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마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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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손님들이 들이닥치기에 미리 대구매운탕을 끓였다.

퀼트모임에서 내 집을 하우스로 쓰기 시작한지 두 주째이다.

콩과 현미로 지은 밥에 대구 매운탕, 그리고 경이엄마에게 나물 몇가지를 부탁했다.

분주히 커피를 끓이고 티폿에는 포트넘의 홍차를 연하게..

커피폿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태리산 커피를..넘치게 끓였다.

히트는 귀여운 연호엄마가 홍차를 마시고는 커피가 너무 맛있다라고해서 웃겼다.

사진의 식탁에서 모여 앉아 수다라는 멋진 간식을 먹는다.

우리 모임 식구가 딱 6명인데 식탁도 마침 6인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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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간결하고 심플하면서 첨단 모던을좋아한다.

집을 고칠 때도 컨템퍼러리라는 말만 했다.

그랬더니 오는 사람들마다 집이 갤러리같단다.

문제는 그림이 한 점도 없다.

그리고 벽에 전혀 못을 치지 않는다.

뭘 거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아예 그림이 있다면 그냥 세워두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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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창 뒤로는 가을이 한참 색을 태우고있다.

뒷베란다에 쓰레기가 쌓여있어서 일부러 블라인드를 치고 찍었다.

소파도 태양이 강한 낮에는 가죽의 색깔이 바랠까봐 블라인드를 친다.

겨울의 태양이 여름의 태양보다 더 강하게 거실로 든다.

오토만에는 아시아나 항공의 담요를 밥덮개 형식으로 걸쳐 놨는데

곧 퀼트로 덮개를 만들 작정이고 스타일을 오늘 선생님과 고안했다.

저기 보이는 쿠션들은 랄프로렌건데 안이 거위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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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가 없다보니 한가한 거실이고손님이 와야 북적거리지 늘 조용하다.

동네도 조용하고 밖에서 만약 바늘이 땅에 떨어지면 그 소리도들릴 정도이다.

마루는 스웨덴산 마루인데 나무가 물렁거려서 뭘 떨어뜨리면 바로 푹 파인다는

단점이 있고 그대신 걸을 때 촉감이 아주 좋다.

마루는 일본산과 스웨덴산이 좋다던가..하는 기억이 난다.

담요가 깔린 오토만은 의자겸 다리 올리는 겸, 탁자 구실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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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미국으로 가고나서는 사진을 거실에 둔다.

지나다니면서 항상 마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관문과 화장실 문 사이에 가습기가 언제썼는지 모르게 놓여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내 방이다.

우리집의 모든 곳이 깔끔한데 유독 내 방만은 예외다.

폭탄맞은 방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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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콜렉션하는 건 코끼리다.

우리집의 여기저기에 코끼리가 상당히 많다.

앞의 인형은 물론 내가 만든 인형이다.

염색에 그림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인형이다.

아이들의 사진이 늘 웃고있어서 보는 나도 웃고만다.

자유의 여신상이라던가 몇몇 소품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 여행다니면서

사모은 것들이라 애정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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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과 거실사이의 벽을 막아서 그 공간을 뚫었다.

장식장을 사지않고 대신 저기를 장식장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본래 있던 커다란 장식장은 갑자기 무겁게 보여서 큰집으로 보냈다.

대리석 식탁의자도 함께 다 보내버렸다.

하긴 집에 산지가 17년이고 새로 리모델링한지도 벌써 8년이 넘는다.

부엌 장식장에는 각종 컵과 포트들이 잘난 척하고 있었는데 지겨워서

다 장에다 집어 넣어버리고 대신 아이들이 하나둘 모은 여행전리품들을

진열했다.

복잡하고 오밀조밀, 아기자기하다.

하나하나가 다 추억이 담긴 것들이다.

여행을 많이 다닌 까닭에 그 도시의 한 건물들을 들고 온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콜롯세움, 빅벤, 피사의 사탑, 에펠탑..그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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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화이트가 제일 낫다.

마주하는 거울에 빨간 실내복을 입은 내가 잠깐 보인다.

부엌의 싱크대 벽은 블랙거울로 처리했다.

굉장히 멋진 부엌을 만들려고 했으니 금액이 많이 모자랐다.

내 마음에 드는 부엌은 진짜 멋졌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내 방과 부엌에서 거의 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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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의 한쪽이다.

화장대 위에도 뭐가 저리 복잡한지…

벽의 책들도 뭐가 저리 복잡한지..

안 찍어서 그렇치 구석구석에 읽다만 책들이 쌓여있고

온갖 잡동사니가 분주하다.

거울 건너편은 옷장이라 거울에 메이플칼라가 보인다.

거울과 옷장 사이에 침대.

침대도 찍었는데 너무 창피해서 못올린다.

내 방이 큰 편인데도 모자라니 내가 문제가 있다.

하루종일 집에서 퀼트하고 놀다가 밤에 나가서 보드카에 들어갔다가

절여서 나왔는지 종일 침대신세를 졌다.

친구신애 문제로 많이 슬펐기 때문이다.

20 Comments

  1. ariel

    2008년 11월 4일 at 8:43 오전

    소파 특이하네요. 좋아요..^^
    우리집보다는 복잡하지만
    사람 사는 집 같아요.
    collection 도 있고..
    저는 아무 것도 안 모아요.
    nothing..
    저는 좀 dry 한 사람 같네요..^^   

  2. 김진아

    2008년 11월 4일 at 8:43 오전

    단순하고,복잡하지 않은것..
    정말 정말 좋아하는 모습들..

    거기에서..정말 일백점만점에 플라스해서 만점은
    리사님의 방 사진이요~~!!!

    사람냄새 폴폴나는 모습..

    요즘애들말로..리사님 짱이예요..*^^*   

  3. Lisa♡

    2008년 11월 4일 at 8:46 오전

    아리엘님.

    우리집은 내 방만 빼고는 텅 빈 집이지요.
    공간이 많다고나 할까—-
    아리엘님도 간결미를 좋아하시는구나.
    그럴 것 같아요.
    dry?

    쿡쿡쿡…….   

  4. 오공

    2008년 11월 4일 at 8:47 오전

    밤에 본 거실 소파들은 스탠드 불빛과 함께 환상이었어요.
    그래서 리사님 댁 거실을 저 혼자 앤틱의 고급스런 모습으로 상상했었죠,.
    낮의 햇빛은 저의 환상을 몰아내고
    리사님의 손길이 고대로 느껴지고
    거부감 없이 아주 솔직한 거실이 되어 있네요.
    벽을 이용한 장식장을 저도 짜고 싶어요…너무 부러워요.
    당장,우리 거실 한켠의 주워온 장식장을 쳐다 봤어요.
    그걸 들어 내고 그 부분을 장식장으로 짜버리는 건
    별로 큰일 아니겠어요…우리집에 어떤 나무색이 어울릴지만 고민하면
    당장 짜 넣어도 되겠어요.
    리사님 부엌도 저에겐 탐나는 곳이네요.
    인테리어를 손대려면
    남편은 절대 돈 보태 줄 사람이 아니라,여행다닐 돈을 깨어야하니 ..ㅉㅉㅉ
       

  5. Lisa♡

    2008년 11월 4일 at 8:48 오전

    아이고 내 방….안봐서 그래요.
    무지 복잡하고 터집니다.
    후후후…..내가 추구하는 건 거실스타일의 삶인데–
    왜 이런지 몰라요.
    그래도 내 방이 제일 편해요.   

  6. Lisa♡

    2008년 11월 4일 at 8:51 오전

    내 오공이 장식장 부러워할 줄 알았쪄–

    그런데 벽을 뚫을 수 있는 벽이 아니던데.
    다시봐야겠는 걸?
    자기 아직 인테리어 안했쪄?
    자기네는 지연이 학교가고나서 꼭 해야해.
    알있지?
    내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자기네 장식장도 버리지말고 활용할 수있으면 하고…
    암튼 칙칙한 색들은 바꾸고.
    집은 일단 들어서면 밝고 환해야하거든.
    크기랑 상관없이 말이야.
    밝은 톤으로 꾸미거나 내추럴하게 꾸미는 것도 괜찮고.
    자기네는 내추럴이 어울리겠다.   

  7. 광혀니꺼

    2008년 11월 4일 at 9:57 오전

    …………………..^^*

       

  8. Lisa♡

    2008년 11월 4일 at 10:05 오전

    광.

    짱구데꼬 올래?   

  9. 봉쥬르

    2008년 11월 4일 at 11:16 오전

    리사님 집 너무 좋다아~
    정말 모던하고 컨템퍼러리하네요.
    근데 리사님 방 너무 예술스럽다.ㅎㅎ
    여기 비하니까 내 사는 데는 너무 할매틱해서리..
    온통 나무색들 뿐인 우리 오두막.

    그래도 리사님스럽다^^*   

  10. 이영혜

    2008년 11월 4일 at 11:21 오전

    센스쟁이 리사 님!   

  11. Lisa♡

    2008년 11월 4일 at 12:08 오후

    봉쥬르님.

    온통 나무색들 뿐…
    나무색이 얼마나 좋은데요.
    하기사 지난 번에 봉쥬르님 댁보니까
    밤색이 많더라…헤헤.
    컨템퍼러리~~재밌죠?
    써먹으니까….할매틱도 써먹어야겠네요.   

  12. Lisa♡

    2008년 11월 4일 at 12:09 오후

    영헤님.

    오랜만이지요..
    센스쟁이 리사라는 말이 듣기 좋습니다.
    센스쟁이라고 어디가면 말하고 다닐래요.
    자랑하면서…   

  13. 쳴로

    2008년 11월 4일 at 1:48 오후

    어?
    소파 들어왔네?
    정말 좋다야,
    근데, 거실이 워낙 넓으니
    코끼리 비스켓 같구먼..
    (참, 리사도 코끼리 좋아하징??)

       

  14. Lisa♡

    2008년 11월 4일 at 1:51 오후

    앗———–

    갑자기 얼굴을 내밀면 으짜겠따는고야?
    코끼리비스켓,,,ㅋㅋㅋ
    거실이 좀 넓어는 보이나?
    뛰어다녀야지….ㅠ.ㅠ   

  15. 쳴로

    2008년 11월 4일 at 1:59 오후

    "넓어는 보이나?"가 머꼬.
    넓어서 날아댕기야 되겠구마는..
    내 눈 좋은 거 알잖어~~

    (저 소파 사이즈 장난 아닌 거 같은데,
    일인용이랑 거리 떨어져 있는 거 보라미~~
    내가 방콕 주민이지만 눈은 높고 찐하다, 아나?? 참내~~~)

       

  16. Lisa♡

    2008년 11월 4일 at 2:14 오후

    하이고–

    왜 이러실까—–
    눈이 진짜 높고 찐하고 야시네.   

  17. 광혀니꺼

    2008년 11월 4일 at 2:47 오후

    인자 맘 놓고 봐도 되여?
    ㅎㅎ

    짱구 자슥 넓어서 뛰댕기기 기똥차겟는디요~

       

  18. Lisa♡

    2008년 11월 4일 at 2:49 오후

    침흘리면 안되는데…

    오줌싸도 안되는데…

    똥싸도 안되는데…

    안고만 있을까봐, 내가~~   

  19. 지안(智安)

    2008년 11월 4일 at 3:17 오후

    첨단 모던 하다가 클래식하다가
    복잡 오묘한 공간까지 잘 귀경하고 갑니데이~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이라면 힐러리가
    부러워하던 재키의 서재를 벤치 마킹 하셨나?

    나만의 공간은 막 게으름피우고 내버려두는 공간이죠 저에겐..
    그러다 정신없이 치우고.

    근디 생각보담 깔끔쟁이시넹?   

  20. Lisa♡

    2008년 11월 4일 at 11:26 오후

    지안님.

    생각보다 깔끔하네…ㅋㅋ
    거실만 깨끗해요.
    내 방은 폭탄 터진 직후이지요.

    저도 이런 내 방이 좋아요.
    그냥 편하고.
    그런데 먼지때문에 미치겠어요.

    재키의 서재를 봤어야 하는건데.
    그래야 더 잘 꾸몄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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