….경제..등등.
사실 돈은 별로 안들었답니다.
저는 기름값과 운짱하느라 좀….
같이 갈 수있는 동행이 중요합니다.
자기도 아이들 다 키우면.가능하지않나?
내가 있잖아요.
Lisa♡
2008년 10월 31일 at 11:18 오전
설악산 사진이 제대로 안올라갔네요.
아침에 바빠서 초스피드로 사진을 만들다보니 같은
사진이 두번 들어 간 게 두개나 넘네요.
Lisa♡
2008년 10월 31일 at 11:20 오전
길님….TV엉터리예요.
절정 아니구요//별로 안이뻐요.
그리고 중요한 건
청솔모 아닌데..
토종 다람쥐인데..
나 청솔모 싫어하는데—
시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용의 노래 못듣고 지나갑니다.
Lisa♡
2008년 10월 31일 at 11:23 오전
douky님.
저도 H백화점 팀으로 자주 갔다오는 편입니다.
편하고 중요한 곳만 가기 때문에 참 좋은 것 같아요.
해인사 가고싶네요.
피아골은 아직 단풍이 이쁘게 안들었을 것이고
올해는 예쁜 단풍이 좀 힘들 겁니다.
설악산도 아직 안 늦었답니다.
제 생각에 11월 9일이 피크일 것 같더군요.
힘들면 가서 케이블카 타고 보고 조금만 걷다
오는 것도 아주 괜찮은 가을구경이지요.
기동력…ㅋㅋ
맞아요—저 기동력, 추진력..있답니다.
활용하고프면 하시도록~~헤헤.
오현기
2008년 10월 31일 at 3:14 오후
또 배낭메고 나가고 싶어집니다.
광혀니꺼
2008년 11월 1일 at 12:17 오전
다시 봐도
자연이 젤입니다.
드러내지도
그렇다고 날 봐달라고 하지 않지만
그만한것은 어디에도 없는걸 보면.
얕은 내 삶이 부끄러워지는 순가^^;;
Lisa♡
2008년 11월 1일 at 1:35 오전
현기님.
언제든 기회가 되고, 시간이 되면
떠나야지요.
배낭하나 짊어지구요.
직장다니니 주말밖에 안된다는 게 아쉽지만.
Lisa♡
2008년 11월 1일 at 1:36 오전
광여사.
사진 찍으면서 자연을 잘 알게되고
자연을 사랑하게 되고
겸손해진다는 당신의 말을 깊이 새기며
잊지 않을 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